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영재선발 고사인 심층 면접을 보기 위해..
7시부터 부산을 떨었다.
8시 20분에 집에서 출발..
같은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을 태우고.. 9시에 교육청에 도착했다.
전국 교육청이 동시에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란다.
1시 20분에 끝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 식당에서 학부모들은 초조한 맘으로 대기 상태였다.
아이들은 표준화 검사를 치르고 면접을 보게 되어 있었다.
심층 면접..
봉투 안에 있는 수학과 과학을 한 문제씩 뽑아서 문제를 푼 뒤
면접관 앞에서 브리핑하는 거란다.
우리 아이는 끝에서 3번째로 면접을 보는 것 같았다.
학부모들은 면접 보는 교실에 얼씬도 못하고..
아래층 식당에서 있어야 했는데..
참.. 기다리는 시간도 길더라..
수능보는 학부모의 심정이 이보다 더 하겠지..싶었다.
그러겠지.. 그 시험은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시험일테니..
2시가 가까워져서야 끝나고 내려오는 아이...
"어때..? 잘 했어?"
물어보는 나에게..
"엄마.. 수학을 망친것 같아요.. 보기에서 숫자를 골라 내어 등식을
성립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였는데..두가지 밖에 못 골라 냈어요.." 말한다.
한 문제당.. 2분 25초라서.. 시간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그래서.. 더 찾을 수도 있었는데.. 두 가지 밖에 못 찾아 낸것 같다고...
여간 서운해 하는 눈치가 아니다.
과학은
풀다가 시간이 다 되어 면접관 앞에 나가게 되었는데..
설명을 잘 한 것 같다고..
하지만.. 아이는..
맘껏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느낌이 자꾸 든다고 아쉬워 한다.
"일반 면접 질문은 뭐였니?" 물으니..
이녀석 씨익 웃으면서..
"내 장점이 뭐냐고 물으시던걸.."
"뭐라고 답변했는데?"
"응.. 익살이라고 했지"
"그랬더니?"
"나의 장점으로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냐고 물으시데"
난 침을 꼴깍 삼키며..
"뭐라고 답했는데?"
"남을 웃길 수 있다고 했죠.."
"그래...뭐라고 하시디?"
"나더러 면접관을 웃겨 보라고 하시잖아.."
"그래서?"
"그래서 그냥..웃게 해드렸지 뭐.."
"어떻게 했는데..?"
"<난.. 민이라고 해요.> --손을 앞으로 뻗으며.. 인사하는 모습을 취한다.
이렇게 했어요.. 한다.. "
그게 뭔데.. 물으니.. 개그 콘서트에 나오는 개그맨 흉내란다.
면접관이 모르실까봐.. 개그 콘서트에 나오는 개그맨 표정이라며..덧붙였단다..
참나원..
나야.. TV 프로를 안 보니.. 잘 알지 못하지만..
이녀석 유일하게 보는 프로가 개그 콘서트와 동물의 왕국이다.
면접관님들이 면접이 끝날때까지 웃었다고 하니..
언젠가.. 학교에서.. 친구들 앞에 나와. 개그 콘서트에 나오는
그 개그맨 흉내를 냈더니.. 애들이 뒤집어 졌다고 담임 선생님께 듣긴 들었는데..
거기서.. 그렇게 할 줄.. 내 미처.. 몰랐다.
사실.. 이녀석은.. 표현을 잘 한다.
어떤 동물을 표현해 낼때도.. 어떤 미술성보다..
특징을 꼬집어.. 누가 봐도.. 이게 호랑이의 이런 모습이다.. 이런거..
글로 표현할때도.. 마찬가지다.
목소리나.. 어떤 분위기를 그림이나 모션으로 흉내낼때를 보면..
우리 부부는 눈물을 찔끔 흘릴 정도로 감탄한다.
남편은 언젠가.. 이런 아들에게
시사만화가가 되면.. 좋겠다고 라고 했었다.
오늘 아이의 언행들이 면접에서는 감점이 될 지..
득점이 될 지 모르지만..
암튼 엄마로서 조금은 서운했다.
"에이.. 우리 아들 잘하는 거 많은데..
좀.. 면접관 앞에서 어필 좀.. 하지.. 우리 아들 좋은점.. 홍보 한다고 생각하고.말야..."
"개그콘서트.. 민이는 너무 했다"
눈을 흘기면서..말을 하니..
그냥... 편하게.. 녀석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었단다..
몸 풀기 질문이었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지만..
암튼.. 난 좀.. 그렇다.
집에 와서 남편더러.. 이 이야기를 했더니..
하하하..웃고 난리다.
남편은 아들이 흉내내는 것을 몇 번 봤단다.
진짜.. 똑같이 한댄다..남편도..말은.. 괜찮아... 하는데..
진짜.. 잘하는 거.. 자랑 할 수 있는거.. 많은데.. 하필..그거냐.. 싶다.
아마.. 그래서 아이인지..싶다.
면접에서 6대 1의 경쟁이다.
떨어지면.. 경험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꼭 합격을 해서.. 녀석이 보지 못한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