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문구점에 아주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어제 어떤 분이 조심스럽게 요즘 무슨일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매일 제일 늦게 문닫던 곳이 일찍 -일찍이라 해도 10시 - 문을 닫으니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일요일은 오후 4시에 제가 교대하고, 남편더러 푹 쉬라고 했습니다. 제가 9시 30분 정도에
문구점 문 닫고 들어가구요.
그리고 월요일엔 그대신 퇴근후 1시간정도 도와주고, 저녁 식사 하는 것 봐주고 - 저녁도
시켜 먹지 않고, 근처 식당에 가서 편하게 먹으라고 했어요. - 제가 일찍 집에 들어가기로
했구요.
화요일은 바빠서 둘다 같이 있었네요.
수요일은 남편이 들어가고, 제가 문구점 문 닫구요. 목요일은 또, 제가 쉬고...
어젠, 아예 저녁 시켜먹고, 같이 정리하고 들어 갔네요.
지난 1년 7개월동안 우리 세식구 같이 저녁 먹은 날이 하루였는데, 지난 주부터 어제까지
서너번이나 되네요.
사실은 남편도 많이 지쳐 있었던 거였어요.
왜 안그렇겠어요? 1년 반동안 1-2시까지 일을 했으니, 지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지요.
남편은 그렇게 열심히 해도 답보상태인 문구점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아 보이네요.
이대로 나가면 발전이 없다, 혼자서는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하더라구요.
그렇다면 내가 회사 그만두고 둘이 같이 일을 해야 하는데, 내 수입만큼 벌 수가 있을까요?
그건 거의 불가능해 보이거든요.
수요가 한정이 되어 있는데, 문구점 수가 포화상태인 이 곳에서, 과연 가능할런지...
남편도, 나도, 딸아이도 모두 피곤하니까 지금보다는 편하긴 하겠지요. 아무래도...
그리고 남편이 물건을 하러 갈 수 있으니 지금보다는 유행하고 있는 물건들을 빨리 들여
놓을 수 있긴 할테고... 매출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올릴 수 있긴 하겠지요.
집도 정리가 되고, 깨끗해질테고...
하지만, 급여 얼마 안되고, 전문직도 아니고, 보너스도 없고... 따져 보면 안좋은 것도 많지만
근무환경 편하고, 사람들한테 스트레스 거의 안받고, 이만큼 안정되고 편한 근무처도 없는
데, 이 나이에 이만한 일자리를 어디 가서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더이상 발전 없는 회사생활 정리하는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아지네요.
문구점도 오래 하고 싶지는 않은데 - 수고에 비해 너무 소득이 적네요.
작년 빼빼로데이에 최고의 매출을 올렸었는데... 올해는 경기가 안좋아 어찌 될지 알 수가
없네요.
저희가 매월 단골손님 생일을 챙겨주거든요.
근데, 어떤 분이 고맙다고 밤을 한보따리 보내주셨더라구요.
어제 무슨일 있나 걱정해 주시던 분도, 연필 하나라도 꼭 우리 문구점에 와서 사시는 분
이구요. 어떤 엄마는 300원짜리 유리구슬 사는데 주문한 게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세번씩
이나 헛걸음 하시면서도 오시더라구요.
문구점 하면서 보람 느낄때가 이럴 때 인것 같아요.
많이 생각해보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아요.
남편도 어떻게 해야 매출이 더 오를까, 항상 신경쓰고 있더라구요.
빨리 경기가 좋아져서 모든 분들이 넉넉해 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