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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를 만들었다


BY 유일신도 2005-02-03

명절이 가까워지니 드디어 또 잠을 못자는 병이 도졌다.

그래도 내공이 좀 쌓여서 한 달 전 부터가 아니고 열흘 전부터다.

잠도 안 오고 머리는 뒤숭숭해서 치마를 만들었다.

작아서 못 입는 남편의 양복으로...

백화점 가보니 예전의 체크무늬 치마가 여전히 있는 것을 보고...

허리가 넉넉하니 맞아서 뒤주머니 옆주머니 모두 두고 바지 가랭이만 벌려서 상의 뒷판을 뜯어서 삼각형으로 폭을 대 보니 넉넉하니 집에서 입으면 편할 듯했다.

몇 시간 걸려 만들면서 내가 이러고 있는 걸 알면 언니가 또 속상해 하겠구나 하는 맘이 들었다.

고등학생 시절 가사 숙제를 해야 한다고 졸면서 앉아있으면 바느질 잘하면 팔자가 사납단다 하면서 빼앗아서 나를 자게 하고 우렁각시 모냥 밤새 다 해 놓던 언니...

 동생이 어려울 때 찾아 와서는 자존심 상해 할까봐 아기기저귀 가방에 몰래 돈 봉투를 넣고 가는 언니였다.

집 사고 언니가 사준 재봉틀로...

 아침 8시가 되는 걸 보자마자 전화해서 치마를 만들었노라고 자랑을 했다.

만들어 입어 보니 순모라서 내복을  안입어도 따뜻하다고...

설에 내가 만든 옷 자랑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