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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네즈는 겉보기에 단순한 식품이지만 그 속에는 놀라울 정도의 화학지
식이 담겨 있다. 서양에서 마요네즈를 만드는 방법은 전통적으로 전해오는
기술이지만 화학의 원리를 밝혀내기 전부터 화학의 원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달걀을 살펴보자. 달걀은 75%가 물이고 단백질과 지방이 각각 약10%
씩 들어 있다. 서양에서는 달걀의 노른자위만 분리해서 식용유를 넣은 후
저어서 마요네즈를 만들어 먹는다. 노른자위를 이용해 물과 식용유가 서로
섞이지 않는 성질을 극복하는 것이다. 즉 달걀의 노른자위에 들어 있는 레
시틴이라는 분자가 작은 식용유 방울을 둘러싸면 물과 섞여 에멀전이라는
안정된 상태가 된다. 여기에 식초와 향료를 넣으면 바로 마요네즈가 되는
것이다.
긴 막대기 모양의 레시틴 분자의 한 쪽 끝은 물분자를 좋아하고 다른 쪽
끝은 기름 분자를 좋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상극인 물과 기름
사이에 좋은 중재자 역할을 한다. 노른자위 1개에는 약2g 정도의 레시틴이
들어 있다. 이것은 무려 3.5ℓ의 마요네즈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1988년에 영국에서 살모넬라라는 박테리아에 오염된 달걀이 발견되었다.
주로 파충류에 기생하는 살모넬라는 패혈증이나 뇌막염과 같은 무서운 질
병을 일으키는 못된 박테리아다. 달걀을 충분히 삶으면 살모넬라가 죽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지만 말랑말랑한 반숙이나 마요네즈도 함부로 먹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달걀의 노른자위는 섭씨62도 이상으로 가열해야
변성이 일어나지만 살모넬라는 59도에서도 몇 분 안에 죽어버린다. 따라
서 노른자위를 59도와 61도 사이에서 6분 정도만 조리하면 살모넬라를 걱
정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반숙을 즐길 수 있다. 또 노른자위를 분리해 62
도의 물 속에서 15분정도 잘 저어주면서 중탕하면 살모넬라를 걱정할 필
요가 없는 마요네즈도 만들 수 있다. 조리법에 담겨 있는 화학적 현상은
일반적으로 상당히 복잡하다.
이제는 과학적인 조리법을 개발한 과거의 지혜에 감탄만 할 게 아니라 체
계적인 화학 지식을 이용해서 식품의 특성과 조리법을 정확하게 파악하
고 발전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막연한 추측만을 근거로 잘못
된 건강 상식이 만연되는 안타까운 일도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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