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일도 좀 있었던 데다가 하필이면 이번에 쓰게 될 부분이 제 글 전체에서 어쩌면 가장 클라이맥스가 될 '분만' 부분이라서 똥 누고 주저앉은 사람처럼 시간만 보내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 병원에 생긴 일이 좀 정리된 이래 계속 머릿속으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지만 너무 엄청난 작업이 될듯하여 쉽게 시작할 엄두가 잘 안 나더군요. 오래 기다리신 만큼 물량으로 승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편은 이야기가 꽤 길어질 것 같습니다.
일단 분만이라는 과정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궁금해 하던 것은 분만의 시작을 알리는 쪽이 아기이냐 엄마냐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양과 같은 포유류의 경우 새끼의 뇌의 구조중 시상하부 부분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분만 신호를 보내지 못해서 분만이 개시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고 그것이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습니다만 무뇌증과 같은 심각한 선천성 기형일지라도 인간의 경우에는 분만이 개시되는 것으로 보아 포유류의 분만 개시 신호와 인간의 신호는 같지 않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결론입니다.
임신을 유지하게 하는 힘, 즉 아이가 아직 세상에 나올 준비가 안 되었는데도 분만이 시작되는 사고가 일어나는 일을 방지하는 힘은 태반에서 분비하는 프로게스테론에서 나옵니다. 이 호르몬은 자궁의 수축을 방지하여 자궁이 잠잠하고 유연하게 가만히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자궁을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역시 태반에서 분비됩니다. 분만을 해도 되는 시기 이전에는 프로게스테론이 에스트로겐에 비해 우세하지만 분만의 시기가 되면 에스트로겐이 우세한 쪽으로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에스트로겐만으로는 자궁이 본격적으로 수축되는 '진통' 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진통의 시작은 모체의 뇌하수체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되어야 합니다. 옥시토신은 자궁 수축 호르몬으로 쉽게 말해서 자궁을 쥐어짜서 아기를 밀어내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 중에도 안전장치는 마련이 되어 있습니다. 혹시 모체의 뇌하수체에 이상이 생겨서 분만을 해도 되는 시기 이전에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해도 자궁은 자궁의 근육 섬유가 늘어날 만큼 늘어나기 이전에는 옥시토신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태아의 크기가 충분히 커져서 자궁이 팽팽해지기 전에는 옥시토신이 있다 해도 자궁의 수축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참 신기하죠?
지금까지 설명한 대로 분만의 시작은 모체와 태반의 역할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태아의 역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2편 임신의 물리적 영향에서 잠시 언급하였듯이 자궁의 높이는 임신 9개월째에 명치에 도달하여 가장 높고 마지막 달에는 태아가 출산을 위해 질 쪽으로 하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높이가 약간 낮아집니다. 임신 마지막 달에 태아는 머리가 질 쪽을 향하도록 뒤집히며 아기의 머리가 자궁 경부를 눌러 압력이 증가하게 됩니다. 자궁 경부에 압력이 증가하면 자궁 경부를 부드럽게 만드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효소가 분비되며 이 효소가 분비되어야만 자궁이 옥시토신이나 기타 호르몬의 명령을 받아들이는 상태로 됩니다.
뭔가 또 복잡한 이야기가 됐습니다만 아무튼 결론은 무엇이 분만을 촉발시키느냐를 캐고 캐고 또 캐다보면 결국에는 서로 얽혀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의학 용어들이 좀 들어가서 어려운 이야기로 보일지 모르지만 선입견을 잠시 버리시고 찬찬히 읽어보시면 별로 어려운 내용은 아닙니다.
딱딱한 이야기는 좀 있다가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잠시 분위기를 전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경험상(주변사람들의 경험담도 포함하여) 임신 막달이 되어 출산이 다가오면 안하던 일들을 합니다. 예를 들면 임신 후반기로 가면서 몸이 무거워지고 이런 저런 생리적 변화로 피곤해 하던 사람이 갑자기 애기 낳으면 못한다면서 갑자기 대청소를 하고 찬장에 그릇을 전부 꺼내서 씻는 일을 한다던가, 예정일이 3주 남았는데 갑자기 차로 두 시간 이상 걸리는 친정에 잠시 다녀온다고 우긴다던가, 애기 낳으면 못한다면서 하루 종일 쇼핑을 한다고 걸어 다니고 영화 관람을 하고 온다든가 하는 일들을 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증상(?)이 보이면 조만간 출산이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개의 경우 그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출산이 다가오면 갑자기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힘이 생기는듯한 느낌이 드는 시기가 옵니다. 이제까지 9개월이 넘도록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몸 컨디션이 막 좋아지니 저런 이상한 일들을 하는 것입니다. 저런 짓을 하면 대부분의 경우 일주일 이내에 진통이 시작되니 남편들께서는 마음의 준비를 해 두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임신부 자신도 준비를 해야 하겠지만 믿거나 말거나 저 상황에서 "너 하는 걸 보니 일주일 이내에 애기 낳겠다." 라고 알려주면 대부분의 임신부는 잘 안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안 믿는다기 보다도 실감을 못 한다고 해야 할지 어쨌든 말입니다. 그러니 그냥 조용히 옆에서 마음의 준비나 해 두시는 쪽이 나을 것입니다.
다시 다소 딱딱한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간혹 무식하고 시끄럽고 되어먹지 못한 극소수의 남자들이 하는 말로, 요즘 여자들은 너무 귀하게 자라서 그렇게 진통을 심하게 겪는 거라고 합니다. 예전 우리 할머니 시절에는 밭 매다 애 낳고 다시 밭 맸다고 말입니다. 집 마당에서 막 키우는 개들도 지가 알아서 새끼 낳고 뒤처리까지 다 한다고 말입니다.
영장류의 출산과 영장류를 제외한 기타 포유류의 출산을 비교할 때 포유류가 겪는 출산 시 고통은 인간이(정확히는 인간 여성이) 겪는 고통에 비하면 몇 분의 몇 수준도 안 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쥐의 경우 몇 초 정도의 자궁 수축으로 새끼를 출산합니다.
영장류의 경우 이보다는 좀 더 복잡합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고릴라는 30분까지도 출산 진통을 겪습니다. 자궁의 수축을 모니터에 연결하여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육되고 있는 동물의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야생 상태에서 진통 시간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인간의 진통이 훨씬 더 길고 더 고통스럽다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출산이 포유류에 비해 더 고통스러운 이유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학설은 인간과 영장류의 직립 보행 때문이라는 설입니다. 직립 보행 때문에 영장류의 골반은 위쪽이 벌어지고 아래쪽이 좁아지는 형태가 되며 체중을 골반 부위로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덜 탄력적인 골반을 갖게 되어 네 발로 다니는 포유류에 비해 아기가 나오는 산도가 좁고 벌어지기 쉽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포유류와 인간의 골반 비교 사진)
[포유류 골반] [사람 골반]
뿐만 아니라 직립 보행으로 인간은 손을 쓸 수 있게 되어 도구를 만들게 되었고 불을 다루게 되었고 오늘날의 인간에 이를 때까지 '진화' 라는 것을 하게 되면서 두개골의 모양이 유인원의 그것과는 다른 모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모든 영장류는 몸 크기에 비해 두개골이 크지만 인간을 제외한 다른 영장류는 우리가 소위 '머리' 라고 부르는 그 부분이 둥글고 크기보다는 뇌의 용량이 인간보다 작아서 뇌 부분은 납작하고 길며 전체적으로 삼각형의 모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출산할 때 모체의 산도를 따라 미끄러지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는 머리 부분이 납작하거나 삼각형이 아니라 둥글고 넓기 때문에 직립 보행으로 변형된 인간의 골반을 미끄러지듯 통과하기 힘든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영장류 두개골 사진)
직립 보행의 영향으로 인간의 임신이 포유류와 달라진 점은 또 있습니다. 포유류는 새끼를 복근으로 받치면 되기 때문에 자궁경부와 질, 즉 태아가 통과하는 길이 느슨하게 유지되어도 되는 반면 인간은 태아가 통과하는 길이 또한 태아를 잃지 않도록 꽉 조여 주고 받쳐주는 기관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 무게와 하중을 견뎌야 하는 통로가 단단해져서 그곳을 통해 태아가 나오는 것이 더 힘들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간이 인간이기를 가능하게 한 시초인 직립 보행을 위해 지난 수십 세기 동안 인간의 여성은 고통스러운 산고를 겪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두 손을 사용하고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인류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여성들은 변비와 치질과 디스크 이외에도 특별히 산고를 추가로 겪어 왔음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부 몰지각한 남자들은 자기들이 추가로 뭘 더 하면 그에 대한 대가로 무슨 점수를 더 달라는 둥 그러던데 말이죠.
이제 더 쉽지만 더 와 닿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바로 출산시의 통증 이야기입니다. 출산을 할 때 통증이 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궁의 수축과 경련으로 인한 통증이고 또 하나는 산도를 넓히기 위해 골반이 벌어지면서 오는 통증입니다.
위경련의 통증을 겪어보신 분들 있으실 겁니다. 위경련으로 인해 오는 통증은 굉장히 심합니다. 야밤에 배를 잡고 뒹굴다가 무슨 큰 병 낫지 싶어 응급실을 찾게 되는 경우 중에 많은 부분이 경련성 통증입니다. 그만큼 내장 기관 근육(불수의근)의 경련은 통증이 심합니다.
자궁 역시 일종의 경련을 합니다. 그 통증의 놀라움을 출산을 겪어 본 여성들의 말을 빌자면, 배 뿐 아니라 옆구리까지 그렇게 조이며 아플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기도 하고 무슨 손이 들어와서 옆구리부터 배 가운데를 지나 허리까지 휘젓고 쥐어짜는 것 같다고 하기도 합니다.
출산 진통을 겪으며 더 괴로운 일은 쥐어짜는 통증 속에서 힘을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경련을 겪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 상태에서는 허리를 펴지도 못합니다. 펴지도 못할 만큼 아픈데 허리를 펴고 배에 힘을 딱 주라고 하면 어떤 상태일지 짐작이 가실지 모르겠습니다. 혹은 남성분들에게는 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예로 들면 더 잘 이해하실지도 모르겠군요. 무릎 꿇고 오래 앉아서 있느라 다리가 저릿거리는 거 말고, 자다가 갑자기 뒷다리에 엄청난 통증이 오면서 뻣뻣해지는 그거 말입니다. 축구하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그 근육 경련 얘기지요. 근데 더 문제는, 그 다리에 오히려 힘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양쪽 다리에 근육 경련이 일어났는데 축구를 계속 해야 한다고 상상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분만 과정에서 소요되는 평균 시간은 초산부의 경우 9시간, 경산부의 경우 5시간 반 가량입니다. 이 중 대략 8시간과 5시간 정도에서 위경련의 통증과 같이 아프다 말다하며 자궁의 수축이 일어나고 다들 아시다시피 그 간격은 점점 짧아지고 통증은 조금씩 강해집니다.
이제 두 번째 통증의 원인으로 말씀드렸던 골반이 벌어지는 과정을 설명할 차례입니다. 허리나 발목이 삐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삔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인대가 늘어났다는 것을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중에서도 허리를 '작신' 삐었던 경험은 누구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주변 사람들이 그러는 것을 보신 적은 있을 것입니다. 세면대에 허리를 굽혀 세수하는 것도 못하고 허리를 바로 펴지도 못하고 편하게 앉지도 못하는 경우 말입니다. 그게 다 인대가 늘어나서 오는 통증입니다.
그러나 허리를 심하게 삔 경우라고 해도 엑스레이를 찍어 보면 인대가 늘어난 것이 눈에 보일만큼 큰 변화는 없습니다. 대개는 요추와 골반을 연결하는 부위의 인대가 늘어나는데 그게 2밀리 3밀리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눈에 안 보일 정도로 약간 늘어나는 것이기에 엑스레이에서 표가 날 정도가 아니라는 얘깁니다. 그래서 요추 염좌의 경우 의사들은 대개 뼈의 배열을 보고 인대가 늘어났다고 짐작을 합니다.
그렇다면 출산의 과정에서 산도를 넓히기 위해 인대가 늘어나는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아랫배 중에서도 방광으로 짐작되는 부위의 밑 부분에 보면 (남자는 고추가 있는 부분 바로 아래쯤?) 단단한 뼈가 있는데 이것을 치골 접합부라고 합니다. 이 접합부는 양쪽 골반이 앞에서 만나는 부분이고 우리 몸의 대부분의 뼈 접합부에는 인대가 있습니다. 양쪽 골반은 뒤에서는 척추와 연결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산도가 늘어날 때 뒤쪽 연결부위에서도 척추와 골반의 분리가 일어납니다만 앞에 치골 접합부가 늘어나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뒤쪽 연결부위에서 늘어나는 정도는 허리를 작신 삐었을 때 늘어나는 것보다 약간 더 늘어나는 정도에 '불과' 하며 앞쪽 연결부위에서 늘어나는 정도는 6밀리까지 늘어나는 것을 '정상' 으로 봅니다.
(골반 벌어진 사진)
치골 문합부 파열 - 출산 직후 대부분 2개월 정도면 좋아진다
치골부 분리 간격이 2.3cm 약 4주후 호전된 사진.
좌측의 사진은 분만 중 치골 접합부가 벌어지다 못해 파열된 사진입니다. 대부분 2개월 정도 지나면 우측의 사진과 같이 많이 호전됩니다. 우측에 보이는 저 틈새가 원래 분만중이 아니면 딱 붙어있는 것인데 정상 분만 시에는 우측에 보이는 정도로 벌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좌측에 보이는 사진처럼 치골 접합부 인대 파열이 오면 골반에 보조기를 차고 2개월 이상을 보내야 합니다.
허리를 삐어 보신 분들께는 더 쉬운 설명이 되겠습니다만 태아가 산도로 돌입하고 산도를 통과하는 동안 산모의 허리에서는 허리를 삐었을 때 눈에서 불이 번쩍 하던 그 통증이 내내 지속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앞쪽에서는 자궁이 등뼈로부터 아래쪽으로 훑어 내리는 것도 같고 쥐어짜는 것도 같은 통증과 더불어 치골 접합부가 정상적으로 6밀리까지 벌어지는 통증이 지속됩니다.
솔직히 말해서, 분만의 통증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통증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거운 물건이 발등으로 쿵 떨어졌을 때 느껴지는 통증이 사실은 더 아픕니다. 분만의 통증은 위경련의 통증보다 약간 덜한 것과, 생리통이 심해서 자다 깰 정도일 때 통증보다 대여섯 배쯤 심한 것과, 허리를 삐었을 때 정도와 비슷한 통증과, 등을 갑자기 둔한 물건으로 세게 후려 맞았을 때 정도의 통증이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오랫동안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굉장히 복합적이며 깊은 통증이라고 표현하면 되겠습니다.
이제 뼈도 늘어났고 태아의 머리도 산도로 진입하면 분만은 끝난 것일까요? 아닙니다. 회음부 열상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태아가 골반을 지나 내려오면 그 다음은 질을 통과하게 되는데 그 질 주변의 피부와 근육이 찢어진다는 얘깁니다. 총각 아닌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여성의 질은 발기한 남성의 음경이 들어가는 정도의 넓기와 크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 사이로 이따만한 애기 머리가 통과하려니, 탄력이 있어서 늘어나는 것도 한계가 있기에, 주변 근육이 찢어집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찢어지게 놔둬버리면 심한 경우 근육의 심부까지 찢어져 항문이랑 맞창(!)이 나버리는 경우도 있기에 회음부 절개라는 것을 합니다. 막 찢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질 안쪽에서 근육층까지 북 찢어서 더 깊게 찢어지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북 찢는다는 표현이 끔찍하실지 모르지만 제가 본 바로는 말 그대로입니다. '북~' 찢습니다. 대략 한 10센티 가량을 근육층까지 그렇게 절개를 하기 때문에 아기를 낳고 나서 회음부 절개 부위를 봉합하는 것만 해도 20~30분가량 걸릴 정도입니다.
근육까지 찢어져서 근육층 따로 피부 따로 봉합하는 일을 당해보신 분이 몇 분이나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대개의 열상은 그냥 피부에서 한 번만 봉합합니다.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열상은 실밥을 풀고 나서도 한동안 다쳤던 부위가 얼얼하고 감각이 좀 이상하고 한데 그것은 말초 신경 손상 때문입니다. 다치면서 말초 신경이 손상되었기 때문이죠. 근데 근육층까지 북 찢어놓고 나서 꿰매면 그 손상은 어느 정도이겠습니까? 회음부 절개를 안 해도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질벽과 근육층에 어느 정도의 열상은 오게 되어 있고, 병원에서 분만을 할 경우 열상 부위를 봉합해 주는 것은 회음부 절개를 하든 안 하든 똑같습니다.
회음부 절개를 한 후 적지 않은 수의 여성들이 몇 개월간은 절개 부위 이상 감각이나 통증 혹은 요실금과 같은 증상을 겪게 됩니다. 당연히 성교시 통증도 동반됩니다. 찢어져서 꿰맸던 자리를 계속 때려대면 기분 좋을 사람 없겠지요? 분만 후 여성은 아이도 돌봐야 하고 예상만큼 꺼지지 않은 배와 가라앉지 않는 몸의 부종 때문에 우울하기도 하고 회음부 절개 부위 통증도 있고 우리나라 전통적 몸조리 방법 때문에 씻지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런 사람한테 대고 이제 애 낳은 지 벌써 석 달이나 지났는데 부부관계를 거부한다며 분개하는 남편이 되지는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무식한 몇몇 남성들이 우리 할머니들은 밭 매다 애 낳고 또 밭 맸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 분들 연세의 대부분의 여성들은 질벽이 너덜너덜합니다. 그래서 잘나 빠지신 남편들께서는 마누라랑 안 하고 딴 데 가서 욕구를 해결하곤 했지요. 질벽이 벌어지고 찢어지고 그랬으니 근육에 힘을 줘서 조여 줄 수가 없고 그러니 재미가 덜하다는 얘기겠지요. 밭 매다 애 낳고 또 밭 맸기 때문에 연세가 드셔서 자궁이 아래로 빠져버리는 자궁 탈장 환자도 그 연세에는 많습니다.
이제 애도 나왔고 회음부 절개도 끝났으니 얘기가 끝이냐 하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자연분만에 관한 설명을 했습니다만 제왕절개도 분만입니다. 지금부터는 제왕절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학생 실습 시절 처음 제왕절개 수술을 보고는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수술과 절차가 크게 다른 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신 마취를 하는 다른 수술의 경우 대부분 환자를 일단 재우고 나서 기관 삽관(인공호흡을 위해 기관지에 관을 넣는 것)을 하는데 제왕절개의 경우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기관 삽관을 하고 그 다음에 환자를 재운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환자를 재울 때 같이 쓰는 근육 이완제 때문입니다. 온 몸의 근육을 풀어지게 만드는 약을 써야만 불수의근의 저항이 없어서 수술이 가능해지는데 그 근육 이완제와 마취 가스가 태아에게 영향을 주어 태아가 호흡 곤란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최대한 약이 들어가는 시간을 늦추려고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태아에게 해가 없는 범위 내에서 수술 전 전처치 약물을 근육 주사하기는 하지만 그 기관지 삽관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생으로 당해야 하는 산모의 모습은 제가 보기엔 너무 끔찍했습니다. 우리가 작은 사래만 걸려도 캑캑대며 정신이 없는데 그 관을 그냥 생짜로 기관지에 집어넣다니 말이죠.
그래서 저는 주변에 아는 친구가 태아와 산모의 상태 때문에 할 수 없이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면서 전신마취를 할까 아니면 척추마취(하반신 마비를 유도합니다)를 할까 하기에 의식이 있어서 수술 받을 때 무서울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냥 척추마취를 하라고 권했었습니다. 나중에 제 말을 듣기를 잘했다면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제왕절개를 할 때 배가 불룩하게 팽창이 되어 있는 상태를 기준으로 대략 15센티미터 이상을 절개합니다. 피부를 절개하고 복근을 지나면 자궁이 나오는데 자궁은 그 자체가 혈관과 근육의 덩어리입니다. 이 자궁을 또한 대략 15센티미터 가량 절개하고 아이를 재빨리 꺼낸 후 봉합합니다.
주변에 맹장수술을 한 사람을 보셨거나 혹은 본인이 맹장수술을 하셨을 경우를 상상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제왕절개를 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수술 후 본인이 아프리라고 나름대로 예상하고 각오했던 것보다 너무 통증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맹장수술은 정말 약간만 째고 맹장부위만 똑 잘라서 남은 장 부위를 막아주면 끝인데도 며칠간 제대로 웃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데 제왕절개의 경우에는 내부 장기의 근육층을 그렇게 많이 찢는 것이니 그 통증이 어떻겠습니까.
게다가 제왕절개의 경우에는 손실되는 혈액의 양이 평균 자연분만에서 잃는 혈액의 양보다 두 배가량 됩니다. 그래서 자연분만도 그렇고 제왕절개의 경우에는 더더욱 출산 후 3개월 정도까지 철분제를 보충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이정도 이야기를 하면 다 알아 듣습니다만 남자들은 콕 찍어 이야기 해주기 전에는 모르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비 의학적인 얘기를 콕 찍어서 조금만 더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기를 낳고 나면 이제껏 설명했듯이 여성의 몸은 지치고 힘들고 아픕니다. 진통하는 그 순간만 지나면 씻은 듯이 안 아파지는 일이 일어날 리가 없지요. 회음부 절개 부위도 쑤시고 온 몸에 힘을 하도 줘서 온 몸이 쑤시고 아프고 이를 악무는 바람에 이도 잇몸도 아픕니다.
문제는 돌봐줘야 하는 아기가 옆에 있다는 것입니다. 대개 신생아 때는 천기저귀를 쓰는데 아기 빨래는 손빨래로 해야 하기 때문에 빨래 양이 엄청납니다. 게다가 출산한 여성은 한동안 분비물이 나오기 때문에 속옷도 자주 갈아입어야 합니다. 아기랑 엄마만 먹고 사는 입이 아니기에 집안 살림 즉 청소도 해야 하고 어른 빨래도 해야 하고 밥도 반찬도 해야 합니다.
위에서 내내 설명했듯이 회음부 절개 때문에라도 출산하자마자 쭈그려 앉아서 손빨래하기 힘듭니다. 서서 설거지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산후 조리를 누군가 옆에서 해 줘야 하는 것입니다. 산후 조리를 해 주는 사람은 그래서 할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손빨래해야 할 아기 빨래는 쏟아지지, 산모 속옷 빨래해야지, 산모 음식 신경 써서 챙겨줘야지, 평소 늘 하던 집안 살림 해야지, 아기가 있으니 청소는 더 자주 해야지 등등.. 이거 안 해본 사람은 짐작이 안 갈 만큼 아주 힘듭니다.
그래서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들 중 대부분이 하는 말이 산후 조리원에 들어가면 돈이 안 아까울 만큼 너무 편해서 2~3주 지나고 나올 때 나오기가 싫더라는 말을 합니다. 너무 힘든 일이니 친정 엄마에게 부탁해도 (물론 친정어머니는 대개 너무 잘 해 주시지만) 마음이 안 편하고 미안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 저런 까닭에 산후조리원으로 기껏 마음을 정해놓고 예약을 할라 치면 시어머니께서 그 소식을 전해 듣고 "그 돈 반만 나를 주면 내가 해 주마"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더 뒤집어질 일은 남편이 옆에서 "우리 엄마가 저렇게 얘기하는데 그냥 어머니께 해달라고 할까? 우리 돈도 아끼고, 어머니도 좋으시고.. 우리 엄마 잘 해 주실 거야. 우리 엄마 좋은 사람이야" 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물론 좋은 분이실 겁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시어머니께 산후 조리를 받은 여자들 중 열 명에 아홉 명은 절대로 시어머니께 산후 조리 맡기지 말라고 말을 합니다. 시어머니에게 산후 조리 받느라고 눈치 보여서 자기 속옷 자기가 빨고 설거지도 간혹 하고 내 쉬는 방 청소는 내가 해야 하고 그래서 산후 조리가 제대로 안 되어 나중까지도 산후풍으로 고생한다고 말입니다. 일이 이렇게 되는 이유는 시어머니가 나쁜 분이 아니라 해도 산후 조리 과정 자체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내 자식 아닌 남의 자식(며느리)이 뻗쳐 누워서 주는 밥만 받아먹고 쉬는데 본인은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을 하면서 2~3주 동안 싫은 생각이 안 들려야 안 들 수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불평을 하고 눈치를 주게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일해다 바치는 대상이 나보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서열이 낮은 며느리이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산후 조리원도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고 친정어머니도 사정상 힘들고 누가 해 줄 사람이 정 없으면 할 수 없겠지만 좋은 어머니는 아들한테나 좋은 어머니이지 며느리에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그 돈 반만 주면 내가 해 주마 하는 경우 남편께서 알아서 시어머니를 좀 말려 주십시오. 덩달아 그러자고 하지 말고 말입니다.
산후 조리를 누가 해 주든 그건 굉장히 고달픈 일입니다. 그러니 장모님이 산후 조리를 해 주실 때에는 많이 감사한 마음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장모님 입장에서는 애 낳고 힘든 내 새끼 돌보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불평 안하시고 너무 잘 해 주십니다. 그리고 상황이 어쩔 수 없이 시어머니가 조리를 해 주실 때라면 남편께서는 아내가 많이 불편할 수 있으니 이것저것 도와줄 일은 없는지 퇴근 후 잘 좀 챙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당신의 성씨를 갖다 붙일 아이를 낳느라 저 고생을 한 아내가 아니겠습니까?
P.S
그동안 게을렀던 거 벌충하느라 여기까지 쓴 분량이 사진 빼고 A4 10포인트 기준으로 8페이지입니다. 그런데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안 많아 보이고 후딱 읽는다고 하더군요. 후딱 읽으셨더라도 아무튼 제 입장에서는 많이 쓴 것이니 한동안 글 못 올렸던 거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부터는 부지런히 올려야만 하는데 말이죠. 다음 편은 수유 혹은 임신 출산 과정에서 빼먹은 거 없나 돌아보고 빼먹은 것들을 보충하는 쪽 둘 중에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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