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시작되면서
아들 녀석을 포함한 삔질이 3명에게 새학기 6학년 수업을 해 주게 되었다.
6학년의 사회 과목은 온통 역사 바다다.
아.. 이를 어쩐다...
작년 여름 방학때부터 역사를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했던 차에..
사실.. 아들 녀석 친구 3명은 엄마들끼리도 친하다..
처음 나에게 녀석들을 맡길때는 선생님과 학부모로 만났다.
그러나 언젠가 부터 내가 그들과 담을 허물었다.
선생님이란 호칭 대신..
누구 엄마라고 불러 달라고 ..
그래서 지금은 편한 사이가 되어 가고 있다..
녀석들을 1년 쯤 지도하고..
난 녀석들이 굳이 공부방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4번 이지만..
난 그시간에 집에서 책을 보여 주자고 건의를 했다.
그대신 내가 녀석들에게 공부방 교재를 건네주고..
엄마들은 그것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채점을 해주는..
그런 제안..
학원 교재나 공부방 교재나.. 모두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학습이다.
그러나 녀석들은 학급에서도 상층부에 속해 있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는 올백 내지 1개정도 틀린다)
굳이 이곳에 와서까지 배울
필요가 없는 듯하여.. 내린 결론이다.
녀석들은 참 성실하다.
그래서 난 녀석들에게 뭔가 다른 방법을 제시해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토시락토시락 장난도 치고.. 서로 골려주고..
눈도 흘기는 행동도 하지만..
난 녀석들의 팬이다.
이런 녀석들에게 난 방학중에만 선행 학습을 해 준다.
이번에는 6학년 1학기 과목을 한 번 훑어 주는 그런 작업인셈이다..
근데 문제는 사회더라는 거다..
두명은 워낙 책을 좋아하지만.. 나머지 2녀석이... 힘들것 같다는 그런 생각에..
색다른 프로잭트를 짜 놓게 되었다.
원시 시대부터 남북 화합이 담긴 (김정일 과 김대중 대통령이 악수하는 부분까지 담긴)
책을 선택하여(총 5권) 시대별 수업을 했다.
하루는 국어와 과학
그다음은 사회
그다음은 NIE 수업(도서관에서)
그다음은 책 읽은 부분에 대한 역사 감상글..
생각해 보면 참 알찬 시간들이었다.
좀더 효율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출시되지도 않은 '불의 잔" 게임 시디를 걸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혔다.
"니들 내가 내준 생각해 볼 문제 20문제와 역사감상글 잘 쓴 사름은수업 다 끝나고..
게임 시디 선물로 줄거야..
딱 두명만 뽑아 줄 거니까.. 열심히 해..
녀석들 눈은 휘둥그레지다 못해... 좋아서.. 눈이 밖으로 나올 지경이였다.
'바로 내가 이걸 노렸다.. 음.. 동기유발...바로 이거지..'
원시시대 한 권을 일주일 동안 일게 한 후..
책 내용을 얼마나 꼼꼼히 잘 읽었나를 확인하기 위해..
생각해 볼 문제를 20문제나 줬다. 물론 교과서와 관련지어 문제를
내느라.. 새벽까지 고민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1. 인간이 불을 사용함으로써 인간들의 생활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이런 문제를 내면.. 아이들은 나름대로 책 내용과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서
한 문제당 A4 반장 정도를 채워 온다.
난 녀석들의 노트를 받아.. 한 문제 한 문제.. 점수를 매긴다.
완벽하게 쓴 녀석은.. A+ 조금 부족하면 A0...이런 식..
아이들은 A+가 많으면 좋아서 죽기 일보 직전이다.
게임 시디를 탈 수 있다는 표정이 훤히 보인다.
양심에 참.. 찔리더라..
그리고 금요일 수업인 역사 감상글 수업엔 1000자 원고지에 감상글을 쓰게 한다.
얼마나 째를 내면서 글씨를 쓰던지..
개괄적인 설명을 해주고.. 다른 참고 문헌에서 찾은 내용들을 보충 설명해주면서..
아이들은 원고지에 글을 써내려 간다.
그다음 월요일 마무리를 지어 나에게 제출하면..
난 녀석들의 원고지 끝자락에 메모를 해준다.
이런 수업이 한달만에 끝을 맺었다.
녀석들은 수업 중간중간.. 게임 시디.. 와 있어요?
며칠날 줄건데요?
확인을 하고 웃어보고.. 또 확인을 했었다.
그런 이 녀석들에게 난 배신을 정말 때린 자신이 없었다.
드디어 수업이 끝난.. 어제..
난 녀석들에게 흰 봉투를 하나씩 나눠 주며..
절대로 다른 사람 앞에서 뜯어 보면 안된다..
딱 두명의 봉투에만 기쁜 소식이 있을거야..
혼자 몰래 뜯어 모고..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표시 내지 않기..
만약 표시 내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시디 넘기게 할거야..
못탄 사람은 얼마나 슬프겠니?
엄포를 놨더니.. 몰래 집에가사 뜯어 봤단다.
난 봉투 안에 3만원씩 넣어 주었다.
그리고.. 아이들 엄마들에게 보충 설명을 부탁 해 놨다.
영화가 개봉 되어야 게임 시디도 팔 수 있다고..
돈 가지고 있다가 시디 팔면 각자 그때 사라고..
아이들은 입이 귀에 걸렸다.
4녀석 모두 누구 하나.. 서로에게 표시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나는 당첨 되었노라.. 서로 서로 말을 않고 있다.
그런 녀석들을 지켜보는 난.. 참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다.
조금 전 순진한 이 녀석들을 데리고..
B형 남자친구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이것 또한 공략 사항이었다)
공공의 적을 보고 싶었는데... 녀석들이 이걸 보자고 우긴다.
난.. 녀석들에게 져줬다.
아니.. 녀석들의 편이 되어 주고 싶었다.
이제.. 녀석들은
한달동안 수업한 원고지와 생각해 볼문제가 담긴 역사탐구 노트를
과제물로 제출할거란다.
표지 작업까지 끝낸 아들 녀석의 과제물이 책상에서 훤하게 빛나고 있다.
.B형 남자친구 같은 이 녀석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내 아들 친구 녀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