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6년 말쯤으로 기억한다. IMF가 오기 전, 800원대 환율에서 우리나라 참참 살기 좋았다. 아니,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것이라기 보다, 외국나가서 돈쓰기 좋았고, 수입품 사쓰기 좋았던 때다. 해외 랍스터 수입액만 얼마라고 신문에 나던 때.
나는 증권회사 객장에 신입사원으로 앉아 있었다. 책에서 배운 대로 주식투자하는 순진한 직원. 나만큼이나 순진하고 어리버리한 직원이 조사부에서도 있었는지, 그때 왠일인지 우리회사 조사부에서는 대우그룹 특집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은 대우 주식이 개값이지만, 세계경영으로 잘나가고 있으니, 주식사라~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어리버리 다리미. 그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때, (주)대우가 8천원, 대우중공업이 6천원. 얼마나 싼가. 그래, 암만 그래도 그렇지, 김우중이가 저렇게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고, 신문 티비에는 대우 이야기로 도배가 되고 있지 않은가?
인도 어디에 졸라 큰 발전소도 세우고 있고, 폴란드에는 자동차 공장, 우즈베키스탄인가 어딘가에는 거의 국영기업 대우를 받고 있는.. 암만 대우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도, 그래도 레간쟈, 누비라 나오면서 그래도 이런 개값이라면 말이 안되자나~ 함 사보자..
이런 순진무구한 생각을 하면서 대우에 대한 재무제표를 살펴 보았다. 그룹 전체의 연결재무제표는 없을 때이지만, 그래도 주요기업들의 대차대조표는 그렇게까지 거지같지는 않았다. 부채가 좀 많긴 하지만.. 뭐...
대우주식을 사는 걸 본, 회사 선배가 말리더라. 야야~ 뭔 대우 주식이냐? 돈이 튀냐?
아닙니다. 이걸 보십시요. 이러저러 여차저차 해서 대우 괜찮아 보입니다. 얼마가 걸릴지는 몰라도, 그래도 지금 주식값이면 개값이지 않습니까?
대우 하는 말을 믿냐? 대우 하는 말이면, 콩으로 된장을 만들고, 팥으로 단팥빵을 만든다고 해도 못믿어. 나 주식한지 10년동안 대우 주식으로 돈 먹었다는 놈 본 적이 없다.
10년 동안 깨먹었으니, 이제 좀 멕여 줄때도 됐지 않겠습니까? 여기 리포트에도 보면 팥으로 단팥빵 만드는 거라는데요??
그렇게 산 대우주식.. 기억으로 8천원 즈음에 (주)대우를 샀다가... 한달도 못 버티고 그냥 7천원에 털고 나왔던 것 같다. 인내심이 없었던 것이 그야말로 다행이다. 내가 인내심이 컸다면, 100원 200원에 털어야 했을 것이다.
2.
그때 내 나름대로 만든 "망하는 회사 공식"이 있었다. 매출액 = 부채. 이러면 망한다. 별로 예외가 없었다. 물론 매출액 < 부채 이러면 더 빨리 망한다. 대차대조표랑 손익계산서의 항목을 비교한 거라서, 회계전문가가 보면 웃기겠지만, 아뭏든 이럭저럭 간단하게 알아보는 공식이었다. 물론 대우는 거기에 속하지 않았었다. 그때의 대차대조표 상으로...
그리고, 결국 대우가 망했다. 쫄딱 망했다. 매일마다 대우의 부채규모 산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채권자들도 지네들이 도대체 얼마나 대우채권을 갖고 있는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매일같이 부채액이 갱신되더니만, 대충 100조원까지 올라갔다. 100조원.. 그것도 국내부채액만. 세계경영한다고 사기쳤던 해외부채는 계산도 못하겠단다.
대우 망하고 한참 후에, 미국에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라는 해지펀드 하나가 쫄딱 망해서 미국이 난리난 적이 있었다. 연방정부까지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는 모양이 신문에 나고,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난리가 났다.
그 회사 망할때 채무액이 고작(!!) 몇억달러 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미국도 참 쪽팔리겠다. 고작 몇억달러 갖구 그 난리를 치다니. 임마~ 우린 함 망했다 하면, 100조원이야. 달러로 치면, 천억달러야~ 자식들. 쫀쫀하기는..
덩달아, 회계부정액수도 같이 올라갔다. 10조, 20조, 40조.. 신문기사에 난 숫자만 봐도 감도 안 잡혔다. 이 기록은 아마 세계기록일 것이다. 이건 경영실패가 아니라, 대성공의 사기극이다. 이만한 사기극은 그 이후로, 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세계의 또라이 부시동네 사기꾼인 엔론도 3분의 1에 못밍치고, 월드컴 정도가 대우와 비슷한 정도라고 기억한다. 미국애들~ 그까이꺼~ 대우에 비하자면, 사기치는 게 많이 모자르지 뭐~ 안타까운 것은 그때까지 대우가 갖고 있던 부실기업 기록을 월드컴이 근소한 차이로 앞선것으로 났다.
한국의 기록하나가 미국에 의해서 깨져 버린 것이다. 안타까운 것 맞나?? 나중에 대충 드러난 걸로 보니, 매출액에 비해 부채가 한 3배정도 많은 것 같았다. 나도 사기를 당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규모에서 100조원짜리 부채 처리하고, 아직 살아 남은 것은 그야말로 한강의 기적일 것이다. 이헌재 만세!!
3.
한나라당의 이한구 의원이라는 정체불명의 인간이 있다. 물론 사회적 정체야 분명하지.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이라니깐.. 그러나.
이 인간이 김대중 정부시절 사고를 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부채가 어마어마어마 해서 우리 쫄딱 망할 거라는 것이었다. 그때 민주당 논평이 아직도 기억난다. 열흘 전에는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100조원이라더니, 3일전에는 200조원이라고 하고, 오늘은 400조원이라고 한다. 다음주에는 1000조원이 되는 건가? 이 논평에 대한 이한구의 대답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아뭏든 이 인간은 한나라당 의원을 하기전, 대우경제연구소의 소장이었다.
국가부채 산정은 그렇게 열심히 하던 인간이, 대우의 부채도 한번 산정해 보지 그랬나? 나도 아직 잘 모르거든.. 원단위까지 정확히 하는 건 바라지도 않을께요. 그냥 조단위로만 해서 산정해 주세요. 몇천억 단위 우수리는 걍 모르는 걸로 넘어갈께. 대충 몇조쯤 되나? 대우의 부채는? 국가부채 산정할 실력이면 그까이꺼~ 일개 회사, 그것도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부채쯤이야~
아직도 이양반이 낸 대우의 부채규모는 들어본 적이 없다. 다만, 김우중이 들어온다니, 환호작약하는 꼬라지는 볼 수 있었다. 나가 디져라. 새꺄. 아지까지 나돌아 다니는게 정체불명이다. 물론, 이런 인간까지 자기네 당 의원이라고 감싸도는 한나라당은 더욱 정체불명이다.
4.
뭐가 어쩌고 어째? 대우는 정권의 외압으로 망한 것이었고, 세계경영 잘 나가고 있었다고? 근데.. 왜 그때 그 잘나가는 (주)대우 주식은 8천원이고, 대우중공업 주식은 6천원이었지? 그때는 무슨 회계보고서에서도 부채가 100조란 말은 없었다. 외압으로 정부가 일부러 그렇게 부채를 늘려 줬냐? 대단한 정부네.
시바.. 시장의 선수들은 다 알고 있었다. 대우가 된장을 만든다고 하면, 콩으로 만든다고 믿지 않았고, 단팥빵을 만든다면 팥으로 만든다고 믿지 않았다. 나같은 어리버리한 쑥맥들이나 그 사기를 믿었다.
정부에서 조금만 더 도와주고, 기다려 줬으면 됐다고? 그래서 부채를 100조까지 늘렸나? 좀더 기다려 줬으면, 200조 돌파해서, 절대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 하나 남겼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마 무구한 세월동안 보유할 위대한 사기꾼 기록 하나 말이다. 안타깝기도 퍽이나 안타깝겠다.
5.
신문쪼가리 이것저것 읽은 것 머릿속에 남은 것만 한 것이라, 숫자의 정확성은 전혀 보장할 수 없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하는 소리니, 과학적 정밀성으로 걸고 넘으시면 할말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우중은 월드컴 회계부정 이전까지 세계 최고의 사기꾼이었고, 지금은 2등 사기꾼이 되어 버렸다. 이한구는 그 사기꾼이 다시 한국들어온다니깐, 또 꼬리를 훼훼 치며 뛰락 나리 뛰는 강아지이다. 이한구가 속해 있는 한나라당은 그 강아지네 집 주인이다.
우리는.... 쉰밥이 그릇그릇 날지라도, 김우중, 이한구, 한나라당에게 보내줄 밥그릇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