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열두시간이라는 기나긴 산고 끝에 엄마의 외손자 우람이를 낳았던 그날 엄마의 얼굴이 생각나네요. 우렁찬 아이 울음 소리에 나는 벅차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엄마 손을 잡고 눈물만 흘렸고 아이 아빠는 함박웃음을 지었는데... 노산이라고 모두들 걱정했지만 무사하게 사내아이를 낳았다는 안도감에 감사 또 감사한 마음뿐이었는데, 아이가 한쪽 귀가 기형인 소이증...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앞이 깜깜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수 있을 만큼 슬펐어요. 엄마는 내 눈길이 우람이 귀에 닺는 순간, 오히려 나를 다고여주느라 진땀을 흘렸어요. '수술하면 된단다, 아무 걱정 말아라, 괜찮을거다...' 그날밤 아이를 신생아실에 보내고 엄마와 단 둘이 자는데 엄마는 밤새도록 잠 못 이루고 뒤척이며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셨어요. 손자의 장애보다도 나를 더 걱정하는 엄마, 내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엄마 뒷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산후조리도 신경쓰지않고 아이를 볼때마다 울기만 하니까 엄마는 당신 딸 마음 아파하는 것이 더 속상하다며 흐느끼셨지요. 나는 아이 걱정에 아무 것도 입에 대기 싫었는데 엄마는 당신 딸 몸 상할까봐 계속해서 미역국을 수저로 떠주셨어요. 엄마도 입맛이 없었을텐데 나 먹일려구 억지로 물에 밥 한술 말아 드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그렇게 하루하루 슬픔으로 지낸 지도 벌써 8개월이 지났네요. 한달에 한 번 아이를 데리고 엄마집에 내려갈때마다 엄마는 아이 청각이 살아 있는지 보려고 자꾸만 손뼉을 치셔서 손바닥이 빨갛게 부어오르기까지 하셨지요. 돌이 지나 정확한 청각검사를 해봐야겠지만 그래도 소리에 조금씩 반응하는 우람이가 기특합니다. 이제는 배밀이도 하고 아랫니도 나고 옹알이도 하니 이게 자식 키우는 재미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웃었더니 내 웃는 얼굴을 보며 엄마도 따라 웃으셨지요. 내가 울면 엄마도 울고, 내가 웃으면 엄마도 웃는데... 앞으로는 웃으면서만 살고 싶어요. 엄마! 엄마가 나한테 항상 해주던 말 기억나요? 엄마가 강해야 아이도 밝고 명랑하게 키울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앞으로 우람이를 키우면서 울고 웃는 일 많겠지만, 늘 엄마가 해준 그 말 가슴에 담고 살께요. 꼭 우람이를 건강하게 키워서 엄마가 나 때문에 아파한 세월, 보답하도록 노력할께요. 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