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띄우는 편지/김정한
소리내어 울고 싶은데
그것도 맘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숨어 들 곳 한군데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뛰쳐가고 싶은데
알 수 없는 매달림 때문에
하염없이 서글퍼지기만 합니다
사방을 둘러보면
그 어딘가에는
내 눈물을 닦아주고
내 슬픔 감싸 줄 이 있겠지만
정작 나를 이해한다며
등이라도 두들겨 주며
위로 해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그런 사람 이랬음 좋겠습니다
순간적인 홧김에
찾아가면 반겨 줄 이 많겠지만
끝까지 내편이 되어
바람막이로 든든하게 지켜 줄
든든한 사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그런 사람 이랬음 좋겠습니다
이런 축축한 기분일 때
소리 질러도 미안하지 않고
달려가 안겨도 부담스럽지 안고
설사 기절을 해도 뒷일이 걱정되지 않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랬음 좋겠습니다
시집러브레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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