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오히려 소비자 물가를 상승시키고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있다
조정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중소기업청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대형마트 진출이 지역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새로 들어설 경우 인근지역(기초지자체)을 뺀 광역지자체 전체의 물가는 오히려 상승하고 실업유발효과가 신규고용 효과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서,대형마트가 생기면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속설이나 대형마트가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주장과는 반대로, 대형마트의 출현으로 인근지역의 물가는 다소 하락하겠지만 광역지자체 전체로서는 상권의 몰락으로 물가가 오히려 증가하고 대형마트에서 고용하는 일자리보다 없어지는 일자리가 더 많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면적이 10% 증가할 때 시·도의 전체물가는 0.37%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신규출점한 대형마트의 고용인원은 1만8800명인데, 중소유통업 매출감소에 따라 줄어든 일자리는 2만2800개로 추산했다. 대형마트업계는 그동안 신규출점 때 500~700명의 순고용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인근지역 중소유통업계의 몰락에 따른 실업증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대형마트의 영업면적이 99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12.4%씩 증가하고, 이로 인한 중소유통업 매출 감소액은 2조2천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자본의 역외유출로 지역경제가 고사상태이다
대형마트는 미국처럼 국토가 넓고 인구밀도가 낮아서 쇼핑을 하기 위해서는 수십 킬로미터를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나라에 적합한 것이다. 이것이 인구밀도가 높고 동네마다 수퍼가 즐비한 우리 나라에 출현함으로써 기존의 자영업자들과 상권이 겹치게 된 것이다. 유통시장을 개방한 첫 해인 96년도에 28개이던 대형마트가 2006년 현재 302개에 달한다. 대형마트 한 개가 재래시장 6~9개의 매출을 잠식하고 주변의 자영업자 매출을 30~40% 감소시킨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형마트 302개의 출현으로 인한 지역상인들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쉽사리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지역인 강서구와 동작,관악구를 비교했을 때,대형마트가 다수 들어 온 강서구의 경우는 지역경제가 극도로 위축되고 돈가뭄이 심한 반면,대형마트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동작,관악구의 경우는 불경기임에도 지역에서 다소 돈이 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현상은 지역에 대형마트가 출현함으로써 지역에서 순환하며 지역경제를 살려야 할 돈이 대형마트로 휩쓸려 들어가버리는 자본의 역외유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의 부재
선진국들은 유통시장 개방을 앞두고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며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길러주고 지원하여 이들이 대형 유통업체와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준 반면,우리 정부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96년도에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유통시장을 일시에 무제한으로 개방해 버렸다. 지역제한이나 거리제한 등의 조치도 없고,외국의 예처럼 도시 외곽이나 박스판매만 허용하는 등의 제한조치도 없는 말 그대로 무제한 개방을 해 준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량실업사태를 맞으며 김대중 정부에서는 자영업을 지원 육성해 왔었다. 정부의 창업자금 지원 등에 힘입어 자영업자 비중이 35%를 넘어서게 되고 한 개의 음식점이 인구 76명을 상대로 장사를 해야 하는 과잉공급 상태를 맞았다. 과거에는 동네 미용실이 돈벌이가 괜찮은 편에 속했으나 이제는 그 수가 8만개로 증가하여 한 개의 미용실이 인구 600명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한다. 다른 업종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처럼 과잉공급인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대량실업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자영업이 아니면 달리 해먹고 살 것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가 공격적으로 점포수를 늘리며 이들의 매출을 급감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태도를 보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2년 연속 자영업자 문제를 언급하고 대책마련을 약속한 바 있고,2005년 5월에는 진입장벽을 쌓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언론의 비판을 받고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그 후 터진 부동산 문제에 올인하느라 대책마련은 실종된 상태이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인 2004년 7월에 정부는 이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정책을 그동안의 보호,육성에서 개방과 경쟁으로 방향을 바꿨음을 발표한 적이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이헤찬 전총리가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과 구조조정을 주장하던 때의 일이다. 대량실업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해주며 자영업을 육성하다가 공급과잉이 문제가 되자 경쟁력을 길러서 살아남든가 아니면 도태당하라는 메세지였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항변
*미흡한 정책자금 지원-경제활동인구의 10% 내외인 농민은 체계적인 조직활동 덕분에 농가부채 탕감, 수조원이 넘는 예산지원 등의 혜택을 누리지만, 20%가 넘는 소상공인들은 5천억원 미만의 정책자금 지원으로 정부는 생색을 내고 있다. 유통시장 개방 이후 8만개의 소상공인,자영업소가 문을 닫았다. 남아 있는 곳도 한계선상에 놓여 있는 곳이 대다수임을 알고 정부의 효과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국가자원의 낭비-시장원리와 소비자 권리를 내세워 대형마트의 진입을 방치하더니 이제는 자영업자와 대형마트,혹은 대형마트들끼리 과잉경쟁을 벌려 국가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지역의 소매시장인 동네수퍼에까지 대형마트가 침투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면에서 타당한 것인지를 반성해야 한다.
*가이드 라인 제시의 필요성-WTO체제하에서 대형마트의 진출을 막을 길이 없다는 무책임한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인구 몇명당 입점할 수 있는 대형마트 수를 제한하거나 거리제한을 두는 등의 가이드 라인은 제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특혜를 주면서까지 대형마트를 유치하려는 지자체가 이작도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당하게 높은 카드 수수료-세금의 경우는 서민들이 이용하는 분야일수록,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더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것이 원칙인데,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는 정반대로 부과되고 있다. 음식점, 미용실, 세탁소, 카센터,학원 등과 같이 서민생활과 밀접한 장소일수록, 수익성이 낮은 영세 점포일수록 수수료율이 높아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비현실적인 근로기준법의 확대적용-정부는 4인 이하의 소규모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시키려 하고 있다.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 조차 "기업의 법 준수 능력"이나 "근로자의 업무 특수성"을 고려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있는데,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을 무시하고 근로시간, 임금, 고용 등을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너무나 현실을 모르고 영세자영업자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조치이다.
▶정부에 바란다
*대기업은 연구,개발로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대자본을 무기로 영세업자들의 몫을 가로채어 쉽게 돈을 벌려 해서는 그동안 대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희생을 참아 온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대기업이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제도를 정비하고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라.
*GDP 1%의 고용창출효과가 12만명이던 것이 이제는 7~8만명으로 감소했다는 주장도 있다. 투자를 해도 쉽사리 일자리가 늘지 않으며 조기퇴직자들은 꾸준히 자영업으로 유입되고 있다. 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억제하려고만 하지 말고 일자리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이용해야 한다.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대기업의 자영업자 영역 침투를 막기만 해도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현재 과잉공급인 자영업자도 문제지만 잠재적인 자영업자는 더 큰 문제이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없어진 지금 급여생활자들도 잠재적인 자영업자라고 봐야 하며 이들 역시 끊임없이 자영업에 유입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정책을 이끌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와 4조3교대 근무 등을 유도해서 신규로 자영업에 유입되는 인원을 줄여 나가야 한다.
*지역의 재래시장과 수퍼들이 대형마트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들이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고 유통망을 공유하며 대형마트처럼 저렴하게 물품을 납품받아 저가에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현재 "햇빛촌"이라는 수퍼들의 자생조직이 이를 실시하고 있으나 아직은 걸음마단계이다. 정부에서 적극 지원하고 육성해야 할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GDP의 70%는 수출대기업이 차지하지만 일자리는 30%밖에 제공하지 못한다. 반면에 내수산업은 GDP의 30%를 차지하지만 일자리는 70%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 내수가 극심한 불황을 겪는 것은 소비셩향이 높은 중저소득층의 가계가처분소득이 낮기 때문이다. 중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은 근로소득과 자영업소득이다. 중저소득층의 대다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소에서 근로소득을 얻거나 자영업에 종사한다.
대기업의 서민업종 침투를 방치한다면 중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은 더욱 감소하게 되고,이는 다시 소비감소와 내수위축을 심화시킬 것이다. 내수회복의 지름길은 대기업의 매출신장이 아닌 소비성향이 높은 중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