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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꺼진 상가건물이 무섭지 않으세요?


BY naiad71 2006-12-19

저희 친정아빠는 올해 65세이십니다. 다음달(벌써 내년이네요..)이면 지하철도 꽁짜로 타신다고 하시네요. 언젠가 제가 지하철을 꽁짜로 타서 좋으시냐고 물었더니 뭐가 좋냐시면서 나라도 어렵고 지하철공사도 매해 적자라는데 이렇게 꽁짜로 표를 주면 어쩌냐며 걱정을 늘어놓으시더군요. 아무래도 저희 친정아빠는 국회로 가셔야 할것 같아요.. 친정아빠는 지금 건물 경비일을 하십니다. 야간에만 하시는데 현재 처음하실때보다 몸이 많이 안좋아지셔서 걱정이 늘 많답니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꼬박 13시간을 일을 하시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냥 밤에 일을 하는것이니 잠만 자면 되겠다고 하시면서 쉽게 생각하셨죠. 헌데 밤에 그것도 편하게 주무시는것도 아니고 쇼파에서 새우잠을 주무시다보니 점점 피곤이 쌓이고 또 거기에 생활패턴이 바뀌다보니 아침부터 점심때까지 주무시니 일상생활하시는게 많이 어려우시더라구요. 친구모임이라도 있으면 하루를 꼬박 주무시지도 않으시는 경우도 있으시니.. 연세를 생각해서 좀 쉬시라고 해도 아직 대학생인 남동생 학비도 벌어야하겠고 그리고 놀면 뭐하냐시며 한사코 일을 그만두시지 않으시네요. 낮엔 바느질하시는 친정엄마를 도와 다림질도 손수 해주시고.. 언제나 늘 항상 곧은 자세로 우리들의 모범이 되어주시는 친정아빠. 언젠가 아빠가 일하시는 곳을 가본적이 있었답니다. 우연히 찾아갔는데 소파에서 라면을 끓여서 드시고 계시더라구요.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하시면서 넌지레 웃으시는 아빠. 그 모습을 보고 나오면서 가슴이 찡하더라구요. 여태 이렇게 키워주고 시집 보내주셨는데 아무런 도움이 못되는 딸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불효중의 불효가 아닌가 싶네요. 올 한해도 이렇게 아빠는 건물의 파수꾼으로 한해를 마무리 하시고 계십니다. 지금쯤이면 건물의 불을 끄시기위해 건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실 아빠. 무섭지 않으신지... 건물이다보니 불꺼진 건물은 많이 추울텐데.. 힘들지 않으신지.. 모두들 연말이다 크리스마스다 떠들어대도 언제나 어둠이 밀려오는 시간이면 두꺼운 외투를 입으시고 출근하시는 아빠. 정말 죄송해요. 조금더 제가 넉넉하다면 아빠의 그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렸을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매일 이렇게 가슴한쪽이 횡한 기분만 가지고 사네요. 언젠가 저에게도 아빠의 짐을 조금 덜어갈 날이 오겠죠? 그때까지만 아빠 참아주세요. 조금만 더 우리아빠의 건강을 믿을께요. 꼭 제가 아빠한테 손을 내밀어드릴때까지 건강 챙기세요. 올겨울엔 아빠가 일하시는 상가가 따뜻한 난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빠가 있어 따뜻한 건물. 아빠가 있어 깨끗한 건물이 되게 해주세요. 내일은 아빠를 위해 외투라도 사러 외출을 해야겠습니다. 내일부턴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다고 하네요. 이 추위 아빠가 잘 견뎌낼수있도록 따뜻한 외투한벌 사드려야겠습니다. 아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