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날 감기 몸살을 심하게 앓고 났더니 진짜 죽을 맛이다.
입맛은 소태처럼 쓰기만 하고 , 그야말로 집안은 폭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언놈 하나 나서 치우는 꼴을 못본다.
얘들이고 서방이고 다 귀찮다 . 오직 생각나는건 고향집과 친정 엄마 뿐이다.
이제는 댐건설로 인하여 수몰이 되어 다시는 못가볼 고향집...
뒤뜰에는 푸성귀와 옥수수 나무가 있는 텃밭이 있고 , 앞 마당에는 내 어릴적 타고
놀았던 아버지가 매준 그네가 있었지.
여름날엔 동네 시냇가에서 고기도 잡고 시원하게 멱도 감고, 밤에는 모기불 피워진
마당 돗자리에 누워 옛날 얘기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어.
하늘엔 별도 어찌나 많은지 엄마 무릎에 누어 쳐다보면 , 온통 그 별들이 다 내게로
쏟아질 것만 같았다.
도시에 나가 학교다닐때 가끔씩 찾아간 고향집
지금처럼 겨울철이면 군불 지핀 뜨끈뜨끈한 방에 누워 한숨 늘어지게 자고 나면,
엄마가 살얼음이 동동뜬 동치미에 단물이 질질 흐르는 찐 고구마를 소반에 담아
방에 들여주셨지.
얼마나 달게 먹었던지 게눈감추듯이 해치우고 밖에 나가보면, 어느새 어둠이 시리
도록 푸르게 내려앉고 있었지.
하늘엔 기러기떼가 날고 싸리 울타리 담장 밖으로 보이는 먼 들판엔 하얀눈으로
덮여 온통 하얗게 빛나고, 집집마다 굴뚝에선 저녁 연기도 피어오르고, 내 가슴엔
뭔지 알순 없지만, 말 할수 없는 평화가 찾아들었다.
흰눈이 소복히 쌓인 엄마의 장독대를 바라보며, 마당 한 구석에다 그냥 오줌 한번 누고
다시 방에 들어가 까무룩히 잠이 든다
절절 끓는 아랫목에서 그렇게 한바탕 지지고 나면, 몸살도 뚝 떨어지고 입맛도
다시 살아 나고 , 그렇게 기운을 차리곤 했는데....
이제는 그 고향집도 엄마도 없으니 정말 오늘따라 더욱 그립기만 하다
일년에 몇일쯤은 누구에 엄마도 아내도 아니고, 오직 나 혼자이고만 싶다.
아니 울 엄마 아버지 딸이고만 싶다.
엄마의 넉넉한 품에서 어리광피우며 푹 쉬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해주는 김장 김치에 삶은 돼지 보쌈으로 밥을 먹으면 살것만 같다.
이제는 정녕 꿈속에서나 만나보려나...
그리운 엄마 아버지 정말 뵙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