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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쁨이고 희망인 아들에게


BY kgh4278 2006-12-30

사랑하는 나의 아들에게 네가 태어나던 날, 그 날도 엄마는 장거리 출장을 가는 아빠를 따라 나섰단다. 40주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넌 세상에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아 엄마, 아빠는 걱정이 컸었단다. 그래서 병원 들러 진료를 받은 뒤 출발하기로 했지.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병원으로 향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더 이상 늦추면 네가 위험하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출장 가던 것도 연기하고 뱃속에 있는 널 만나기로 했단다. 산모 외에는 그 누구도 출입할 수 없다는 분만실에서 찐한 고통과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널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밀려오는 졸음에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하고 희미해져가는 정신을 고쳐 잡으며 간호사의 다급한 부름에 있는 힘을 다 쏟아 부었지. “응애 응애” 분명 너의 우렁찬 목소리였단다. 얼마나 뿌듯하던지? 지쳐 있던 나에게 너의 목소리는 희망을 전해 주었어. 그런데 널 낳은 지 몇 시간이 지난 후, 그렇게 건강하다고 믿었던 네가 태변을 먹어서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았단다. 이런 일이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않았는데....... 작은 몸 어디 하나 안쓰럽지 않은 곳이 없는데 정신을 차리고 처음 널 보았을 때 넌 머리에 링거를 꽂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더구나.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랗게 깎은 머리에 네 손가락보다도 더 굵은 바늘이 꽂혀 있는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단다. 그래서 아픈 네 앞에서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다시는 이 아이에게 이런 크나큰 아픔이 오지 않기를.......’ 하며 간절히 기도 했었단다. 그렇게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 속에서 힘들게 널 다시 얻었단다. 하림아, 네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나려 하는구나. 막 태어나서 또릿또릿하게 세상을 살피던 한 점 티도 없는 너는 건강하게 자라주었고 그 어떤 아이들보다도 영특했었지. 그런 널 보면서 왠지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목이 뻣뻣해지면서 한껏 교만에 빠진 나를 발견하곤 했었단다. 재작년 이맘 때 엄마의 생일 날, 너도 기억할는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그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하며 곱게 접은 편지 한통과 자그마한 선물을 수줍게 건네던 네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단다. 삐둘빼뚤한 글씨로 씌어진 네 마음을 읽는 순간, ‘넌 정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란 걸 새삼 깨달았단다. 어떻게 그런 고마운 생각을 했는지? 그리곤 수시로 전화해서 ‘엄마,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다’며 나를 감동시켰던 아이가 바로 너였다. 그런데 그랬는데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꾸중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 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 시작하는 널 보면서 내 가슴은 ‘쿵’하고 땅으로 꺼지는 느낌이었단다. 그렇게 나의 가슴 속에 진하게 배어있던 네가 조금씩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게 커가는 과정이겠거니’ 하면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단다. 넌 언제까지나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아이 일 줄 알았는데.......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예나 지금이나 넌 그 자리에서 잘 하고 있는데 엄마는 너만 보면 화부터 내게 되는구나. 엄마의 급한 성질때문에 너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다는 걸 알면서도 하루 종일 너의 쌍둥이 동생들이랑 시름하다보면 피곤한 모습으로 들어서는 네게 화풀이를 하고 말았구나. 학교에서 나이와 이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가족들에게 위로받고 싶어서 풀어놓는 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는커녕 오히려 ‘네가 처신을 잘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며 핀잔만 주곤 했었지. 툭툭 던지는 나의 한 마디에 네가 입을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생각만 하고 살았던 것 같아. 그런 악순환 속에 너는 갈수록 겉돌았지. 엄마로 인해 착한 내 아들이 변해가는데도 엄마는 네 탓만 햇었던 것 같아. 귀하고 예쁜 너인 줄 알면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서슴없이 모진 말을 뱉어내는 엄마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 머리끝까지 이불을 푹 뒤집어서고 잠든 널 보면 안쓰러운 마음에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지만, 엄만 그 다짐을 잊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네게 해대곤 했지. 마음은 따뜻하게 대해줘야지 하면서 행동으로 표현이 잘 안 되는구나. 너보다도 속이 좁은 엄마, 이제부터라도 좋은 엄마 되도록 노력할께. 정말 미안해. 고사리 같은 손을 부여잡고 ‘학교’라는 울타리에 널 입학시키고 오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오학년이라니 세월 참 빠른 것 같다. 엄마 욕심 때문에 행여 너를 너무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하여 노심초사 했었는데 지난 오년을 아무 탈 없이 잘 견뎌준 너를 보면서 그건 나의 기우였음을 느꼈단다. 조금씩 영글어 가는 포도 알처럼 더 속이 차고 여물어가는 네 모습에서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크나큰 기쁨을 얻었단다. 너무 잘 자라준 네가 그저 고맙고 감사 할 따름이다.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제 시작이란다. 너의 시작은 작고 미흡하지만 나중은 심히 창대해지리라는 걸 이 엄마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너에게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가 있지 않니? 우리 다시 한번 용기를 잃지 말고 끝까지 분발해 보자. 하림아, 할 수 있을 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으면 너의 꿈을 꼭 이룰 수 있을 거야. 항상 건강하고 지금처럼 밝게 자랐으면 좋겠다.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