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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은 필요악


BY 개굴스 2004-10-12

당신이 만일 남자라면(여자라면), 젤 먼저 무얼 해 보겠느냐?라고

누가 물어본다면 남자목욕탕에 들어간다... 따위의 대답을 한 단계 넘어

나는 집창촌에 가 보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다행히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

가벼운 질문에 분위기를 썰렁하게 아작낼  그 대답을 할 기회는 없었다.

 

옛날에 학교까지 가는 버스를 타면

 길음동을 늘 지나쳤는데

대로변 골목 모퉁이에

미아리 텍사스촌의 끄트머리가 슬쩍 드러나 있었다.

쇼윈도에 드레스를 입은채 불빛 아래 다소곳이 들어앉은 여자들....  

 정말로 그것은 형언하기 어려운 기묘한 상품의 디스플레이었다.

저 검은 골목 속에서 행해지는 여러가지 기기한 "짓"들에 대한 상상...

사실 그것은 여자인 내가 꾸며낸 것이 아니라

남자들의 눈을 빌려 얼핏 엿본 환상의 일부였다.

 

남자 소설가들이 쓴 소설을 읽으면

젊은 날의 방황 속에는 꼭 창녀가 등장했다.

성녀와 같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버림 받은 채 창녀를 찾아간다. 

창녀는 저속하고 거칠지만 알고보면 가난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솔직하고 순박한 본성의 소유자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총각성을 버리고 성에 눈뜨고

그러면 그토록 미숙했던 존재가 거짓말처럼 거듭 태어난다.

혼란한 젊은 시절의 한가지 통과의례처럼

집창촌은 어둡지만 신성했고 또 그것이 그럴 듯 해보였다.

 그래서 나는 좀 억울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란 여자도 존재에 대해 고민할 만큼 하는데

그런 마땅한 계기를 마련할 수가 없으니 영영 미성숙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할 거

같다는 억울함...

실재로 나와 의식 수준이 별 다르지 않는 또래의 남자애들이

입영시기를 기준으로 

비로소 그 곳에서 소년의 때를 벗는 다는 투의 이야기를

심상하게 내뱉기도 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말들이 많다.

수요자는 수요자들 대로 공급자는 공급자들 대로

그리고 이해 관계에 얽히지 않은 대다수의 일반인들도

매춘이 옳다고 배운 사람은 없지만

다들 그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견해는 분명해 보인다.

건전한 성문화 정착과 인류의 태생적 원죄론과 단순한 동정심과

사회적 정치적 고찰에 이르기까지...

 매춘이라는

인류의 역사만큼 질기고 오래된 성의 매매행위는

금지된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더욱 사그라들지 않은 

논쟁거리 중의 하나였다.

 

많은 의견중에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매춘은 필요악'이라는 견해이다.

'필요악'은 말 그대로 나쁜 것이지만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 필요악이란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 단어인가?

 

매춘을 금지하면 남자들이 성욕을 해소할 출구가 없어지고

그러면 나의 아내나 딸을 강간할 위험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나 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내 식구가 아닌 다른 여자 누군가가 그 행위를 제공해

남자들의 성욕을 해소할 출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 나를 비롯한 많은 남자들도 만족스럽고

 양가집 규수들은 강간의 공포에서 해방되어 안심하게 살 수 있고

매춘부는 댓가로 화대를 받으며  가장 멸시 받는 하층 집단인 채 그대로

존속하면 된다..가...

그 이유있는 주장의 개요인 것이다.

 

전쟁을 필요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논리 또한 마찬가지다.

인구가 너무 많다고 전쟁으로 수를 좀 줄여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역시

전쟁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불행을 조장하는.

필요악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개념을 한가하게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악이라고 규정짓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존재를 인정해야한다.

네덜란드의 공창 제도에 관한 내용을 tv에서 본 적이 있었다.

매춘여성이 공개적으로 인터뷰에 응한 것 부터 적이 놀라웠고 

수건 갯수까지 지정한 철저한 위생관리와 더불어

원하지 않는 성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

매춘여성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한 법규도  

모든 것이 너무나 명확하고 철저해서

그 금발의 여인이  모자이크 뒤의 범죄자가 아닌

그저 평범한 회사원 여자처럼 느겨졌다.

 

물론 매춘이 의사나 판사만큼 권장할 만한 직업은 아니지만

적어도 필요하다고 주장 할 거면 

악이라고 매도하기 전에

기본적인  권리와 보호는 필수이며 

그들을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음험하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그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할 거면

남성의 성욕을 당연시하고 관대하게 바라보는 만큼

여성의 성욕을 비낀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하며

해묵은 순결논쟁 따위는 집어치고  평등하고

개방적이고 솔직한 성문화를 만들어내든지,

아예 금욕적이고 도덕적인  사회문화를 조성하고

절대적이고 확실한 규율과 벌칙을 집행하여

성의 약자에게 제도적으로 강력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건전한 성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매춘을 행하는 여자들이 헤프다. 쉽게 돈 벌려고 한다 욕하기 전에

일반의 필요를 위해 은근슬쩍 방치한 그 이기적인 이중의 잣대를

먼저 걷어치워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매춘 여성은 1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여자  20명 중에 한 명 꼴이다.

 심심해서 벼룩시장 구인란을 죽 훑어본 적이 있는데

그 많은 구인란 중에서

 젊지도 않고 전문적인 기술도 없고 가사일도 서투른

 별 볼일 없는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노래방 도우미 뿐이었다.

침잠하는 경기 속에 많은 여자들이 언제라도 매춘여성이 될 수 있는 현실에 살고 있다.

법이  옭아맨다고 모든 것이 깔끔하게 해결되지는 않을 거 같다.

거리마다 흥청망청 넘쳐나던 매매춘은 누구의 탓이며

이제사 다시 쫓고 매질하는 지금의 매매춘은  또 누구 탓인가? 

그것은  어느 누구도 책임 지지 않는 성의 어두운 뒷면이며

이 시대에 가장 보편적인 성문화의 모습이기도 했다. 

무기력한 나 자신의 양면성이

내가 사는 이곳을 갈수록 더 질척한 수렁으로 만들어 놓지는 않을까?

나 혹은 타인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더이상  매매춘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돈 때문에 몸을 팔 이유도 필요도 없는 그런 시대가 온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자유시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