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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맞잡은 두 손


BY jindl1000 2006-12-13

소중한 엄마의 딸 지현이에게 지혜로울 지(智) 어질 현(賢) 지현아 ~ 너랑 같은 이름이 수없이 많다만 오늘 엄마는 너의 이름 두자를 되새기며 너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 겨울비 내리는 어두컴컴한 아침 날씨탓에 오늘 아침 우린 모두 늦잠을 자서 출근하고 등교하는 시간이 아주 바빴지. 수업 시작하는 시간에 한숨돌릴 새 없이 혼이 나진 않았는지 모르겠구나. 가끔 함께 늦잠을 자는 우리는 누가 뭐래도 잠 많은것까지 닮은 어쩔 수 없는 모녀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구나. 엊그제 내가 그랬지. 공부에 욕심이 많은 너가 가장 힘든 것은 잠의 방해꾼임을 알고 다른 건 다 닮아도 엄마의 선천적인 잠꾸러기 만큼은 닮지 말라고, 그랬더니 너가 한말 기억나니? "엄마 잠을 벌써 내가 그냥 그대로 닮은 것 같애 " 그러면서 이번 기말고사에서 전교 4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가져와서 이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내 딸 지현아.. 정말 고맙고 대견스럽구나. 심한 독감까지 걸려서 호된 고생을 하면서 쏟아지는 잠 참아가며 늦게까지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던 널 생각하면 엄만 그저 널 위해 해준것도 없으면서 너를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잠들어 버린 시간들이 너무너무 미안했단다. 그러면서 엄마를 먼저 생각하는 너의 천사같은 고운 심성이 때론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지. 예쁘고 착한 지현아 오늘은 엄마가 결혼한 결혼 기념일 이란다. 너가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만 엄마는 이날을 정말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지 어제 까지 별 생각없이 묻혀 지냈는데 참 이상도 하지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오늘이 생각나는 거 있지 그래.. 생각만 해도 아니 차라리 기억되지 말 걸 그랬나 보다. 엄마는 애써 눈물이 나는 걸 감추다가 결국은 오전에 한동안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단다. 약해지지 않으려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몰라. 보이지 않는 너에게도 강한 엄마가 되고 싶었고 엄마 스스로도 약해지지 않으려 말이야. 눈물을 보이면 먼저 마음이 약해지니까 그런데도 잘 안되더라. 분명 찬비까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 탓도 있을거야 그렇지? 지현아 아빠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지도 벌써 만 10년이구나. 우리 막내 태어나 6개월, 너가 3살때 였으니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너무 어렸던 너희들에겐 기억조차 없는 아빠지만 참으로 다정하시고 좋으신 분이었음을 엄마는 잘 알지. 가정이란 울타리만 쳐 놓고 무엇하나 제대로 심어두지도 가꿔보지도 못하고 홀연히 떠나버린 아빠. 엄마는 눈물로 너희들 키우면서 그리움 이상으로 참 많이 아빠를 원망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 때마다, 그리고 너희들 커 가는 재롱을 보면서도 어디 얘기 할 만한 사람이 옆에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살면서 허무하고 힘겨웠는지 모른다. 겉으로 웃으면서 속으로 울음 삼키고 남들이 아무리 웃어도 그게 엄마한테는 웃음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때가 참 많았구나. 너희들 잠든 머리 맡에서 눈물지으며 밤을 새우기도 하고 다칠새라 아플새라 혼자 가슴앓이 하며 지켜봤던 엄마가 오늘 이렇게 너희 둘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는것도 너희들이 별 탈없이 잘 자라주고 공부도 잘해 주기 때문이란다. 막막하고 아득한 엄마의 삶에 희망과 꿈을 너희 둘이 가져다 주었기 때문에 엄마는 오늘 이시간이 너무너무 감사하단다. 엄마.아빠 있는 가정엔 오늘같은 결혼기념일엔 축하의 촛불을 켤 테고 온 가족이 모여 외식이라도 가지며 즐거워 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엄마는 사실 조금은 속상했었다만 그래도 괜찮아 지현아 오히려 우리 지현이 엄마 마음 다칠까 걱정할까 봐 엄만 그게 더 염려된단다. 이쯤에서 더 큰 욕심을 부린다면 오히려 엄마의 과욕이라 생각이 들어 주어진 행복에 만족하는 엄마가 되고 싶구나. 지금처럼 건강하게 앞으로도 잘 자라 주고 나름대로의 꿈을 키워서 훗날 이 시대가 꼭 필요로 하는 훌륭한 사람으로 커 주기를 엄마는 희망한단다.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을 보인 엄마의 하루였다만 지금은 모든 게 괜찮아졌어. 저녁에 너희 둘이랑 조촐하게 삼겹살 파티라도 하면서 서로 웃음과 대화를 나누며 빨리 너희들과 마주하고 싶어 오늘따라 퇴근시간이 기다려지더구나. 우리 지난 과거의 아픔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앞날만 생각하고 현재의 작고 소박한 행복을 함께 나누면서 예쁘게 한번 살아보자. 각자의 맡은 일에 충실하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힘들고 어려워도 함께 나누는 우리 가족이 되어 뿌린 만큼 기쁜 마음으로 거둘 수 있도록 해 보자. 소중한 너희들 곁에서 엄마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언제까지나 너희들을 지켜 줄께. 힘을 내렴 그리고 눈물은 잠시 접어두자. 나중에 기쁨의 눈물을 우리 손 맞잡고 같이 흘리자꾸나 우리 딸 사랑한다 그리고 너에게 사랑과 화이팅을 보낸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