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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의 세월


BY 녹두꽃 2004-05-12

아~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내게 깊고 오래된 버릇이 있다면 나는 사물을 원인과 결과로만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살다 보면 알 수 없는 일도 있고 설명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풀리지 않는 일도 있고 가능하지 않은 일도 있고

어쩌다가 그렇게 되어버린 일도 있다..

나는 요즘 나의 어쩌다 그렇게 되어버린 일에 대해 무지하게

비통한 마음을 갖고 지낸다~ 어쩌다 내가 오로지 주부라는

직업에 매진하여 이렇게 요그릇만 벗어 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고? 싶다.

이제 내 나이 마흔이다.

책임감과 삶의 질을 지나치게 추구한 탓에 아이는 하나만 두고

집안 일 반짝반짝하게 하고 아이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 십여년의 세월이 있었다.

 

남편은 비교적 잘나가는 샐러리맨이다. 그게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느껴진다

상심했던 시간들도 있었고 행복에 겨워 하던 시간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스쳐가는 빗줄기를 무심히 세면서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지탱할 길이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런 것들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왠지 뭔가를 빼앗긴듯한 상실감에 휩싸여 있다.

날씨 탓도 나이 탓도 아니다.

이건 내 삶을 지나치게 방기한 채 내가 아닌 아이를

내가 아닌 남편을 위해 바친 나의 시간들에 대한 회한 일 것이다.

 

 나는 머저리엿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