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죄송스럽다는 말씀부터 드릴께요. 아가씨도 아닌데 이렇게 글을 쓰게 되서요.
예전 자료조사 때문에 사이트 가입했다가 자취하는 저로썬 유용한 정보도 많고 또 여기저기
재밌는 내용도 많고 해서 남자면서도 계속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성에 대해서
이해하는데에도 많은 도움도 되구요.
음... 이제 제 고민을 말씀드릴께요. 저에게는 2년동안 사귀어온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제 대학후배인데 제대하고 복학하면서 알게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사귀게 되었죠.
그 동안 참 이런저런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집안도 어렵고, 거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해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이런 저런 힘든일이 많았지만 함께 서로 위로해주고, 특히
그친구가 제게 힘을 많이 줬죠. 저에게 안좋은 일이 일어났으니까요. 저는 그 친구에게
선배로써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고 자신감도 불어넣어주고, 잘 지냈습니다.
특히나 서로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하는 학생이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죠. 2년동안 정말
서로만 보면서 살았습니다. 서로 생각하는 것, 좋아하는 것 등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구요. 둘 다 주변에서 요즘 애들 같지 않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듣는 그런 타입이라
만나면 쓸데없이 돈쓰고 놀러다니는 것보다도 같이 공부하고 얘기하고 그런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한번씩 기념일 같은 때는 여행도 가고, 학교에서 정말 소문난 커플이었습니다.
둘다 성격도 좋아서 학과에서도 다 잘 알고 친하게 지내니까요.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아무튼 작년 겨울에 여자친구가 교환학생을 가야겠다고 생각을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좋은 일이고, 좋은 경험이고, 미래의 바탕이 되는지라 저도 찬성했고,
정보도 알아봐주고, 공부 지도도 해주고, 한번씩 좌절하거나 힘들어하면 힘도 북돋아 주고
도와주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무문제 없었구요.
그러던 중 이번 여름부터 저는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렇지않아도 힘들던 집안이 거의 바닥을 기고 있었기 때문에 등록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동시에 해가면서 돈을 모았습니다. 아침에 여섯시 반이면 나와서 밤에
집에 들어가면 밤 열시반쯤되니까 거의 주말밖에 못보고 그 친구도 평일에는 학교수업과
캐나다 어학원에서 하는 강의, 주말에는 과외를 해서 정말 1주일에 주말, 그것도 3,4시간
정도씩 밖에 못봤습니다.
그래도 서로 미래를 위해 젊음을 투자하는 것이고 더 밝은 미래를 위한 것이라 이해해주고
격려해주었죠. 그러던 중 지난주 토요일에 여자친구가 고백했습니다. 그만만나자고. 약 한달
전부터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원래 다음주에 여행가기로 했는데 저번주에 그걸 못가겠다고
하길래 무슨 일이있냐고 물었더니 제대로 말을 안해주길래... 약간 이상했지만 설마 했습니다.
하지만 맞더군요. 워낙에 갑작스런 일이라 집으로 돌려보내고 혼자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녁에 만나면 마음을 돌려보아야지 하고 결심을 했지만 막상 저녁에 만나보니 이미 그친군
마음이 굳게 들어서있더군요. 그래서 그냥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헤어진 이유가 이상합니다. 왜 그렇게 결심했냐고 했더니 여러가지 이유를 대더군요.
우선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게 되있다고... 그게 사실 아니냐고... 남자들 군대가면
왜 다 헤어지냐고... 그러면서 저 혼자 남겨두고 가는 것도 기다리게 하는 것도 마음아프고
자기도 (아까 성격이 밝고 적극적인 애라고 말씀드렸죠) 미국가면 많이 사람들 만나고 지내고
할텐데 거기가서 남자라도 하나 만나면 어떡할꺼냐고... 그때가서 기다리고 있는 저에게 이런
말 하느니 가기 전에 헤어지고 가는게 낫겠다고... 그리고 1년동안 자기는 정말 큰 세상을
마음껏 경험하고 싶은데 저랑 사귀는 상태로 가면 부담될 것 같답니다. 자꾸 걱정되고 생각나고...
그리고 저도 지금 아주 중요한 시기고 힘든 시긴데 이상태로 가면 생활에 충실할 수 없고 자꾸
자기 생각나고 걱정되고 그렇지 않겠냐는 겁니다.
그리고 그동안 2년간 정말 저하나만 보고 살았습니다. 그런 녀석이었는데, 한 반년간 계속
외국인들도 많이 만나고 밖에 학원다니면서 직장인들과도 많이 만나고 하는 동안 생각이
바뀌었나 봅니다. 자기 말로는 그동안 너무 편협하게 살아온 것 같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리고 제 문제로 여기저기 많이 말을 했는데 친구들은 그냥 미국가서
미국남자 하나 사겨서 영어도 배우고 지내다가 와서 다시 오빠랑 사귀면 되지 않느냐고
그런말도 많이 했지만 자기는 그런거 속이는거 같아 싫답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이렇게
젊은 나이에 그렇게 남자친구 하나에 목메는 것도 좋지 않다고 아직 결혼할 나이도 아닌데
뭘 그러냐고 그런 말도 하고 그런 말 듣는 와중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거 같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자기가 1년동안 가있는 동안에 서로가 얼마나 어떻게 변할지... 특히나 자기가
얼마나 변하겠으며 서로 1년 뒤에 그 모습에 적응할 수 잇겠냐는 겁니다.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정말 2년동안 했던 달콤한 말들은 거짓말만 같고 속고지내온거 같아
괴롭습니다. 중간중간에 했던 말들... 다 거짓말만 같아요. 이런저런 이유를 많이 얘기했지만
진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첫번째 경우는, 정말 순수한 마음에 절 걱정하고, 자기를 걱정해서 그렇게
결심한 경우가 있겠지만. 저와 사귀는 동안 걔가 한 말중에 남자들은 너무 여자들을 이상적으로
본다고 사실 보면 그런 여자는 요즘 세상에 없다고... 다들 내숭이고 꾸미는 거라고 그런 말을
했습니다. 그걸 돌이켜 볼때 이건 아닌거 같습니다.
둘째, 휴학하고 자긴 공부하고 하는 동안 멀어진데다가 주변에 외국인, 직장인 들을 만나면서
변심한겁니다. 다른 남자를 만날 수도 있구요. 누군가 부추겼겠죠.
셋째, 그동안 정말 세상물정 모르고 애가 순해빠졌었는데, (성격상으로는 독한면도 있고
순해 빠진 애는 아닌데 세상물정 모르고 사람 잘 믿고 그런겁니다.) 그래서 저만 믿고 2년간
따라왔는데, 여기저기 많은 경험을 하면서 세상을 조금 알게되었고 더 알고 싶어진거죠.
저만 남자가 아니란 것도, 그리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좀 더 나은 배경을 가진 남자에 대한
열망, 더 큰 세상에서 놀고 싶다는 열망 (꿈이 큰 아이입니다.) 등이 갑자기 한꺼번에 몰아쳐서
애가 사실 변하긴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 안속고 지낼꺼라고 그동안 자기만 손해보고 많이
살았는데 자기도 약아빠지게, 독하게 살아야겠다는 말을 한번씩했습니다. 세상을 조금 알겠
다구요.
위에 세가지 정도로 생각이 됩니다. 여자가 여자를 안다고 여자분께 질문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떤 걸까요? 후... 사람 관계란게 정말 이런건가요? 2년관계가 남남이 되는게 대화시간 합하면 1시간 불과한 시간에 끝나버린다는게... 허무하네요... 참 허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