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때는 바야흐로
낙엽이 구르면 까르르 웃고, 말똥이 굴렀다면 웃다못해 땅바닥에 뒹굴어야 하는 꿈많은 여고시절,
언덕배기에 비스듬이 지어진 교정에는 진달래, 철쭉이 만발하고 천리향 향기가 머리를 아득하게 할만큼 아름다웠던 봄에 무늬만 선생님이지, 아직도 앳된 여대생 모습 그대로인 가정선생님이 떠억허니 오셨다.
우리가 누군가?
어떡허면 지루한 수업시간을 좀 땡땡이 쳐볼까가 이 여고시절 갈래머리 여고생들의 막중한 임무이자 의무가 아닌가?
그리하여 곧잘 선생님은 우리 꾐에 넘어가
계란을 삶다가도 영화이야기로 넘어가고
옷을 만들다가도 선생님의 짝사랑 이야기로 넘어갔으며
그러다 가끔씩은 소리없이 창너머로 가자미 눈을 하고 수업을 감시하던 교감선생님과 겸연쩍게 눈도 마주치셨다.
그렇게 삼월 한달은 속절없이 흐르고
드.디.어 만.우.절.날.
선생님은 하얀 블라우스를 단정히 입으시고 마악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조금 더 늦게 반장이 교실로 들어오며 외친다.
"선생님, 젖 나왔어요. " (전화왔어요 하는 경상도 버젼)
그 소리에 갑자기 선생님 얼굴을 붉히시며 어쩔줄 모른다.
아기도 안 낳았는데 왠 젖????
"선생님, 전나 왔다니깐요. (역시 전화왔다는 경상도 강세 버젼)
그때서야 비로소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시며
전.....화????? 하신다.
그리고는 젖이 아니고 전화라는 반가운 마음에 만우절도 잊으시고 거짓 전화를 받으시러 교실을 뛰쳐 나가신다.
(또 전나라고 외친 그 학상은 발음은 더럽지만 평소 용모 단정, 공부 우수,무뚝뚝 3학년 1반 반장이 아니던가)
한가지 문제라면 전화라는 것이 지금 수업하는 건물과도 다르고 더우기 언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교무실에...
그것도 모자라 천적이나 마찬가지인 가자미 교감선생님 책상에서 달랑 혼자 전 교무실을 담당하며 외로이 살고 있었다.
아~~~ 순수하시고 청순하시고 다정하시고, 그러나 조금 뚱뚱하시던 우리 가정 선생님은 족히 십분이 흐른뒤에 땀을 흘리시며 오셨다. 근데 아무 말씀 안하셨다.
(짐작컨데 가자미 교장선생님께서 오지도 안한 전화를 받으러 수업시간에 교실을 비우고 뛰어오신 선상님을 순순히 보내주셨을리 없당)
우리는 작전 성공에 허리를 꼬부리며 웃다 선생님 얼굴을 보고는 갑자기 너무 미안하여 오늘만은 만우절에 상관없이 열씨미 공부하고자 결심 또 결심 하였는데,
옆반 반장이 교실문을 빼꼼히 열고 또 외치는 것이었다.
"선생님, 젖나왔어요. "
우리는 어쩔 수 없었다. 책상이 뒤집어지고 눈물을 흘리고...선생님도 울다 웃으시고.....
우리반 반장 왈...
"야, 이것아 ! 그거는 우리반 작전이라고 안 했나? 저기 바보아이가.....
(반장끼리 만우절 전략을 중복하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서로 대책을 세웠는데...띨한 옆반 반장이 그걸 써먹을라고...ㅉ ㅉ ㅉ)
그렇게 어이없이 우리에게 당하시고도
늘 당부하시던 말씀
팔꿈치에 굳은살이 박히니 절대 팔꿈치를 바닥에 닿이지 말것이며(고로 수업시간에 턱을 괴지말것)
집에서 걸레질을 하더라도 무릎을 바닥에 대지 말것, 무릎을 꿇지 말것, 무거운 것을 두팔 가득 들지 말것 등등...
아~ 또 한가지...한창 클 나이에 먹을것이 넉넉찮아 버짐이 핀 우리 얼굴을 보고 엄마 몰래 참기름을 한숟갈 훔쳐 먹으라시던 선생님.
지금은 어디에서 학생들을 다정하고 따뜻한 가슴으로 가르치고 계실지....
아니면 그 옛날 쫌생이 교감선생님처럼 가늘게 가자미 눈을 하시고는 수업을 땡땡이 치고 연애이야기를 수업하고 있는 교실을 적발하러 다니시는지.....
끝으로
수업을 안하게 해주어 고맙다고 팥빵을 사주던 친구들 다시금 감사하며
빵 사준다 약속만 하고는, 빵 안사주고, 수업도 안한 친구들 사과하기 위해 다시 만나자.
다 용서할게.
그라고 선상님....예나 지금이나 그립고 사랑하닙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