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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아이한테서 '나 나중에 수녀님 될거야' 이런 말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것 같으세요?


BY 궁금이 2006-12-09

저희 아이는 초등 1학년 여자 아이이고,책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책 좋아하는 아이들이 얌전하고 비활동적인데에 비해 활동적이고 명랑한 성격의 아이입니다.

저희 아이는 책은 종류를 안 가리고 읽는 편입니다.4살바기 동생이 읽는 책부터 시작해서 자기 또래가 일반적으로 읽는 책들,만화책들,요리책,잡지,그리고, 성경까지(어린이용으로 나온 것) 어떤 책이든 어떤 분야든 골고루 책을 읽는 편입니다.

잠시 저에 대해서 얘기하자면,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말이 신자지 주일에 미사에 가는 것 외에는 종교적인 것에 대해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는 나일롱 신자입니다.어떨 땐 미사 가는 것도 귀찮아하고 빠질 때도 있습니다.하지만,항상 착하고 정직하고 양심적으로 살려고는 노력합니다.

미사를 가는데,매번 혼자 가기도 싫고해서 아이더러 어른 미사를 데리고 가니 유아실에서 비비 꼬더라구요.그래서,애한테 어린이 미사 가면 친구들도 많이 있다,거기 갈래? 했더니 애가 혹 하더라구요.애가 사람을 엄청 좋아하거든요,특히 자기 또래 애들을요.

그래서,얘가 미사를 가고 주일학교에서 교리 수업을 하더니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자기는 성당 가고 싶어서 토요일이 기다려진다고 하고요.나일롱 신자인 저한테 같이 기도하자고 조르고요,비록  어른이 보는 성경처럼 두껍지는 않지만,그래도 제 또래에서는 좀 벅찬 듯 보이는 어린이용 성서까지...얼마 동안은 그 성서에 묻혀 몇번이고 반복해서 보더라구요.

한번은 친정을 데리고 갔는데,저희 친정 엄마가 묵주기도를 하시는 걸 보더니 가르쳐달라고 하여 묵주기도 전체를 한번다 끝낸거 있죠.기도문도 그날로 외워버리구요.

그러더니 어제는 그럽니다.엄마 나 커서 수녀님 될거야.제가 왜 수녀님이 되고 싶은데? 했더니,난 예수님을 너무 사랑해서 수녀님 될거야,그럽니다.

전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요 또래 아이들이야 꿈이 자주 바뀌기 일쑤지만(저희 아이는 그래도 많이 바뀐 편은 아니예요,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번이 세번째거든요),한편으론 흐뭇하더라구요.얘가 어른의 입김에 의해 아이들이 흔히 말하는 의사니 변호사니 이런게 아니라 순수한 자기의 꿈을 얘기할 수 있다는게 기특하더라구요(요즘 1학년들은 돈 많이 번다고 의사나 변호사 된다는 애들도 많더라구요).평소에도 아이에게 그렇게 말해왔지만,엄마는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만 아니라면 니가 하고 싶은 어떤 일을 하며 살아도 좋아,그렇게 말해줬죠.

그러면서,참 희안하다,책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 내 안에서 어떻게 저토록 책에 심취하는 애가 나왔으며,나 같은 나일롱 신자 속에서 어떻게 저리 신앙에 열성(?)인 아이가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저희 아이가 똑똑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거든요.우연찮게 IQ검사를 하게 되었는데,IQ도 거의 150 가까이 나왔구요.그래서 가뜩이나 교육열이 높은 저희 남편이 아주 기대를 많이 하고 있고,그 이유 때문에 저의 반대에도 무릎쓰고 지금 강남땅에 살고 있습니다,전세로요.

아이가 이렇게 말한걸 남편한테 한번 말해 볼까? 그럼 좋아하진 않을텐데,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얘기를 했더니,"큰일났네" 그러는거예요.제가, 왜 큰일이야? 했더니,"그럼 너는 수녀 시킬려고?" 그럽니다.제가 그랬죠.꼭 수녀님을 시키겠다는건 아니지만,아이가 무얼하던 자기가 일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면 간절히 원하는거라면 난 그걸 하게 하고 싶다고 하며,그런데 수녀하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어? 하니까,머뭇 말을 못 하다가 그럽니다.그럼 나중에 우리 손주 못 보잖아,하며 궁색한 변명을 합니다.

남편은 자식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라는걸 압니다.사교육 뿐만 아니라 방과후 교실도 일일이 다 간섭하는 남편이니까요.

그런데,여러분은 특히나 천주교 신자분들은 아이가 커서 수녀한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게 이상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