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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위한 부부학 - 마음을 풀어주는 대화


BY 부부 2004-05-28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우리 옛말에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얘기가 있지. 천냥 빚이라면 아주 많은 빚을
말하는 것이고, 말 한 마디를 잘 해서
이를 갚는다면 그 말이 천냥 짜리 말이 되는 셈인데?
그만큼 말이 중요한 노릇을 한다고 보면 되겠지.

그런데 정말 말이 그렇게 중요할까?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수많은 말을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는데,
어떤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가벼워지는데 어떤 말은 기분 나쁘고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 만약에 모두가 들어서
기분이 좋아지는 말만 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신나는 곳이 될까?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말에 상처입고, 말 때문에 서로 심하게 다투고,
말 때문에 시끄러워지는 때도 많은 것을 보면.

과연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할 정도로
값어치 있는 말은 어떤 것일까?
말을 값어치 있게 할 수 있다면 살기가
훨씬 좋아지고 쉬워질 수도 있을 테니
잘 알아보아야 할 듯한데.
막상 깊게 생각해 보려고 하면
언뜻 떠오르지 않고 막막하기만 하지.
그도 그럴 것이 똑같은 말도 들을 때
기분에 따라서 아주 다르게 들리기도 하니,
`이것이 천냥 짜리 말이다` 하고 딱히
정해놓을 수도 없잖아?
아무튼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아.

우리가 살면서 나와 남을 괴롭히는 나쁜 행동을
알게 모르게 하기 쉬운데, 이런 나쁜 행동을
열 가지로 나누어 보기도 하지.
몸으로 짓는 세 가지, 뜻으로 짓는 세 가지,
입으로 짓는 네 가지를 합해서 열 가지가 되는데,
입으로 짓는 것이 네 가지나 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말이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
이 네 가지를 반대로 뒤집어 보면 값어치 있는
바람직한 말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먼저 값어치 있는 말은
`거짓되지 않은 말`이겠지. 검은 것을 검다하고
흰 것을 희다해야 그 말이 사실을 설명해 주는
힘이 있잖아? 그러니까 사실과 같은
참말이 값어치 있는 말이 되지. 이것을
`망어(妄語)`와 반대되는 `진어(眞語)`라고 해 두자.

다음으로 `헛되지 않은 말`이 값어치 있을 거야.
아무 필요도 없는 말이 아니라 꼭
필요한 말이어야 하겠지. 꾸며서 아첨하는 말이나,
소용도 없이 그냥 지껄이는 말이나,
어떤 속셈을 가지고 상대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말들은 필요 없는 말이지. 꼭 필요한 말을
`기어(綺語)`와 반대되는 `실어(實語)`라 해 두자.

또 값어치 있는 말은 `서로 화합시키는 말`이야.
이 사람한테는 저 사람 흉을 보고,
저 사람한테는 이 사람 흉을 보는
`이간질시키는 말`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기고
시끄러워지잖아? 말이 앞뒤가 맞고 누구에게
어디에서 하든지 어긋나지 않아야 하지.
여기서 이 말하고 저기서 저 말하는 것을
`양설(兩說)`이라고 하니까, 이와 반대되는
서로 화합시키는 말을 `화어(和語)`라 해 두자.

마지막으로 값어치 있는 말은 듣기에
거부감이 없는 `부드러운 말`이어야 할거야.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거칠게 하거나 상대를
불편하게 한다면 오히려 하지 않는 것보다
못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말은 상대방이 듣는데
편안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런 말을 거칠고 험한 말인
`악구(惡口)`와 반대되는 `애어(愛語)`라 해 두자.

앞에서 생각해 본 것처럼 값어치 있는 바람직한 말은
`진(眞)·실(實)·화(和)·애(愛)`를
갖춘 말이라고 할 수 있겠지. 참되고 쓸모 있으며,
조화롭고 사랑스러운 말이 `천냥 빚을 갚을 수 있는
` 값어치 있는 말이라. 이러한 말은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는 원망이나 한, 걱정, 근심, 후회,
죄책감 같은 어두운 마음들을 풀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셈.

말은 마음에서 나오지만

값어치 있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마음이 편안하고 가벼워야 하겠지.
말은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니까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에서 나오는 말들은 진실 되고
조화로우며 사랑스러울 테니까.
마음이 말의 뿌리이고 말은 마음이
드러나는 것이라 볼 수 있잖아.
모양도 소리도 없는 마음이 말로 나타나면
소리를 갖게 되니까 말은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수단인 셈이지.

그런데 똑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그 말을
급하게 하느냐 천천히 하느냐, 크게 하느냐
작게 하느냐, 떨면서 하느냐 안정되게 하느냐,
길게 하느냐 짧게 하느냐에 따라서
아주 다르게 들리기도 하는 법이라.
말은 마음에서 나오지만, 말을 하는 사람의
자세나 태도도 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

마음을 직접 다스리는 것은
어렵게 느껴지기 쉬운데, 왜냐하면 마음은
모양과 소리가 없어서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말이나 행동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에 잡힐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다스릴 수 있어. 그러니까
값어치 있는 말을 하고, 그에 걸맞는 자세와 몸짓을
하는 것이 아주 확실한 마음공부가 되지 않을까?

자기가 하고 있는 말과 행동을 잘 살펴보면,
그 행동과 말을 하도록 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지.
마음을 아무리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데,
그 찾을 수 없는 마음이 말과 행동으로 늘
나타나고 있으니, 마음을 다스리고 가꾸려면
말과 행동을 가다듬으면 되잖아. `번뇌가 있는지
없는지`, `마음이 자유로운지 그렇지 못한지`,
`즐거운지 괴로운지` 알아 차렸다 하더라도
당장 어떻게 해 보긴 어렵지만, 숨을 고르고
차분한 말투로 값어치 있는 말을 하려 애쓸 수는
있으니까 말을 제대로 하는 것은
바로 마음을 잘 다스리는 훌륭한 방편이지.

실제로 해 보면 말을 잘 가다듬으며 할 때와
그냥 습관대로 할 때 마음가짐이 달라지거든.
그러니까 말이 마음에서 나오지만, 거꾸로 말이
마음을 바꾸기도 하는 셈이지. `마음이 바뀌면
말도 바뀌고 행동도 바뀌는 법`이지만,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 행동이나 말을 바꾸어도
되는 법`이라. 좋은 말을 하기 위해서 마음이
편안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아닐까?
좋은 말을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을 잘못 해 놓고 나서 `마음이 불편했으니까`
하고 마음에 핑계를 돌리는 것이 올바른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생각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말을 결정한다`는 식으로 한쪽 방향만
보는 것임을 알 수 있지. 마음이 어떤 상태이든지
말을 제대로 하려 애쓰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이겠지.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

오랫동안 함께 산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
서로 어떤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지 잘 아니까
불만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냥 속으로 삭이고 말지.
그러면서 `저 사람은 어쩔 수 없어` 하는 체념을
하니까 부딪히지는 않지만 마음에는
큰 장벽이 쌓이고 말지. `원래 다 그런 거 아니겠어`
하고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마음 속 한 구석은
휑하니 구멍 뚫린 것처럼 허전하기만 하지.

자기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볼 줄 안다면 이렇게 마음이
갈라진 채로 체념하면서 외로움을 더해 가는 일은
막을 수 있는데, 어째서 그렇게 하지 않을까?
`깨어 있지 않아서` 이지. 잘 살펴보면 어떤 말이
상처가 되어서 관계를 힘들게 하고 어떤 말이
마음을 풀어주어 관계를 편하게 하는지 알 수 있는데.
자기가 하는 말에 책임질 줄 아는 것이 어른으로서
해야 할 기본이 아닐까?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도록 말하든가, 그냥 자기 마음대로
지껄이면서 상대방은 어떤 기분인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는 세상 물정 모르고 철없는 어린애나
제 정신 잃고 사는 정신나간 사람이나 할 짓이지.
한 가정을 이루면서 어른으로서 책임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기가 하는 말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하겠지.

우리는 보통 좋은 심정을 나타내는 말을
지나치게 아끼는 것 같아. 상대방이 잘 하고
있는 것이나 애쓴 부분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이야기는 말해서 좋고 들어서 좋은
`영양가 넘치는` 말인데도 그 좋은 말을
좀체 하지 않잖아? `당신이 애는 썼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서 실망스럽지? 그렇지만
나는 당신이 그만큼 애써 준 것이 자랑스럽고
고마워`, `당신 참을성은 참 대단해.
나 같으면 성질이 나서 뭐라 한마디 했을 텐데,
그 수다를 그냥 다 들어주다니...
당신이 새삼스럽게 보이는 걸?`,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 많지?
당신이 없었다면 나도 내 일을 열심히 할 수
없었을 거야. 고맙고 미안해`...
이런 말들을 망설이지 말고 해 주면 어디가 덧날까?

좋은 말은 아무리 해도 나쁠 이유가 없지만,
안 좋은 말을 할 때는 조심해서 해야 하는 법.
살다 보면 늘 좋을 수만은 없으니까
꼭 필요하다면 듣고 싶어하지 않는 말이라도
해야 할 때가 있잖아.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말은 밝은 마음으로 가볍게 하면 되지만,
언짢은 심정이나 가슴아픈 충고 같은 말들은
그냥 내뱉어 버리면 안 되지. 신중해야 돼.

싫은 소리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내뱉어
놓고 나서 `뭐 그까짓 것 가지고 그래?
속 좁게. 나는 벌써 다 잊었어.
내가 뒤끝 없는 것 잘 알잖아` 이렇게
무마하려 드는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까?
무책임, 무신경, 뻔뻔스러움, 비겁함, 자기만 아는
독선 따위들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깔려 있음을 알기나 할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것이면 조심해야 하지 않겠어?

이렇게 말해 보면 어떨까?
`당신이 아이에게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을 보니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 지 알 것 같아.
속이 상하기도 했을 거야... 그런데 이제 아이도
말귀를 알아들을 만큼 컸으니 다른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나는 당신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좋은 방법을 찾아내리라 믿어.
` 상대의 마음도 알아주고 내가 하고 싶은 말도
그대로 진지하게 알려주는
이런 말이라면 누구든 귀담아 듣고 싶지 않을까?

먼저 상대의 마음을 읽어주되,
긍정되는 부분을 말하면 서로 마음이 열리게 되지.
이렇게 마음을 연 다음에 아쉽거나 안타까운 마음을
말하면 듣는 쪽에서는 `이 사람이 나를 비난하지 않고
진정으로 좋은 방법을 의논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법이라. 그런데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격려까지 듣게 되면 더욱 충고를
달갑게 여기게 되지. `마음 알아주기` 다음에
`충고나 조언`, 그리고 나서 마무리를 `격려`로
하는 것이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을
어울리게 하는 훌륭한 방편이라네.

나한테서 세상으로

말을 주고받는 것은 마음을 통하기 위한 것.
마음이 통해야 세상을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여길 수 있으니, 결국 말은 세상과 만나는
길이 되는 셈이지.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보면
그 마음을 알 수 있는 법. 이를 거꾸로 생각해 보면
자신이 하는 말을 돌이켜 잘 살펴보았을 때
자기 마음을 그대로 알 수 있게 된다는 뜻도 되겠지.

거칠거나 거짓되거나 앞뒤가 맞지 않거나
아첨하는 따위의 말들은 다 불편하고
흥분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니 주변을 험악하게
하고 자기는 더욱 불편해 지고 말지.
그렇지만 부드럽고 바르며 조리 있게
앞뒤가 맞는 말들은 편안하고 차분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니 주변을 따뜻하게 하고
자기는 더욱 편안해 지는 법이라.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들이 있으면서도
남의 눈치를 보거나 체면을 차리느라 속으로
꾹꾹 눌러두면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마음이
상하고 썩어서 괴로울 수밖에 없지.
세상을 만날 때 마음에 거스를 것이 없도록
그 마음을 크게 가지면 되겠지만,
그렇지 못 해서 마음에 거스르는 것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진심을
나눌 수 있으면 그도 또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 아예 말할 것이 없으면 편안하지만,
말할 것을 제대로 하며 살면 마음에
묵직한 것이 쌓여서
온갖 번뇌와 상처에 시달릴 일도 없지.

내 마음이 내가 겪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과 같음을
알아서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릴 때
세상은 평화로운 곳이 되네.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자기를 고집하지 않고
세상을 받아들이려는 큰마음을 가지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라.
어떤 것이든 내치거나 끄달리지 아니하고
그것을 잘 다룰 수 있을 때
진정 자유로운 삶이 활짝 열리지.
이런 마음에서는 상대를 다치게 하는 말이
나올 수 없다네. 자유롭고 넉넉한 마음에서는
상대방의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주고
힘을 주는 값어치 있는 말들이 나올 뿐.
말을 잘 가다듬을 일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