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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라! 본래 모습 그대로


BY 불펌 2006-05-25

희미한 기억 하나.
거의 10년 전으로 기억되는 주말이었다. 나는 프로야구 중계를 보면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LG 의 경기였는데 잘 나가던 LG가 갑자기 역전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LG 비장의 카드는 김용수 투수였고 며칠 간의 연투로 컨디션이 최악인 그를 감독은 다시 등판시켰다. '또 나야?'하는 짜증스럽고 피곤한 표정으로 등판한 김용수. 하일성 해설위원은 ' 이럴 때는 별 수 없어요. 자기가 가장 자신 있는 구질로 승부해야 합니다.'라는 코멘트를 날렸고, 김용수는 중계방송을 듣고 있기라도 한 듯 정면 승부를 걸어 공 네개로 상대타자를 삼진 아웃 시켰다. 김용수의 주무기가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는 정말로 악착같이 그 주무기 하나만을 반복해서 던졌고, 타자는 무슨 공이 들어올지 뻔히 예측을 하면서도 헛스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김용수. 그는 정말로 싸움이 무엇인지 아는 프로였다..... .


역사적 사실 하나.
1939년부터 6년간 유럽을 휩쓸었던 2차 대전의 초기 3년간은 그야말로 독일의 독무대였다. 독일군이 욱일승천의 기세로 전 유럽을 석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그들의 주특기 '전격전'에 있었다. 그들이 침략군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독일군은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골라 자신들에게 가장 특화된 방식의 전술로 전쟁을 치렀기에 재무장 선언 후 10년도 지나지 않아 유럽의 양대 강국 영국과 프랑스를 무력으로 굴복시킬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독일군의 승기가 꺾인 결정적인 전투가 스탈린그라드 공방전과 엘 알라메인 전투이다. 이 두가지 전투의 본질은 전격전이 아닌 무제한적인 소모전이었다. 이후 미국의 본격적 참전으로 대전의 양상은 소모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것은 독일의 입장에서 볼 때 절대로 그들의 주특기가 될 수 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히틀러의 아집은 '전격전의 군대'를 그대로 소모전의 수렁 속으로 몰아 넣고야 말았다. 그러한 히틀러의 독일군이 1945년까지 버틸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나는 되려 신기할 뿐이다.   


진절머리나게 반복되는 정치공학 장난질.

박근혜가 칼침을 맞고 드러누우니 조폭도 아닌 우리들이 갑자기 '차카게 살자!'를 외친다. 이건 정말 골패는 아이러니이다. 분노와 증오는 인간의 '금지감정'이 절대로 아니다. 분노해야할 상황이라면, 증오해야할 대상이라면 우리는 마땅히 증오하고 분노해야 한다. 우리는 한나라당 저들을 증오함이 절대로 아니다.

단 한번도 올바른 심판을 받지 않은 수많은 반인륜 범죄들이 우리 사회에서 성공신화의 영웅담으로 추앙 받는 모순을 분노하는 것이며, 그것을 궤변으로 합리화하는 저들 사고의 천박함을 증오하는 것이다.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는 자유와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한 점 가책 없이 후손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때까지 우리의 정당한 분노와 증오는 삭여질 수가 없다.

정말로 우리가 '차카게 살기'를 원한다면, 칼침 맞고 드러누운 박근혜가 그리도 가련하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골프장에서 히히덕 거리는 전두환을 반인륜 범죄의 법정에 세워야 할 것이다. 그게 이 불행한 범죄의 재발을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박근혜가 칼침을 맞고 드러누우니 징징거리던 정동영이 드디어 '정계개편'을 외친다. 멍청한 종자로서 그저 경멸의 대상에 불과하던 그가 드디어 나의 사전에 '나쁜 자식'으로 등재되는 순간이다. 대선때부터 노무현을 따라다니면서 그가 무엇을 배웠는지, 아니, 인간의 기본 소양인 '학습능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조차 의심스러워진다.

지금 이 순간이 절체 절명의 위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위기에 순간에는 김용수처럼 싸워야 한다. 결국 믿을 것은 자기 자신의 역량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위기 다운되었다고 '이건 아닌데' 잔머리 굴리며 원숭이처럼 다른 사람 흉내로 어설프게 상황을 모면하려는 심보라면 차라리 김학원처럼 차떼기당에 입당할 것을 권하겠다. 최고위원 자리 및 전국구 의석보장. 그 정도면 만족하겠는가?

열린우리당의 가장 커다란 창당명분이 무엇인가? 그것은 개혁과 '지역주의의 극복'이었다. 조폭들 마냥 나와바리로 의석 따먹고, 시도지사 따먹는 짓거리의 끝이 어디인가? 바로 세도정치시대 관직매매와 조금도 차이 없는 차떼기당의 공천 경매 장사이다. 그거 부셔버리겠다고 아픔을 감내하며 민주당과 결별했고, 그럼에도 가까운 우군이라 믿었던 민주당이 탄핵공범이 되어버리는 비극도 바라보아야 했다.

저들은 지금도 초지일관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인 '나와바리 시스템'의 싸움을 우리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그런데 징징대다가 올리는 깃발이라는 게 정계개편? 다시 민주당과 합치겠다고? 에이, 정말로 '나쁜 자식' 같으니라고....

박근혜를 그어버린 칼침 한방으로 열우당이 맛이 간 것이 절대로 아니다. 그럴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이 있음에도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택하여 스스로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싸우지 못한 열우당의 바보 같은 모습에 국민들이 넌덜머리를 내는 것이다.

반면에 차떼기는 정말로 '순수하게'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고유의 팀컬러로 싸워가기 때문에 고정 팬을 잃지 않는다. 증오와 분노를 거두자고? 열우당 바보천치들이 언제 제대로 증오하고 분노하기나 했었나? 그렇게 분노하고 증오하던 종자들이 국가보안법 하나도 단칼에 잘라버리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전쟁은 피를 흘리는 정치이고, 정치는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다.

잘 살아야할 우리 나라 대한민국, 백범이 꿈꾸었던 좋은 나라가 되어야할 우리 조국 대한민국.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해 지금 우리는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을 하려거든 명랑 해협의 충무공처럼 그렇게 당당하게 하라. 풋내기 조폭 두목처럼 머리 수 딸린다고 쇠파이프든 조무래기 긁어모아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우리는 그저 나와바리가 필요한 조폭입니다.' 라고 솔직한 양심선언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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