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이벤트가 있음에 참여코자 당신에게 모처럼 글을 쓰자니 면구스럽구려. 인생을 일컬어 부처님께선 일찍이 고해(苦海)를 가는 과정이라고 하셨다지요? 그래서 그렇게 우리네 인생길은 험산준령과 더불어 때론 삭막한 광야와도 같은가 봅니다. 연전 내가 사업에서 실패한 뒤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요.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당연한 기본옵션으로서 빈곤의 덫이었습니다. 빚쟁이들도 아갈잡이를 하듯 연일 괴롭혔기에 나는 극심한 우울증의 늪에 함몰되기에 이르렀지요. 호구지책으로서 취업을 하였으되 기본급은커녕 건강보험의 수혜조차 전무한, 고작 내가 판매한 상품의 일정수당만을 수령하는 '특수고용직'이란 허술한 직장이었고요. 그토록이나 근면하고 열심히 살아왔건만 실패란 악령이 여전히 집요하게 괴롭힌다는 자괴감에 이 풍진 세상을 더는 살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늘상 나의 뇌리 속으로 들어오는 건 '어찌 하면 잘 죽었다고 소문이 날까?' 라는 것뿐이었지요. 투신하고자 빌딩 꼭대기까지도 올랐다가 내려오기가 부지기수였고 약을 사 모으기도, 심지어는 대청호에도 뛰어든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죽는다는 건 사는 것보다도 더 힘들더이다. 아무튼 두 번의 자살기도가 무위로 그치고 나자 나는 비로소 마음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앞으로의 내 삶은 운명의 신이 주신 보너스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지요. 우선 어찌어찌 하여 빚을 정리했으며 그리곤 현실에 순응하고 감사까지 하기로 했던 것임을 당신도 잘 알 게요. 그러자 하루하루가 기운이 넘침으로 반전하더군요. 그같이 내 마음을 비우고 자녀의 사랑과 칭찬에도 가일층 분발하자 당신과 아이들도 화답으로 응해 주었지요. 아들에 이어 딸 또한 누구라도 부러워하는 대학에 재학중인 게 그의 방증입니다. 그런 때문으로 나는 지금도 힘겨운 서민이되 마음만은 누구 못지 않은 부자란 사관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새가 하늘을 나는 광경을 쉬 보게 됩니다. 그런데 새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몸을 비운 때문이라고 했다지요. 즉 욕심을 내서 먹이를 많이 먹게 되면 종국엔 몸이 무거워 하늘을 날지 못 한다는 얘기입니다. 바가지에 담긴 물이 가득하면 아무리 물을 쏟아부어도 다음부턴 그 물이 모두 바가지 밖으로 흘러 넘치기 마련이고요. 하여 앞으로도 '긍정'이란 항구에 내 마음을 계속 정박하면서 욕심은 버리고 매사를 관용하고 감사하는 시선으로만 보고자 합니다. 당신도 익히 아다시피 나의 신년계획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다만 당신과 여전히 살갑게 살면서 서울로 유학을 가 있는 사랑하는 딸과 같은 대학생인 아들의 용돈이 떨어지지 않게끔 주었으면 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큰 바람이니까요. 그처럼 소박한 소망이기에 반드시 이뤄지리라 믿으며 오늘도 나는 새벽의 어둠을 뚫고 생업의 현장으로 진군했습니다. 못 난 서방을 만난 죄로 일전 은혼식 때로 구리반지 하나를 못 해주었지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크기와 무게는 히말라야 산도 감당하지 못 함을 굳이 강조하고 싶구려! 당신과 아이들을 사랑하오! 여하튼 사는 형편이 여전히 구질구질함에 대하여는 가장의 입장에서 정말이지 미안하게 느낍니다. 그렇지만 당신과 아이들에게 앞으로도 당당하고 정직한 남편과 아빠가 되는 오롯한 길만은 여전히 뚜벅뚜벅 열심히 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