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끄러운 혼수이야기
나는 38년 전 이 사진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 사용하는 사진이다.
약혼,결혼, 신혼때의 사진으로 항상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혼수에 대한 부끄러운 일이
있다.
나는 어머니를 일직 여의고 홀아버지와 동생 넷의 맏딸이었다.
그시절엔 대부분 어렵게 어렵게 살았지만 우리는 늘 오손도손 행복했었는데 아버지의
걱정은 딸이 늙어가고 있다고 걱정이 태산이셨다.
그러던 어느날 백마탄 왕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혼수는 아무런 준비가 없었
다.
아버지도 막상 딸이 결혼은 하게되었는데 대가집에 빈손으로 보내게 되었으니 큰 걱정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재건국민운동으로 무엇이든 절약하고 혼수도 간소화하라고 하는데 제가 책임질게
요.
그렇지만 아버지는 최선을 다해서 최소한의 혼수를 준비했다.
그런데 그때는 세수대야,요강은 필수였다.
스텐이 처음 나왔을 때인데 하루는 아버지가 스텐 세수대야,요강을 사오셨다.
나는 그것도 필수라니 그런가 했는데 어느날 친한 친구가 찾아와서는 그걸보고 하는 말
이 넘 얄븐걸 삿다고 기왕이면 두툼한걸 사지! 넘 가벼워 보인다고 타박이다.
저녁에 아버지가 들어오셨는데 "아버진 왜 이렇게 얄븐걸 사셨느냐고 투정을 부렸다."
그게 어때서 그러냐? 그런거 상관없어!
아마도 가격이 좀 싸서 그걸 사셨을텐데 난 철없이 며칠을 짜증을 부렸다.
지금 생각하면 요강이 얄다고 세는 것도아닌데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고 넘 부끄러워 잊
을 수가 없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니 화장실이 집안에 있는 최신가옥이라서 그 문제의 요강은 한번
도 사용하지 못하고 35년간 보관하고 있다가 이사올 때 그때 그 생각을 떠올리며 과감하
게 버리고왔다.
지금생각하면 얼마나 철부지였는지 부끄럽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