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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11년차


BY 진짜 아줌마 2006-11-24

안녕하세여.

결혼 11주년을 하루 앞둔 30대중반 주부입니다.

결혼할 때는 드뎌 내 인생에도 행복이 찾아오나보다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는데

결혼은 말 그대로 현실이고 생활이더라구요. 누구보다 먼저 나를 생각해주고

내가 힘들때 곁에서 어깨 내어주며 힘이되어주던 그를 결혼후에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데 1년이 걸리고, 아이 하나 낳고 둘 낳고

키우고 어쩌다 보니 벌써 11년 세월이 훌쩍 건너가 버렸더군요.

어느새 어서 나이들어 편해졌으면 좋겠다던 솜털배기 아가씨가 뱃살 축 늘어지고

내일은 뭘 해야지 하는 아무런 계획도 없는 아줌마가 되어있더군요.

사실 거울 보는 것도 잊고 살다가 어느날 거울을 들여다보니 왠 모르는 아주머니가

날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글쎄....  저게 난가 하는 생각에 헛웃음이 다 나왔습니다.

처녀때부터 썩 건강하진 못했지만  아이들 낳고 점점 아프다는 데만 많아지니까

남편이 어느날인가 부터 옆집 아주머니 취급을하더라구요.

하긴 제가 생각해봐도 연인이 되기에는 몸도 마음도 너무 늘어져버렸다는 생각이

드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거울도 보고 운동도 하고 해봤지만 11년동안 앉아버린

아줌마살과 바닥난 체력은 쉽게 돌아와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금 운동하고 나면

다음날 병원비를 축내게되니 정말 몸 따로 맘 따로 였습니다.

그러다가 옆집 애기 엄마가 산후비만 때문에 먹는다던 식품을 조금 얻어먹어보고는

속이 편하길래 먹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들애가 물어보더군요.

"엄마, 배에 손잡이가 없어졌어요"라고요.  바로 목욕탕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신기하게도 내가 포기하고 있던 부분에 그 웬수같은 살들이 없어졌더라구요.

그렇게 한달 반이 지났는데 지금은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만큼 완벽하게

예전의 몸을 되찾았을 뿐 아니라 어려서부터 심하던 멀미까지 없어지고 너무 건강해졌어요.

어제는 씼고 나왔는데 신랑이 그러더군요.

"야, 애 낳고 늘어진 배는 안 들어간다더니  잘만 쏙 들어갔네!"

내일 결혼 기념일이라고 옷 한 벌 사준다는데 저는요 옷보다 더 큰 것을 얻었습니다.

이제 남편이 옆집 아줌마가 아니고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하던 여자랑 같이 산다는

걸 생각하면 가만히 있다가도 입이 해벌쭉해진다니까요.

결혼생활이 너무 익숙해서 이제 죽도록 싸우고도 별로 화도 안난다 하시는 분들께

예전의 나를 찾아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저와 옆집 애기엄마는 w.w.w.  p.r.e.t.t.y.s.h.p.e.  n.e.t.에서 새인생을 찾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