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5남매집 맏며늘 생활 15년째이다.
처음 결혼했을때 시어머니 연세가 46살이었는데, 남편과 스물다섯 동갑인
나를 무척이나 독하게 대하셨다.
남편은 관심없어하는 나를 3년 죽기로 매달려 결혼했는데
둘 사이가 좋은것을 시어머니는 어떨땐 미친것들이라는 표현으로
아주 못견디셨다.
맏며느리에게 젊은 시어머니는 사사건건 못살게 굴고 비수를 꽂는 말도
서슴없이하고 아들에게는 뒤에서 며느리 흉을 하도 봐
1년 살고나니 나와 남편의 사이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어찌되었든...
세월이 흘러 지금 15년이 흘렀다. 시부모님은 이제 환갑이 넘었고
조그만 구멍가게 사업이 자꾸 망해서 그나마 없던 살림이 거덜이 나서
시아버님이랑 부부가 월셋방에서 스스로 돈을 못벌어 밥도 못먹고 산다.
남편 아래로 딸이 셋 있는데 전부 시집가서 부모는 뒤도 안돌아보고
맨 아래 시동생도 결혼했는데 빈둥빈둥 한량생활에 몇 년 째 착한 동서가
먹여살린다.
시부모는 어릴때부터 막내시동생이 당신들을 모시고 살거라 철썩같이
믿고 사셨다.
왜? 믿는 점쟁이가 막내아들이 성공해서 떼부자가 되어 시부모를
왕처럼 모시고 살거라고 했고, 막내아들도 매일 시부모에게
자기가 모시고 살거니깐 걱정말라 호언장담을 했으니
당연히 시부모는 지난 세월 나와 장남인 남편은 찬밥대하듯 하고
막내 부부만 챙기고 당신들 노후를 책임질 막내 동서에게는 딸보다 더
정있게 해 주셨다.
그러나 현실은 시동생부부는 결혼한지 꽤 오래 되었는데도 시동생은
판판이 놀고, 조금 받는 동서월급으로 근근히 살아간다. 앞으로는
뭘 해 먹고 살지 부부가 답이 안나오는 상태고 빚만 잔뜩 있다.
나와 남편은 월셋방으로 시작해 지금은 재산도 꽤 있는 편이고 자식도
공부잘하고 남편 직장에서 잘 나가고, 나도 나름대로 돈을 벌고 있다.
이러고 보니 시부모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요즘 많이 달라졌다.
전엔 안부전화 한번 빼먹으면 못배워 먹고 시집왔다고, 얼굴안색 밝게
안하면 왜 어른들 앞에서 죽을 상을 하냐고 죽일 듯이 무섭게 했던 분들이
지금은 나만보면 안스러울 정도로 쩔쩔맨다.
제사때나 시부모님 생신 집안에 손님이 오거나 하면 내가 찾아가서
전부 거들고 집안 대소사에 돈도 당연히 15년동안 장남혼자 독박을 쓰고있다.
15년동안은 그 돈도 적다고 니네가 부모형제한테 해 준게 뭐있냐고
악을 쓰시더만, 요즘은 무슨생각인지 며칠전 시 이모님이 놀러오셨다고 해서
용돈쓰시라고 20만원을 추가로 드렸더니 시어머니가 눈물까지 흘리며 고맙댄다.
그리고 니네가 주는 돈 귀하게 쓰겠다고 하시고...
이제는 힘빠지고 돈없고, 믿던 막내아들마저 무능한 백수생활로 버티니
죽기보다 싫겠지만 미운 맏며늘한테 잘해주신다.
아마도 누울자리를 보고 발을 뻗기위한 초석일 테지만
그런 시부모님이 점점 싫어서 나는 자꾸 피하게 된다.
우리 후진 전셋집 전전하다 몇 년 전 부터 방4개짜리 넓은 평수의 아파트사서
살고있는데, 호시탐탐 우리 집으로 들어오려고 맏아들에게 계속 작전을 하고
계신것 내가 뻔히 안다.
전에 한번은 딸셋 아들 둘 다 모인 자리에서 두 분 힘없다고 자식과 함께 살며
손주랑도 매일 보고 살고 싶다시는데, 내가 그 소릴 다 듣고 눈 하나 깜짝안하고
화장실 간다며 나가버렸다. 그 후론 아무도 다시는 이야기를 안꺼낸다.
이제와서 시부모님이 아무리 나한테 정있게 하려고 애쓰고
말 한마디도 좋게하시지만 나는 솔직히 정내미 떨어진지 15년이다.
이렇게 이제와서 잘해 줄거면, 지난 세월 나한테 조금이라도 인간적으로
대해 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처는 곪을대로 곪았는데 그걸 이제와서
밴드로 살짝 붙이고 없었던 걸로 하고 이 집으로 들어오려는 그 심보도
너무 싫어서 비오는데 아침부터 주절주절 대 봤다.
하이고~~ 한숨만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