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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련한 바퀴벌레 신세들?


BY 우낀다 2004-06-30

  

  의원들 "우린 가련한 바퀴벌레 신세" 공감대?

  [현장]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열린우리당 동조
▲ 29일 오후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투표를 앞두고 동료 의원들과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투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9일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었으나 부결되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방탄국회' '비리의원 감싸기'라는 비난여론을 의식,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를 결정해 가결이 무난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당초 예상을 뒤엎고 121명 찬성, 156명 반대라는 큰 표 차이로 부결되었다.

이같은 결과는 위법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엄격해진 선거법 규정에 박창달 의원이 '시범 케이스'로 걸렸다는 동정론과 증거 인멸의 위험이 없는데 구속수사까지의 필요까지 있겠느냐는 점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양당 모두 일부 소속 의원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가 예정되어 있어 '법리적 해석'에 따라 이번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의 경우에도 이미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들이 있어 섣불리 찬성 당론을 내세웠다가는 뒷감당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자유투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비리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부결시키고, 감옥에 있는 의원의 석방동의안은 가결해 비난을 얻은 16대에 이어 17대에도 역시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것에 대해 '법 위의 국회'라는 비난은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30, 40명 열린우리당 의원 동조...16대와 다른 '이중잣대'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은 사실상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동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16대 국회 후반기에 한나라당이 주도해 부결시킨 비리혐의 의원들의 체포동의안과 서청원 의원 석방동의안 가결 등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해왔던 열린우리당의 이중잣대는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투표 결과를 보면 우리당 의원 30-40명 가량이 체포동의안 부결에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의원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범죄 혐의가 아닌데도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29일 오후 국회 표결에서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전여옥 대변인이 박창달 의원의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질의자로 나선 김재원 한나라당 의원이 "우리모두 불쌍한 바퀴벌레 신세"라는 벌언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편 표결처리에 앞서 한나라당의 주호영 의원, 김재원 의원, 박계동 의원이 차례로 나서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박창달 의원에게 적용된 선거법의 과잉적용 문제와 구속수사의 필요성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나라당 법률지원단 소속으로 이번 사건의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주호영 의원은 "후원회나 사무소를 유사기관 설치로 볼 수 있냐"며 "선거법 위반 여부의 구분이 어렵고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 의원은 "본인의 주장도 듣지 않고 영장을 청구할 수 있냐" "얼굴이 알려진 의원은 도주의 위험이 적지 않냐"며 구속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금실 장관은 "선거법 위반 여부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재판부에서 판단할 문제이고, (법 집행이) 의정활동을 침해할 수 있다는 식의 일괄적 해석은 적절하지 않다"며 "풍부한 사례 축적을 통해 기준이 분명히 서 있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영장청구 이유에 대해서 "박 의원이 5월 27일부터 3차례 소환에 불응했고, 6월 2일 자진출석을 약속하고는 나오지 않았다, 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구인장을 발부했지만 잠적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김재원 의원은 "5, 6월 국회일정과 보궐선거 등으로 출석을 연기한 것인데 소환불응이라고 할 수 있냐"고 박 의원을 대신해 항변했다.

김재원 의원 "우리 의원들은 언제든 잡혀갈 수 있는 가련한 바퀴벌레 신세"

김재원 의원은 의원들을 싸잡아 '가련한 바퀴벌레 신세'라고 표현하며 박창달 의원에 대해서는 '재수없어 잡힌 바퀴벌레'라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 법적용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선거에 출마한 의원이 박창달 의원처럼 안한 사람이 어디 있냐"며 "수사기관이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싱크대를 뒤지지는 않지만 밖으로 나온 바퀴벌레는 잡는다더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우리 의원들이 언제든 잡힐 수 있는 바퀴벌레일지도 모른다"며 "우리가 언제 이런 가련한 존재가 됐냐"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마침 오늘 원 구성도 합의되었는데 이 아름다운 계절에 박 의원을 그대로 교도소로 보내야 하냐"며 "불체포특권을 너무 포기하지 말아달라"는 말로 질의를 맺었다.

▲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천정배 원내대표 주변에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편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의원들 간의 질의응답에 앞서 박창달 의원(대구 동구을)은 신상발언 요청, 동료의원들을 향해 장문의 호소문을 낭독했다.

박 의원은 "불체포특권 뒤에 숨을 생각이 없다"고 전제한 뒤 "정상적인 의정활동과 정책개발이 전국구 의원이라는 한계로 인해 사전선거운동의 혐의를 받게 되었다"며 "299명 의원 모두가 저와 같은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미리 준비해온 발언문을 읽던 중간, "전국구 의원이기에 이 같은 올가미에 걸려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호소합니다"라는 말을 하면서는 목이 메이기도 했다.

박창달 의원, 왜 체포동의안 발부됐나

▲ 29일 오후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가운데)이 본인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를 앞두고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웃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17대 국회의 첫 체포동의안 대상자로 관심을 모았던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대구 동을)은 15·16대 때 전국구 의원을 지내고 17대 때 지역구에서 당선된 3선 의원이다. 정계에는 1981년 11대 국회 때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입문했다.

박 의원은 지난 올해 3월까지 산악회 등을 통한 사전선거운동을 벌이는 한편, 선거운동원들에게 5천16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에 법무부가 지난 22일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했다.

검찰은 박 의원에 대해 이미 구속된 열린우리당 강성종, 오시덕 의원이나 한나라당 이덕모 의원보다 금품 규모 면에서 훨씬 혐의가 크다는 판단과 함께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불응했다는 점에서 구속수사 방침을 세웠다.

이에 앞서 경찰은 박 의원의 핵심 선거운동원인 김아무개씨와 D산악회 김아무개 회장 등 7명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긴급 체포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박 의원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3월까지 모두 11 차례에 걸쳐 D산악회를 이용해 충남 계룡산 등지로 선심성 산행관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이한기 기자

"강 장관 페이스에 말리면 헷갈린다"
강금실 법무, 논리적 답변으로 한나라당 질문공세 맞대응

▲ 29일 오후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국회에 출석해서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관련 질의응답에 나선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시종 차분하고 논리적인 태도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문공세에 노련하게 대응했다.

강 장관은 사전선거운동 여부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추궁하는 의원들의 질문에 "사실판단은 판사가 한다"며 법원이 제출한 체포동의안은 절차상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호영 의원은 "모든 의원들의 후원회, 사무소도 유사기관 설치로 불법이 될 소지가 많지 않냐", "출마하겠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사전운동이냐"며 선거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그러나 강 장관은 "구속영장 발부는 확정된 (범죄)사실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적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대신 강 장관은 "법 적용의 기준은 분명히 서 있다"며 "그 기준에 비추어보면 충분히 중대 혐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도주혐의가 없는데 굳이 구속수사를 할 필요가 있냐는 주장에 대해 강 장관은 "현역 의원 신분이면서도 도주·잠적한 경우가 있었다"며 "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구인장 발부 등을 통해) 변명의 기회를 줬는데도 박 의원이 잠적하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장관은 "더 적은 비용의 혐의로도 이미 당선자 3명이 구속되어 있어, (박 의원을 구속하지 않으면) 형평성과 편파수사 문제가 있다"고 조목조목 논리를 전개해 나갔다. 이에 대해 의원들의 별다른 반박은 이어지지 않았다.

강 장관이 노련하게 대답을 이어가자 박계동 의원은 다른 전략을 취했다. 질문자로 나선 박 의원은 "(질의하게 되면) 강 장관님 페이스에 말려 헷갈리게 된다"며 질의를 포기하고, 주어진 시간 내내 동료의원들을 향해 연설만 했다.

발언 말미 박 의원은 강 장관 쪽으로 자세를 바꾸며 "간곡히 부탁드리는데, 법률적으로는 벗어날 지 모르지만 행정부와 의회는 서로 대립·견제하기도 하지만 협력해야 할 관계"라고 저자세를 보이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