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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잘하는 자식이랑 예의바른 자식


BY 먹어서남주나 2006-03-23

 

 

 

저번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시어머님의 동생분, 즉 신랑의 외삼촌네 댁을

갔었거든요. 시어머님의 어머니, 즉 신랑의 외할머니도 뵐겸,

외삼촌분이 대장암 수술 후 휴양중이고 해서 병문안 겸 해서 갔습니다.

 

가고 있는데 전화가 오더라구요. 밥 차려놨으니 오는길에 먹고 오지 말라구요.

그런가보다, 하고 갔더니 외숙모분께서는 직장일이 너무 바쁘셔서 안계시고

외삼촌께서 밥상을 차리시더라구요. 외할머니는 이제 연세가 90이 넘으시고..

 

이것참..  외삼촌분이 부엌에서 혼자 이것저것 준비하니까 칠순넘으신 우리 시어머니는

그냥 동생이 안쓰러워서 도와주려고 하더라구요. 그런 저는 가만있습니까?

며느리된 자로써 가만히 보고 있을수가 없어서 또 이것저것 도와드렸습니다.

7년만에 찾아온 누이네 식구인데...  못사는 집도 아니고 몇억씩 굴리는 자산가이시면서

그냥 밥에 아침에 외숙모까 끓여놓고간 육계장에 김치, 그리고 김밥을 차리시더라구요.

전 옆에서 생선 몇개를 굽구요.

 

우리 시부모님이 원체 속내를 말씀안하시는 분이시라

고맙다면서 드시더라구요. 하지만 전 속상했습니다.

 

그런데 이 집에 딸래미가 있습니다. 21살즘 되었나?

공부는 무지하게 잘한다드만요. 아주 옛날부터 똑소리가 났다고

소문이 자자한 딸래미입니다.  외삼촌분은 혼자 밥차리는 와중에도

딸래미 자랑을 그렇게 하드라구요.

 

여기까지는 별 생각 없었습니다.

 

 

그런데, 밥을 다 먹고 나더니 홀랑 제 방으로 들어가더군요.

 

 

그래서, 그 설겆이 제가 다 했습니다.

제가 손님이면 뭐합니까?

그렇다고 대장암 수술받은지 얼마 안되는 외삼촌이 하십니까?

아니면 90된 외할머니가 하십니까?

아니면 우리 시어머니가 나이 칠순에 3시간동안 차타고 찾아온

동생네 집에서 설겆이를 합니까?

 

 

자신이 팔걷고 하시려는 시어머니 보고 저리 가서 앉아계시라고 말하고

그 설겆이를 하는데 어찌나 화가 나는지..

내가 있으니, 자기는 설겆이를 안해도 되는 거라 생각하는건지..

아니면, 원래 애가 개념이 없는건지..

 

제 직계 사촌이나 조카같았으면 뭐라고 한소리 하겠는데.. 이건 사돈처녀고..

 

 

 

그 다음날 아침도 외숙모가 새벽2시에 들어오셔서 너무 피곤해하시는 바람에

또 외삼촌이 밥을 하셨는데, 완전히 설익은 밥...

 

점심까지 드시고 가시라는 말이 웬지 삐딱하게 들리더만요.

 

가기전까지 귀에 딱지가 앉도록 칭찬을 들었던 딸래미는

고모,고모부가 가신다는데도 쳐자빠져 자느라도 나와보지도 않고..

외삼촌, 외숙모는 그런 딸래미보고 나와서 인사하라는 소리도 안하고..

 

 

완전히 불청객이 된 것같은 기분으로 집에 왔습니다.

다신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속으로만 삼키고 있는데

집에 와서 시어머니가 푸념조로 '그 기지배, 밥먹고 홀랑 들어가는 것좀 봐라, 어찌 그러냐..'

하고 말씀하시니,  정말 한마디도 말씀 없으셨던 시아버님도 '애 교육을 그따위로 시키니..'

라고 한마디만 하시더군요.

 

 

그렇게 공부잘하고 개념을 밥 말아먹은 딸래미..

제 부모에게는 얼마나 효도를 잘 하고 살지 두고봐야겠지요.

안그래도 자기한테 부모돈 수억이 들어가는데 잘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