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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의 눈물


BY 문구아짐 2004-06-10

푹 쉬고 싶은 일요일 아침...

전화 벨이 울린다.  일요일은 모처럼 늦게까지 자는 날인데... 누구람.  짜증섞인 목소리로 수화길 들었더니 동생이었다.

"언니, 이따가 엄마랑 언니집 갈거야!", "뭐?" 전화를 끊고 딸을 흔들어 깨우고, 엉망진창, 아수라장인 집안 정리에 들어갔다.

딸아이도 할머니 오신다는 소리에 허둥지둥 침대 정리하고... "너, 빨리 니방 대충 정리해."

그야말로 콩볶듯 2시간동안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집안 수습에 들어갔다.

하지만, 창틈에 낀 먼지며, 화장대에 낀 물때며, 엉망진창인 베란다며.... 수습에도 한계가 있지... 포기할 건 포기하고, 대충 이정도면 뭐 봐줄만은 한 것 같은데... 아휴, 모르겠다.

동생이 점심은 맛있는거 시켜먹을테니까 신경쓰지 말라 했으니 밥만 하면 되고....

대충 정리해 놓으니 초인종이 울린다.

 

오랫만에 보는 친정엄마, 그리고 동생, 조카들이다...

사는게 뭔지...

문구점 시작하고 나서는 마음놓고 친정나들이를 한 번 못해봤다.

일년에 겨우 명절 두번 다녀오는 시댁이고, 친정이니...

엄마는 지난번에, 시간이 없어 우리딸 여름 속옷도 못사줘 꽉끼는 작은 속옷 입고 다닌다는 소리를 흘려 듣지 않으시고, 딸 속옷이며, 우리 남편 좋아하는 명란젓, 그리고 내 속옷까지 챙겨 오셨다.

그리고는 맛있는거 시켜먹자며 아이들 좋아하는 돈까스랑, 해물탕을 시켜 주셨다.

당신이 사시겠다며....

그리고는 아니나 다를까 이것저것 정리를 시작하신다... ㅜㅜ;;;

한깔끔하는 친정엄마! 집에서 살림만 할때도 늘 딸집에 오셔서는 냉장고 정리가 제대로 안됐다는 둥, 먼지가 많다는 둥, 하시던 분이셨는데....

지금은 내가봐도 엉망인 집이 당신 눈에 어떠실지...

베란다에 들어가서는 이것저것 깔끔하게 정리를 하시고, 씽크대 받침에 낀 음식찌꺼기까지 말끔하게 정리하시고는 "피곤해도 집좀 치우고 살아라..." 하신다.

그리고는 좀 쉬시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작은 방에 들어가시더니 책상 좀 저쪽으로 옮기자, 하시는 거였다. "엄마!~" 동생과 나는 거의 사색이 되어 엄마를 불렀지만, 이미 작정한 친정엄마를 말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책상, 책장 다시 옮기고, 정리하고 .....

그런데, 화장실 휴지를 치우던 엄마가 갑자기 "너 이렇게 사는 걸 보니 내가 눈물이 난다..." 하시며 우시는게 아닌가! ....

"못말리는 우리엄마! 울긴 왜 우세요?, 정리하고 살께...."

 

결혼전 손에 물묻히면 결혼해서 고생한다며 다 큰 딸년 속옷이며, 양말까지 손수 빨아주셨던 친정엄마...

오랫만에 딸집에 와서 딸이 해준 맛있는 음식은 고사하고, 돈쓰고, 청소해주고, 일만 실컷 하다가 빨리 가야 한다며 일어서시는 친정 엄마한테 고작 해 드릴 수 있는건 밀어내는 손에 용돈 몇푼 쥐어드린 것 뿐 이었다.

푹 쉬어야 하는 일요일 못 쉰 덕분에 이번주는 계속 몽롱한채 지내고 있다.

"엄마, 마음 아프셔도 조금만 참으세요.... 엄마 딸이 언제까지 이렇게 살진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