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펜을 쥐고 글씨를 써 본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신혼 때 부터 써오던 가계부도 올해부터는 안 쓰기 시작했다.
그나마 가계부를 쓰면서 숫자도 쓰고 글씨도 쓰긴 했는데
그렇다고 글씨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 반 서기는 맡아놓고 했다.
그런 연유로 칠판글씨나 반 시간표 작성은 늘 내차지였다.
교내 글씨경연대회에 나가서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마트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물건을 사고 배달전표를 작성하라고 해서 집전화번호, 주소를 적어서
줬더니 담당이 어이없어해 한다.
이유인 즉, 내 글씨를 못 알아보겠단다.
아무리 바쁘고 급하다했다하더라도 못 알아볼만큼 휘갈겨 쓰지는 않았다.
다시 차근차근 문답으로 알려주면서 물어보았다.
아니 저가 쓴 글씨를 못 알아보세요?
그랬더니 담당자가 나의 난처한 모습을 간파했는지 다른 이유를 댄다.
자기는 알아보는데 배달하시는 기사분들이 연로하셔서 못 알아본단다.
그럼 기사분들은 어떻게 써야 알아보나?
정자체로 교과서 글씨처럼 써야하나,
잠시 한대 맞은 것 처럼 멍해졌다.
그럼 내 글씨는 나만 알아보는 글씨인가?
매일 컴퓨터자판이나 두드리니 글씨쓰는 기회는 영 멀어지는 것일까?
이러다 글씨쓰는 손가락 근육마져 퇴보되는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에 잠겨본다.
하긴 학창시절을 보낸지도 어연 20년이 훨씬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