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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우리나라보다 잘살았던 필리핀...(펌)


BY ,,,,, 2005-01-29

가끔 술 대화 중 간혹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필리핀이 무슨 죄를 졌길래, 자꾸만 ‘필리핀' 하는가?’

 

처음에는 저도 이상했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제가 요즘은 ‘이러다가 우리가 정말 필리핀 된다’고 강조하고 다닐 정도이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께요. 홍콩특파원 시절 홍콩에서 본 필리핀 사람들. 정말 불쌍하고,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납니다. 아시아 담당 기자로 출장도 갔고, 현지사정은 더 처참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필리핀 가정부들을 보면 그들을 고용하는 홍콩 사람들과 외국인(주로 미국, 영국, 일본등 서구 및 선진국들. 한국인들도 상당수)들이 미워집니다.

(저는 한번도 식모를 쓴 적이 없습니다. 경제적 능력 때문.)

 

잠깐! 필리핀 가정부들을 한번 보세요.

<사진 1: 홍콩 첵랍콕 공항에서 친구를 떠나보내고, 나를 만나 사진 한장 찰칵!

모두 대학 나온 젊은 엘리트들이지만, 홍콩에서 직업은 가정부입니다. 내 동생이 저런 신세라면. 밝고 예쁘지만 속은 썩겠지요.>

 


 왜 홍콩인들이 밉냐구요? 

 이유를 얘기하겠습니다.

 

 홍콩의 집은 작습니다. 작아도 비쌉니다.

25평 정도 되면 5~6억원은 훌쩍 넘어갑니다. 그것도 최근 5년 동안 50% 정도 떨어져서 그런 겁니다. 예전에는 10억 짜리 집입니다. 그러니 25평 짜리 집도 현지에서는 큰 편입니다. 

 

 그래서 홍콩인들은 15~18평 짜리 집에서도 많이 삽니다.(그 이하도 많고요)

방이라 봐야 침실 1개, 공부방 1개, 그리고 칼잠 잘만한 쪽방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홍콩사람들은 가족이 많아요. 물가가 비싸니 가족 3대 여러명이 한꺼번에 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가정부는 꼭 씁니다. 이유는 맞벌이를 해야 먹고 살고, 반면 외국인 가정부 인건비가 무진장 싸기 때문이예요. 우리 돈으로 50만원이면 한달 숙식 가정부를 쓸 수가 있어요. (50만원은 필리핀 물가로는 비싸지만 홍콩에서는 쌉니다.)

 

 물론 가정부들 국적은 홍콩인들이 아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후진국 가정부들이지요. 그 중 필리핀 가정부가 가장 많습니다. 홍콩에만 15만명이 있으니까요. 인도네시아 가정부도 7만여명 정도 됩니다.

 

 우리(한국)가 요즘 얼마나 편합니까. 어디 여행 또는 출장을 가도 잠은 편해야 한다고 일부러 2인1실 안쓰고, 1인1실을 쓰는 경우가 많지요.(자기 돈 내고)

 

맞아요. 잠은 편하게 자야 합니다. 다른 것은 아껴도 잠은 편하게 자고, 화장실은 편하게 써야지요.

 

그런데 필리핀 가정부들은 잠잘 곳도 없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아파트내 숙식인데 잘 곳이 없다니?

 

그들 중 상당수는 부엌 바닥에서 잡니다. 그 부억도 솔직이 돌아누울 공간도 안되는 곳입니다.

 

 조금 나은 경우를 얘기할까요. 이사를 가려고 여러 집을 살펴 본 적이 있습니다. 한 집을 찾았어요. 번듯하더군요. 부엌을 들어가 봤어요. 그런데 그 안쪽 입식(우리처럼 좌식이 아님) 화장실이 하나 있고, 화장실 냄새를 고스란히 껴안는 조그만 쪽방이 하나 있더군요. (가정부는) 부엌에서 나오지도 말고, 거기서 일(?)보고, 화장실에서 조용히 자라는 얘기입니다.

 

 홍콩 가정부들, 불쌍한 얘기를 계속하겠습니다. ‘홍콩의 겨울’ 하면 ‘따뜻하겠지’ 생각하시지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홍콩에도 겨울이 있고, 찬바람도 심합니다. 매년 얼어죽는 사람도 10여명은 족히 됩니다. 현지신문에서도 동사(冬死)라는 표현을 직접 쓸 정도입니다.

 

 겨울철 거리에 나서면 밍크 코트입은 사람부터 반팔 입은 사람들까지 다양하지만, 지난 겨울 저 역시 얼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난방도 안된 집(모든 집이 난방이 안됨)에서 한겨울을 버티려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작년에는 유독 추웠습니다.

 

 

<사진 2: 외투를 입은 채 건물과 건물 사이 난간에 모여 앉아 있는 필리핀 가정부들. 아침부터 해질 때 가지 하루 종일 저렇게 앉아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열대지방에 사는 필리핀 가정부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집을 쫒겨나 거리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버텨야 합니다.  몸이 굳어도 병원 실려 가는 일 이외는 누구가 보살펴 주시도 않습니다.

 

 주말에는 집주인 가족들이 모이니 ‘나가 달라’는 주인들의 엄명(嚴命)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말 홍콩거리는 필리핀 가정부들로 넘쳐 납니다.

 

 물론 주말 친구들끼리 만나 객지의 외로움도 달래고 좋은 면이 있지만, 싫어도 나가서 길거리를 헤매야 하는 신세. 누가 알겠습니까?

 

홍콩에도 태풍이 잦고, 장마도 있습니다. 우기에는 비가 살벌하게 옵니다.

그 때 필리핀 가정부들은 건물 처마밑 어딘 가를 비집고 들어가 비를 피해야 합니다. 눈물이 나지요. 이것은 인간착취이고, 분노할 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이 자본주의의 처절한 현실이니, 아시아 선진국 홍콩에서는 이런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경쟁은 냉정한 겁입니다. 동정. 이런 것 없습니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것. 이것이 적자생존, 정글의 법칙입니다)

 

 더위 때는 어떻습니까? 홍콩의 더위는 살인적이예요. 오로지 피할 곳은 건물이 만드는 그늘 아래 단 한 곳, 그곳에 신문지, 메트리스 깔고 앉아 있는 그들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이들이 왜 고향 떠나 홍콩으로 왔습니까?

 

 뉴욕타임즈는 언젠가 “마르코스 독재 정권이 붕괴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필리핀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의 교육받은 중산층들이 경제적 장래에 대한 비관과 높은 실업률 등 조국에 대한 환멸 때문에 무더기로 해외로 떠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옳습니다.

 

 기사를 이어가 볼까요. 타임스는 “수백만의 필리핀인들은 조국에 장기간 희생하면서 머물러야 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며, 이들이 한때 가졌던 민주주의와 번영에 대한 꿈은 만성적인 경제난과 세계 최악의 공해, 횡행하는 도시 범죄, 정부 조직의 만연한 부패로 인해 사라졌다......”

 

<사진 3: 우리도 중동 사막에 나가 일할 때 서로를 위안하며 마음을 다독거렸지요.

그들도 똑같은 모양입니다.>

 

 

고향을 떠난 필리핀 가정부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대학 못 나오면 홍콩에 오지도 못합니다. 가정부 80% 이상은 대졸이라고 봐도 되고, 전문직도 상당수 있습니다. 오로지 자기를 죽이고, 외화벌어 가족 먹여 살리려고 온 사람들입니다. 국가는 어느 것 하나 해 주는 것이 없이 허구헌날 싸우고, 지지고 복고 하는 것이지요.

 

 정부 지원으로 교육받은 간호사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병원으로 떠나고, 교사가 홍콩에서 월 40만~50만원 받는 가정부로 취업하는 사례는 필리핀 언론에서조차 보도할 정도로 공론화된 사안입니다.

 

 의사·간호사·컴퓨터 분석가와 같은 교육받은 중산층과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떼로 필리핀을 떠나고 있어요.

 

최근에는 2년제 이상 대학을 졸업한 젊은 여성들이 호스티스가 되기 위해 일본으로 간다고도 하더군요.

 

 필리핀인들은 과거부터 해외로 나가, 현재 필리핀은 ‘노동력 수출’ 면에서 멕시코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번째라고 합니다.

 

 500만~750만명의 해외 거주 필리핀인들이 본국의 가족이나 친인척들에게 보내오는 송금액 연간 100억 달러(추산)가 돼요. 전자제품 수출에 이어 필리핀 외화 소득원 중 두 번째를 기록할 정도입니다.

 

필리핀 인구는 8200여만 명입니다. 그런데 실업률은 30% 수준이나 되니. 경제가 망하면 필리핀 가정부들처럼 됩니다. 정신차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