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도 쉬었습니다. 뜨겁던 여름부터 시작해서..지금 초겨울. 몹시도 뜨겁던 지난 여름의 어느 날에, 제가 근무하던 부동산 사무실이 갑자기 문을 닫아 시작된 저의 실직이 그동안 열심히 자리를 알아봤는데도 아직 이렇게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청평까지 일자리 알아보러 몇번을 다녀왔는지 모릅니다. 에어컨 바람아니면 견딜수없을 정도의 더운 날에 버스를 타고 다녀왔었고, 며칠전에 이미 황량해진 북한강변을 달려, 동업을 하자는 사장님을 만나고도 왔습니다. 경기가 너무 어려워서인지, 우리나라는 이미 한겨울 속에 있는듯 합니다. 어제는 15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있었지요. 몇몇의 아는 분들이 재수, 또는 삼수, 사수를 하면서 이번에 또 응시를 했는데 해마다 어려워 지는 시험을 감안하고라도 정말 말도 안될 정도의 벅찬 15회 시험을 치르고 모두들 넋이 나간듯 했습니다. 작년 이맘때, 어렵시리 합격했던 한껏 들떴던 마음이 생각나네요. 혼신을 다해 두해동안 공부했었기에,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수도 없을 정도였지요. 이번에 너무나 힘겨운 시험을 치르고 허탈해 하는 많은 사람들.. 그분들에겐 시험의 합격이 너무나도 절실했겠지요.. 그러나.. 막상 자격증을 어렵게 손에 쥐고도 그때부터 부딪쳐야 하는 세상은 얼마나 각박했던지. 지난 1년을 그다지 배운것도, 이룬것도 없이 그냥저냥 보내고 말았단 생각이 듭니다. 요즘, 오랜동안 친분을 다져온 다른 부부와 함께 주말이면 산에 오르는게 취미가 되어 버렸답니다. 점심 지어먹을 것들을 집에서 챙겨선 베낭에 담아 짊어지고 가을을 주제삼아, 살아가는 얘기를 주제삼아, 맛있는 음식을 주제삼아. 많은 얘기들을 주고받으며 산에 오르다보면 한주일의 피로가 땀방울과 함께 가을 공기속에 말끔히 흩어져 버리더군요. 얼마전까지만해도 너무나 선명한 붉은 색을 자랑했던 단풍이 지난 주일 등산땐, 서너잎만 남긴채 떨고 서 있었어요. 산 아랫자락엔 아직도 노랗고 빨간 단풍이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위로 오를수록 나무들은 점점 앙상해 지더군요. 그 찬란했던 단풍의 계절이 서서이 우리곁을 떠나고 있었어요. 바람이 가지를 흔들때마다, 색색의 나뭇잎들은 그만 정들었던 나무의 손을 놓쳐 버렸지요. 다시 만날 내년을 기약하면서요... 어쩐지 올해는 저도 겨울을 맞이하는 기분이 다른해와 다르네요. 마음이 쓸쓸해 옵니다. 제가 마치 낙엽이 되어, 어딘지 모를 세상을 바람부는 대로 떠돌아 다니는듯한 그런 쓸쓸하고 두려운 생각이 자꾸만 드네요. (갱년긴가???) 얼마전, 우연히 한통의 메일을 받고 제가 졸업했던 서울의 동명초등학교의 동문모임에 가입을 하게 되었지요. 오랜동안 잊고 살아서, 정말 까마득한 추억에 묻혀만 있었던 얼굴들과, 이름들이 그 사이트에 모여 있었더군요. 이미 가입을 했었던 동창애들이 전화를 하고 게시판에 반갑단 인사들을 올리고. 하나둘, 생각나는 얼굴들..이름들. 모두들 각자 다른 길에서 열심히들 살다가 졸업후 33,4년 만에 이름들을 불러보고 거기 올려진 졸업앨범에서 얼굴들을 확인해 보았답니다. 시집을 보낼 딸이 있는 애가 있는가하면 늦둥이를 봐서 어린아이를 둔 애도 있더군요. 더군다나 제가 살고있는 마석에 동창이 셋이나 더 살고 있었어요. 제가 잘 가는 축령산 바로 아래서 '깊은 산속 옹달샘'이란 팬션을 운영하고 있는 동창도 있었고, 우리 딸아이와 한 학교에서 서로 알고 지내는 오빠의 엄마가 바로 저의 동창이기도 했습니다. 어딜 가도 죄짓고는 살지 말아야 겠단 생각이 다시한번 들더군요. 수십년만에 그 친구들을 만나서 얘길하게 되면 그 오랜 세월이 한순간처럼 생각될것 같아요. 아직도 창밖에선 세찬 바람소리가 들려 옵니다. 아직 겨울은 아닌데..저 바람이 겨울을 몰고 오겠지. 많은 사람들이 이번 겨울을 춥지않게 보낼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도, 이웃도,그리고 내가 모르는 어떤 사람들도... 오늘은 기분만큼이나, 글도 두서없이 써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