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이 내년 2월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27일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 여야가 이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2007년 3월. 혼인신고를 하러 구청에 간 신혼부부 A.B씨. 그들의 손에는 눈에 익은 호적등본 대신 새로운 신분등록부가 들려 있다. 개정 민법 발효 이후에는 호적 대신 새로운 신분등록부에 개인의 인적 사항을 기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혼해 형 집에 살고 있는 시동생 C씨와 형수 D씨는 개정 민법상 가족이 될 수 있다. 이전엔 결혼해 분가한 C씨는 형수는 물론 자신의 형과도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었다. 엄마의 성을 따른 자녀도 생길 수 있다. 부모가 결혼할 때 자녀의 성을 부모 중 누구의 성으로 따를지를 미리 정하면 된다. 2007년 가을 딸 E를 데리고 재혼한 여성 F씨. 그는 가정법원에 재판을 청구해 아이의 성을 새 남편의 성으로 바꿀 수 있었다. 딸아이가 새 아버지와 성이 달라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해 정신과 병원에 다닐 지경이 됐기 때문이었다. 지난 봄 남편 G씨의 사망 후 그의 외도로 태어난 아이가 아내 H씨 앞에 불쑥 나타났다. 그가 놀란 것은 그 아이가 H씨(자식이 없거나 딸만 있는 경우)의 호주이며 H씨와는 법적으로 부모.자식 간으로 돼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미혼모로 혼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J씨. 그는 아이를 자신의 성(姓)으로 호적에 올렸다. 그런데 어느 날 나타난 그 아이의 아빠는 아이를 자신의 호적에 올리고 성도 바꿔버렸다. 결혼 후 5년 동안 아이가 없어 애태우던 K.M씨. 그들은 사회복지시설에서 아이를 입양하면서 양자가 아니라 자신들이 낳은 아이(친생자)로 신분등록부에 올릴 수 있었다. 아이의 성도 양아버지 K씨의 성을 따를 수 있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여야가 합의한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우리 가정과 가족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사안별로 점검해봤다.
혼인 신고 때 호적 대신 신분등록부
신분등록부에는 출생.입양.혼인.이혼.사망 등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변동 사항과 부모.배우자.자녀 등의 인적 사항이 기록된다. 가장 큰 변화는 호주를 기록하던 난이 없다는 것.
한집서 살면 처남·시동생도 가족
하지만 개정법은 가족 범위에 배우자의 형제.자매도 새로 가족으로 정했기 때문에 시동생(또는 시누이)이나 처남(또는 처형 등)도 가족이 될 수 있다. 장인.장모, 시부모와도 가족이 될 수 있게 됐다. 단 생계를 같이해야 한다. 한집에 살거나 경제적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다.
부모 합의 땐 엄마 성 따를 수 있어
하지만 처음엔 아빠의 성을 따르다 중간에 엄마의 성으로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성을 바꿀 수도 있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힘들다.
친부로부터 성폭행당해 부모.자식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정도라면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오한○○'와 같이 부모 성을 함께 쓸 수도 없다. 부모 중 어느 한쪽만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재혼때 데리고 간 자녀 성 바꿀 수 있어
민법 개정안은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될 경우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녀의 성을 바꿀 수 있게 했다. 이 경우 E는 친아버지와 함께 사는 오빠와는 성이 달라진다. 하지만 E와 그의 오빠는 신분등록부에 기록된 부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통해 친부모를 확인할 수 있다.
남편이 외도로 낳은 아이는 남
하지만 새 민법 발효 후에는 이 같은 일은 생기기 어렵게 된다. 호적이 없어져 G씨가 아내 H씨 몰래 아이를 호적에 올리는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이의 새 신분등록부에는 G씨와 생모의 이름이 기재된다.
미혼모 아이는 엄마 성 계속 사용
하지만 앞으로 이 같은 일은 어렵게 된다. 미혼모가 키우던 아이의 성과 본은 부모가 협의해 엄마의 성과 본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의가 안 되면 법원의 판결을 통해 엄마의 성을 사용할 수 있다.
입양 사실 신분등록부에 기록 안 돼
이들 부부가 입양을 결심한 것은 개정법에 입양 사실이 신분등록부에 기록되지 않는 '친양자 제도'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친양자 제도를 통해 입양된 아이는 낳은 부모와는 법적으로 부모.자식 관계를 완전히 끊게 된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