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자신이 없습니다.저희 큰 애가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인데,자꾸만 주저앉고 싶어집니다.
저희 아이가 공부를 못 한다거나 하는 것 때문은 결코 아닙니다.그렇지만,그 부분 빼놓고는 다 걱정입니다.
아이가 좀 남다른 행동을 보입니다.말 많은 아줌마들 입방아에도 잘 오르구요.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요.신경정신과나 상담소에 가보려고 하는데,제가 맘이 약해서인지 만약 우리 아이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명이 나면 어쩌나, 그럼 나는 어찌 사나,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저 그것 말고도 지금까지 너무 힘들게 살았거든요.정신적으로요.물질적으로는 풍족하게는 아니지만 심하게 쪼달릴 정도는 아니게 살았습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자꾸 다리가 풀릴 것 같음을 느끼는건,저희 엄마와 오빠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친정 오빠는 어려서부터 신동 소리를 들을 정도로 똑똑했습니다.책도 정말 많이 읽어서 지식적으로도 풍부했고,키도 크고 인물도 아주 좋아서 처음 보는 사람들(특히 여자들)이 한눈에 반할 정도였고요(오빠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도 참 미남이다,탤런트 같다는 소리를 많이 했습니다).오빠는 맘도 약하고 고지식한 면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가끔 동생들에게 화낼 땐 성질이 더럽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요.오빠는 엄마의 자랑이자 자부심이었죠.
그런 오빠가 고등학교 때부터 조금씩 삐뚤어져 나갔는데,그때는 그냥 공부 안하고 좀 노는 정도였지 큰 문제를 일으키는건 아니었습니다.서울대는 따논 당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렇게 놀아도 기본 머리가 있어서 그런지 그 다음 정도 되는 대학은 갔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 학생 운동을 해서 학점도 많이 구멍나니 취직할 때 골라가기가 좀 힘들었습니다.그러다 자신의 위치에서 맞는 직장을 구해 취직을 했는데,그때부터 부모님과의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부모님은 생각지도 못한,한마디로 기대에 못 미친 회사를 들어간거죠.
결혼할 때도 사실 부모님은 오빠의 배우자 조건으로 4년제 대학 나오고 평범한 가정의 부모 밑에서 자란 여자였죠.돈 많은 집이거나 좋은 학벌과 직장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오빠가 데려온 사람은 그런 기준에서 볼 때 그런 조건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결혼 한다고 여자를 데리고 온 적이 두번 있었는데,첫번째 데리고 온 여자는 홀어머니와 오빠와 함께 사는데,야간 고등학교 졸업하고 놀고 있고,엄마도 놀고 있고,그 오빠가 노가다 해서 먹고 살고 있는 집인데,그 오빠가 거의 깡패 수준이고,이 여자 하나라도 정신이 바로 박힌 사람이면 괜찮은데,놀면서도 하고 다니는건 부잣집 아가씨 처럼 하고 다니고 허영이 많고(저는 사실 오빠가 부모님께 소개 시키기 훨씬 이전부터 몇차례 그 여자분을 오빠와 함께 만났더랬습니다)....부모님의 심한 반대로 헤어지고 1년 정도 뒤엔가 반항하듯 또 다른 여자 데리고 왔는데,집안사 정말 복잡한 집안의 여자를 데리고 왔습니다.이 여자 또한 허영심이 있고 집도 가난했지만,어느 정도 안정된 직장이 있어서 자기 벌이로 어느 정도 커버하고 사는 사람이었습니다.부모님은 반대하다가 결국은 허락해서 결혼하게 되었는데요,결혼하고 직장을 그만 두었습니다.그런데,오빠 벌이로는 자기 살던대로 못 사니까 오빠를 볶고,시집살이는 커녕 제 동생과 제가 올케살이를 할 정도로 설움 많이 받았습니다.그래도 저희 부모님은 이미 내 식구가 되었으니 올케 언니의 편에서 언제나 말씀하셨지요.
그러다 무슨 이유에선지 오빠가 남에게 돈을 빌리고 도망가고 사채를 끌어다 쓰고 그러다 못 갚고 잠적해서 부모님이 갚아주시고...이런 일이 수차례 반복되다 집안의 돈 다 말아먹었습니다.그 이후 이혼했고,아이도 올케 언니가 데려 갔고요.돈 때문에 도망다니느라고 이 직장 저 직장 옮기다 지금은 백수로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 친정 부모님 노후에 퇴직금 받아 편안하게 사실건데,몸이 아프면 돈 들어갈까바 그걸 더 걱정하십니다.
여기까지가 오빠의 얘긴데요,전 사실 어디서부터 잘못됬는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다만 짚이는건 부모님께서 오빠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대단했다는거,그만큼 잔소리와 통제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모르셨겠지만,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한거 같습니다.부잣집 애들은 부모가 돈 많이 줘서 펑펑 쓰는데,저희 부모님 용돈을 그리 넉넉하게 주시는 편은 아니었거든요.저는 알뜰한 편이라 항상 남아서 용돈이 모자란 오빠나 동생에게 남은 돈을 주곤 했지만요.그런 오빠 입에서 언제인지는 모르지만,중학교인가 고등학교 다닐 때 오빠가 울면서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애들이 나더러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나더러 빈대래요."아마 그들 사이에서 돈 없을 때 몇번 얻어 먹고 놀림을 받았나 봅니다.그렇다고 가난한 집 애들은 저희 아버지 직업만 보고(사람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 직업이었으나 사실은 그다지 많이 벌지 않았던거 같습니다.저희 사는 것 보면요),자기네들과는 별개의 부류라고 또 따돌린거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로 인해 오빠는 외로웠더거 같은데,부모님은 오빠가 공부하는거에만 관심이 많았던거 같습니다.
제 아이 역시 똑똑하다는 소리 많이 듣고 영재 검사 해보라는 소리까지 듣습니다.
그렇지만,남다른 행동과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은 아이를 보면,우리 오빠 같이 똑똑하지만 맘 약하고 고지식할 정도였던 사람이 저 정도로 변할 정도인데,그리고,아이를 키우면서 신경써야 할 것이 한두가지 아니고 점점 더 늘어날텐데(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압박이 심할텐데),그것만으로도 어려울텐데 만약 정신적인 문제까지 있으면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애가 얘 뿐만 아니고 애 하나가 더 있는데...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아이의 행동을 볼 때마다 오빠처럼 되면 어떻하지?
한번 상담소나 정신과를 애 데리고 가봐야 하는데,도무지 용기가 나질 않고,애 키우는 것을 포기하고 싶고 자꾸 다리가 풀리려고 하고 눈 앞이 깜깜해집니다.
요즘은 그래서 기도도 해봅니다.제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그리고 우리 아이들 외롭지 않게 해달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