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언니... 언니가 우리 가족이 된지 벌써 6년이 다 되어가네요. 수인이는 벌써 어린이집에서 배워온 노래를 자랑하기 바쁜 나이가 됐고, 아인이는 언니 따라 어린이집 가겠다고 아침마다 떼쓰는 나이가 됐으니 말이에요. 언니를 생각하면, 언니의 이름을 떠올리면 제 마음 한켠이 왜 이리고 아슴하고 저려오는지... 못난 시누이가 처음으로 언니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드립니다.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곱게 곱게만 자란 언니가 처음으로 저희집에 인사를 왔을 때 사실 저는 걱정이 많았답니다. 아무 것도 없는 저희집으로 와서 고생만 할까봐, 행여나 그런 언니를 바라보는 오빠 마음이 아플까봐, 그리고 언니가 쉽게 지칠까봐 참 많이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언니를 바라보는 마음이 애잔할 수밖에 없었지요. 오빠한테 요즘 세상에 언니 같은 사람 없다고 잘해주라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이 말밖에 없었답니다. 오빠와 새언니가 결혼한 지 일 년도 채 안돼서 아버지가 간경화로 쓰러졌을 때 오리혀 저희 자식들보다 새언니가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가슴아파하셨지요. 삼교대로 일하는 오빠에게 매일 도시락까지 싸주며 뒷바라지 하랴 일주일에 세 번씩 우리 아버지 간병을 위해 영광까지 버스로 내려오랴... 그 시절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을지 저는 그저 짐작만 할뿐입니다. 자식들은 멀리 산다는 이유로, 직장을 다니고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애써 외면할 때 언니는 친자식이 아님에도 아버지를 눈물로 간병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엄마가 욕실에서 미끄러져서 한동안 다리를 쓸 수 없게 되자 어머니 시중까지 드셔야 했잖아요. 어느 날 엄마가 저한테 전화를 하셔서 언니한테 미안해서 도저히 못살겠다고 얼마나 펑펑 우시는지... 그래도 저는 알량하게 얼마 안 되는 병원비를 보내는 게 전부였습니다. 저는 너무도 속상하고 부끄러워서 그리고 언니한테 너무 너무 미안해서 하루가 마치 일 년 같았습니다. 그래도 힘겹게 얻은 직장을 포기하고 아버지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갈 수는 없었습니다. 언니의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켰는지 얼마 못 사실 거라던 아버지는 이제 소일삼아 작은 텃밭을 가꾸실 정도로 많이 회복되셨습니다. 아버지는 새언니 얘기만 나오면 “자식들 보다 백배는 낫다.”시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며느리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르시지요. 아버지가 새언니를 바라볼 때마다 그 눈 속에는 며느리에 대한 사랑과 안쓰러움이 가득 배어 있는 걸 저는 느낍니다. 본인은 오죽 미안하고 힘들었을까요. 이제 내년이면 저는 외국에 나가 살게 됩니다. 부모님은 더 늙어만 가시는데... 어쩐지 언니한테 큰 짐을 하나를 떡하니 떠안긴 듯한 기분입니다. 사소한 일에도 기뻐하고 행복해하며,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우리 새언니... 언니는 진정으로 저희집의 기둥이고 저희집의 소금같은 존재입니다. 늘 죄송하고 늘 고맙기만한 우리 새언니... 제가 아는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 당신은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분이십니다. 부디 언니가 더 이상은 고달프지 않기를, 더 이상은 힘겹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언니가 아버지를 간병할 때 병원 복도에서 제게 했던 말이 불현듯 생각납니다. “아가씨, 오빠 부모님이 제 부모님이에요. 제 부모님이 편찮으시면 오빠는 저보다 더 헌신적으로 노력할 사람이에요. 그리고 아직은 부모님이 살아계시잖아요. 돌아가시고 나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걸요. 이렇게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해요. 그러니 아가씨는 더 이상 미안해하지도 말고 걱정하지도 말고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할 생각이나 해요.” 새언니. 언니는 분명히 하늘에서 저희 가족을 위해 내려주신 천사임이 분명해요. 당신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지 깨닫습니다. 당신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