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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먹은 나.


BY 철없는 엄마 2005-03-09

난 좀 살림 욕심이 많은 편이다. 예쁜  그릇이나 용기, 장식 소품들을 고르고 살 때 넘 행복하다. 하지만 당장 쓸 일이 없는 걸 알면서도, 다시 예쁜 소품 앞에서면 사지 않고 못배기는 나. 찬장에 안쓰는 그릇, 창고에는 남아도는 조화, 액자, 상자들은 이순간 깡그리 잊어버리는 것이다. 회사에서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렇게 해소하는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우리 큰 딸은 초등 1학년. 어렸을 때부터 쇼핑을 갈 때 같이 다녔다.

참고로 울 신랑은 30분이상 시간이 경과하면, 집에 돌아가려는 강한 귀가집착증(?)이 있어 나는 가능하면 신랑없이 쇼핑한다. 

그래서 나의 큰딸은 내 쇼핑친구이기도 하다.

지난 토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생활용품 코너에서 이것 저것 보며, 흐뭇해 하고 있었다. 낯익은 매장판매사원과 눈인사를 나누고 한바퀴 둘러보았다. 가운데는 귀여운 그림이 있는 세라믹에 가장자리를 스틸로 처리된 남비 반침가 내 눈길을 끌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했다....^^

나 : xx야, 우리 이것 살까
큰딸 : 안돼.
나 : 왜? ( 놀라움. 예전에는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큰딸 : 집에 있는 것도 쓸 수 있잖아.
나 : 그래도 이게 더 예쁘고 싸잖아.

나는 딸아이의 말을 새겨듣지 않았다.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 심술이 았으려니 생각햇다. 어쨌든 나는 딸아이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남비 반침을 사고, 반찬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쓰고 있던 남비반침을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넣어 둘 곳을 찾고 있었다.

큰딸 : 엄마, 이제 물건 그만 사요.
나 : 무슨 소리니.
큰딸 : 엄마, 우리 집 좀 봐요. 안쓰는 물건이 넘 많아. 이젠 넣어 둘 데도 없잖아.
나 : ......(하루에 벌써 두번째 받은 충격으로 말문이 막힘.)
큰딸 : (위로하는 투로) 우리 더 큰 집으로 이사가면 그 때 새것 사서 예쁘게 꾸미면 되잖아요. 엄마~.

딸아이의 말에 난 섭섭함과 뿌듯함이 섞인 묘한 심정이 되었다. 뒤에서 신랑이 사주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결국은 옳은 말이었다. 아이가 자라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한 거다. 게다가 난 엄마 아닌가.....엄마.

딸아이 덕분에 이 버릇이 고쳐질 수 있을지...하여간 당분간은 생활용품쪽은 건너뛰고 다닐 생각이다....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