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드라마가 끝나야 항상 잠을 자는데 그날을 일찍부터 피곤해서 9시 뉴스를 보다가 잠이 들었어요. 깜박 맛있게 잠을 자는데 5살짜리 딸아이가 와서 깨우는거예요.
엄마 코파줘
나중에 파줄께
싫어 지금 파줘
무슨 말이냐고요 아이가 어려서 코를 못풀때 감기에 걸려서 코가 꽉 막히면 보고 있는 내가 더 답답해서 아이를 눕혀놓고 귀후비개로 코를 파 주었는데 그게 시원한지 한번씩 코가 막히면 코파달라고 하는거예요 하지만 맛있게 자고 있는데 일어나기 귀찮아서 나중에 파줄게 하고 보냈어요. 5분도 안되어서 아이가 또 코를 파달라고 어찌나 조르느지 차라리 원하는걸 해주고 편하게 자는게 낫겠다, 싶어서 일어났조. 불을 켜놓고 아이의 귀엽고 작을 콧구멍을 들여다 보니 코도 막히지않았길래
현지야 팔게 없는데
아니야 답답해 파줘
있어야 파지
잘봐봐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 보니 저기 깊숙히 거의 눈밑부분에 뭐가 보여요. 그래서 귀후비개로 살짝 살짝 건드려 보니 휴지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상해서
현지야 코에 뭐 넣었어
응
뭐
휴지
휴지를 왜 넣었어
그냥
답답해
응
어떡하지
옆방에서 주무시는 시어머니를 깨웠어요.
아이는 내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니 무서웠는지 눈물이 글성글썽
어머님도 못빼겠다고 병원에 데려가나네요,
어느병원으로 갈까 작은 병원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있나 싶어 5만원을 들고 택시를 타고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어요. 접수를 하고 응급실에 갔더니
어떻게 오셨어요.
아 네 아이코에 휴지가 들어가서
저기 앉아서 기다리세요.
5분쯤 기다리니 다른 의사가 와서 물어요
네 아이가 코가 막혀서요
뭐 그런일로 응급실에 왔냐는 표정
하지만 어쩌겠어요, 코에 휴지를 가득넣고 아침까지 기다리라고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들 바쁜데 빨리 해달라고 조를수도 없고 해서 1시간을 기다렸어요. 잊어버렸나 싶어서 물어봤더니 더 기다리라네요.
한 30분 기다리니 위로 이비인후과 외래 진료실로 올러오라네요
자다 일어난 레지던트 피곤한가 짜증스럽게 한마디 하네요.
지금 빼면 15만원 이고 내일 아침에 외래로 오면 싼데요 어떻게 하실래요.
지금 빼 주세요.
네 아이 코를 들여다보더니 핀셋으로 금방 빼네요. 너무신기하ㅣ고 고맙고 아주머니 써비스로 귀도 봐줄까요.
네 그러세요.
그리고 병원비 5만원 냈어요, 깊이 있으면 내시경을 넣고 보아야 하는데 마침 그정도는 아니라서 병원비를 기본만 받는네요.
참 고맙드라고 고맙다고 인사를 몇번 하고 아이 손을 잡고 나왔어요.
아이 키우다보니 별일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