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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실컷 울었다. 집에 아무도 없기에.... 실직하여 집에서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남편을 보노라니 복장 터진다.
언젠가 어떤 책에서 인간관계에도 저축을 해야 한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요즘처럼 내가 벌어서 가계를 책임져야 할 때에 실직한 남편의 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 말조심.행동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넘이 예전에 했던 행동들을 생각하면 그게 그리 쉽게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감정계좌에 잔고가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예전에 감정계좌에 저축을 잘 해 놓았으면 이럴 때에 그걸 하나하나 꺼내어 유익하게 쓸텐데...
아이들 때문에도 화목한 가정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기에 내 마음을 잘 다스리며 살다가도 어쩔 때는 그 넘이 과거에 내 가슴에 못 박은 일들이 떠올라 참을 수가 없게 된다.
그렇게 나를 가슴 아프게 해 놓고 언제 한 번 정식으로 사과 한 번 안하고 어물쩡 넘어갔지만 그래도 나는 애들 아빠고 어쨌든 좋은 직장에서 번듯한 직함 가지고 돈도 꼬박꼬박 벌어다 주니까 그걸로 카바하고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넘이 자기 실책으로 감사받고 직장 잃고 교통사고까지 내서 집에 가압류붙고 재판 걸려 있고 내가 번 돈으로 먹고 살자니 먹고 살기 빠듯하고 울화통 터진다.
나는 결혼해서 혼자힘으로 죽기살기로 애들 키우고 직장 다니고 뼈빠지게 아껴 집 장만하고 범생이로 살았는데 이 넘은 여러 가지로 내 가슴에 못을 박고 .... 내가 잘 못 한게 뭐란 말인가?
억지로 죄를 잡자면 천하에 둘도 없이 괴팍한 시어머니 비위 못 맞춘 죄밖에 없다.
하지만 넋두리는 이젠 그만 하련다. 다시 일어서야겠다. 어렸을 때 겪은 일이지만 부모가 불화하고 너무 가난한 것 티내고 강조하고 엄마가 우울해 있으면 자식들 기죽이고 인생 망치기밖에 더하나.
어차피 짧은 인생.마음 단단히 먹고 대범하게 생각하고 다시 이 넘을 살살 구슬려서 돈 벌게 해야겠다. 틱틱거리고 눈치 주고 싸움걸어 가정분위기 망치면 그에 상응하는 실이 엄청 많아진다.
다시 마음을 굳게 먹자. 그래도 다행히 생활력은 엄청나고 자식사랑은 끔찍한 넘 아니더냐. 이제 더 이상 울지 말고 표정관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