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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너무 무서워.


BY 겁쟁이 2006-11-22

엄마! 우리 딸이 친구가 없어.나처럼 좀 얼뗘서 맨날 당하고 살고 집단으로 놀림을 받거나 맞기도 한데.

애가 얼굴도 예쁘다는 소리듣고 공부는 잘 한다는데 영 대인관계는 빵점이야.친구 사귀려고 지꺼 아낌없이 퍼주기도 한다는데,그냥저냥 노는 애는 있어도 친한 친구는 없는거 같아.

오죽하면 책 속에서 아이가 나와 자기랑 친구했으면 좋겠다고까지 해.

엄마는 돈벌러 다니느라 몰랐겠지만,나도 그랬거든.

얘처럼 이쁘다 소리듣고 공부도 그래저래 했는데,영 친구는 못 사귀었지.아니 난 그래도 얘보다는 난거 같아.초딩때 중띵때는 친한 친구 있었거덩.제법 날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었고.그런데 애석하게도 그 애들하고 연락이 안되거나, 연락이 되는 애들도 그 애들이 중딩 이후로 나보다 더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생겨서 나는 그냥 알고 지내는 친구쯤으로 여긴다는거지.

고딩때도 그냥 좀 알고 지낸(조금 친하다고 할 수는 있지) 친구는 있어도 나를 정말 친한 내친구야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거 같아.

난 어디서 그런걸 느끼냐면 아직 몇명은 안되지만,걔네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내게 친구가 연락을 안 하는거,내 생일 때 기억하고 전화라도 하는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거,그리고 나 역시 그럴만하다고 느끼는 친구가 없다는거,그리고 내가 전화 걸기 전에는 전화하는 친구가 거의 없는 걸로 봐서 그래.

참 내가 인복이 없는지 마음을 나눌만한 사람이 생기면 이사 가거나 유학 가거나 수녀원 들어가거나 다 그러네.

지금 내 딸이 나 닮을까봐 겁이 나.얘는 물어보면 누구랑 친하냐고 하면 없다고 하고 누구랑 노냐고 하면 혼자 논다고 그래.

내가 보기에 혼자 노는거 같지는 않아.다만 아주 친한 애가 없고 얘랑도 놀고 쟤랑도 놀고 그러네.하지만 다른 여자 애들처럼 일상을 얘기하고 편지 주고 받고 놀러오라 하고 놀러간다 하는 죽고 못 사는 친구가 없는거 같아.오죽하면 전체적으로 초댓장 돌린 생일파티 외에는 한번도 간적이 없으니까.

애가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것만 좋아하니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 하는 것도 같아.남자애들하고 주로 노는데 남자 애들도 잘 놀다가도 남자끼리 논다고 얘를 제쳐두곤 해.

꼭 예전의 나 같아.난 인형놀이나 고무줄 이런거 보다는 야구나 딱지치기 이런게 좋았거든.난 그래도 남자 애들 하고 잘 놀았고,난 시골서 자라서 그런지 여자 아이들도 내가 착하다고 좋아했던거 같아.그냥 좋게만 생각했지.

난 중학교 부터 대학교까지 여자들만 있는데를 나오면서 친구 사귀기가 힘들었던거 같아.

대학땐 여대라 애들 쇼핑 다니고 멋부리고 화장하는거 좋아했는데,난 그런거 별로 관심 없었고,쇼핑은 오히려 피곤한 생각이 들어 싫었거든.난 운동경기 보러다니고 혼자 음악 듣고 그런게 좋았어.그런 애 딱 하나 만났지.그런데 유학 가더라.

내 딸이 나 같아질까봐 겁이 나.아직 초등 1학년이니까 괜찮을까?

엄마!  나 이런 말 엄마한테 직접 하고 싶었는데,난 전에 엄마한테 천덕꾸러기 딸이었잖아.그래서 자존심 상해서 말 못했거든.그런데,지금은 엄마가 너무 힘든 일이 많아서 엄마가 짊어진 무게도 너무 무거운거 같아서 얘기 못 해.

엄마,나도 엄마한테 이런저런 하소연하고 싶어.그런데 엄마가 너무 힘들어보여.이럴 때 정말 친한 친구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난 내 딸에게 바라는거 공부 잘 하는거 아니고,정말 친한 친구 진실한 친구 하나 갖을 수 있는거 그건데...얘도 노력하고 있고,기도도 열심히 하고 성당에도 열심히 다니는데,왜 나와 울딸은 그게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