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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氣는 사랑의 열정이다!


BY ssim21 2007-04-10

남편은 회사에서 작년 가을부터 올해 여름까지 포항에 파견근무중이라 우리 부부는 요즘 주말부부생활을 하고 있지요. 저는 처음에는 남편수발 안들게되서 좋고,저녁 반찬 걱정 안해도 되서 좋아했는데 막상 남편이 집에 없게되자 남편의 빈 자리가 이곳 저곳에서 꽤나 허전하게 느껴지더군요. 남편은 매주 주말이면 서울에 빨래거리를 잔뜩 가지고 올라오면 저는 왠만하면 그곳에서 세탁소에 맏기라고 핑잔을 주면서도 마음 한구석 이런 남편의 빨래거리조차 행복의 소품이라는 느끼며 깨끗이 다림질하고 홀애비 냄새 풍기고 다니지말라고 방향제로 마무리까지 해주게 되더군요. 그런데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남편은 서울에 올라 오기가 무섭게 저와 서둘러 남편의 친구네집으로 가게되었습니다. 우리 부부를 초대한 남편의 친구는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로 중고등학교동창이고 직장까지 같은 곳을 다니다가 몇년전에 회사를 나와 사업을 시작했는데 용하게도 모두들 어렵다는 불황기에 사업이번창하여 이번에 평수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거라 그러더군요. 평소에도 종종 부부동반 모임을 가졌던터라 새로 이사를 하며 친구들을 부부동반으로 불러 집들이겸 망년회겸 크리스마스파티를 하게된 것이지요. 새로 이사한 집에 들어서자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거실도 우리집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넓었고 거의 그 넓은 거실의 한쪽 벽을 다 채운 대형의 HDTV하며 홈시어터시스템,외국제의 유명 명품 오디오며 실내배색과 맞추어 구입한듯 색상이 하나로 통일된 에어컨이며 냉장고,외제 고급 명품쇼파세트에 이르기까지...이게 우리집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러운게 ..은근히 속이 상하기까지 하더군요^^;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파티음식으로 근사한 식사를 마치고 남자들은 거실에서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여자들은 주방에서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주방에 있는 가재도구들을 살펴보니 칼 하나조차도 TV홈쇼핑에서나 보았던 외제 명품인 것이 그야말로 호사스럽기 그지없더군요. 어쩔수 없이 우리집과 비교가 되어 마음 한구석 괜히 씁쓸한 것은 아마도 좁은 속알머리탓이겠지요. 아마 이래서들 집들이를 다녀와서 부부싸움을 많이 하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밤 늦게 그집을 나와 술기운이 있는 남편대신 제가 핸들을 잡았습니다. 남편도 눈치는 있는지라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런 저의 불편한 심기를 풀어 줄 요량으로 운전하는 저를 흘깃 흘깃 보다 말을 건네더군요"짜식~재주는 좋아. 다들 힘들어 죽겠다는 판에 어떻게 돈을 버는지...집...정말 좋지?..당신 많이 부러웠지?.." "그래!..부러워 죽는지 알았어!..당신 친구는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데 당신은 뭐하는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래봤자 좋은 날 남편 기분만 상하고 그래도 우리 가족을 위해 객지까지가서 고생하는 남편인데 그렇게 기를 죽여서 뭐하겠어요...창문을 조금 내려 바깥바람을 쐬고 저는 속상한 마음과는 반대의 말을 했습니다. "아니, 하나도 안부러워..사업하는 사람들 잘 되다가도 하루 아침에 망하는데..난 불안하고 초조해서 사업하는 사람 마누라는 못해! 당신처럼 우리가족만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남편이 있는데 부럽긴..." 전혀 뜻 밖의 저의 말에 남편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혹여라도 기가 죽을까봐 불편한 마음과는 다른 말을 해주는 저의 배려가 느껴졌는지 싱긋이 웃더군요. 남편은 "우리 마누라 철 들었네~남편 기도 살려줄 줄 알고!..좋아! 기분이다! 집은 몇 년후에 우리도 더 큰 집으로 이사하기로 하고 대신 오늘 당신이 그집에서 본 것중에 가장 탐 나는 거 하나만 말해! 내가 당장 사줄께!~" 남편은 말은 그렇게 호기있게 했지만 친구네 집들이에서 본 값 비싼 것중의 만만하게 내가 사줄 수 있는게 뭘지?.. 공연히 부담스런 것을 요구해봤자 남편 기만 더 죽던지, 애꿎은 카드대금만 많이 나올 뿐이니... 저는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 별 뜻 없이 ,"음...뭐 비싼 명품이야 우리 형편에 어울리지도 않고 그 대신에 나를 향한 당신의 사랑의 능력을 함 보여줘봐!" 참...뜬금없이 사랑의 능력을 보여달라니...내가 생각해봐도 안그래도 습기 없는 남편이 뭘 보여줄 수 있다고?... 하지만 저의 마음은 꼭 비싼 물건이 아니라도 남편의 사랑이 가득한 무언가 Something Special한 감동의 이벤트였지요. 그렇지만,사랑의 퍼포먼스를 펼치기에는 저도 남편도 이제 그렇게 만만한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리 준비한 것도 없이 늦은 시간에 차를 타고 가며 뭘 할 수 있을지...순진한 남편은 막막한 생각이 얼굴에 고스란히 비춰보이더군요. 그런데, 차가 시내로 들어서자 크리스마스이브인지라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직 거리는 대낮처럼 환하고 사람들도 많았는데 한 카페의 프랭카드가 눈에 띄더군요. "최고의 베스트키쓰커플에게는 명품 O찌 핸드백을!~" 그러자 남편은 무언가를 발견했다는듯 급히 저에게 그 카페에 차를 세우게하고 차에서 내려 아내와 함께 들어가보니 대부분 십대에서 20대초반의 젊은 커플들로 꽉 차 있었는데 요행히 테이블 하나가 비어있었습니다. 남편은 저에게,"우리도 참가하자!"라고 말했고 저는 "미쳤어! 애들판이잖아!~주책스럽게~"라고 뒤로 뺐지요. 그렇지만 남편은 저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키쓰콘테스트참여를 신청하고 싫다는 저의 손을 잡고 무대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정말 오랫만에 아주 길고 깊고 열정적인 키쓰를 저에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민망해서 버둥댔지만 이내 남편의 북극의 얼음이라도 녹일 뜨거운 키쓰에 적극적으로 응해주게되었지요^^;. 비록 그날 우리 부부가 최고의 베스트키쓰커플로 뽑히지는 못했고 3등상으로 와인 한병을 받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열정적으로 저에게 키스를 해준 남편의 용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연애할때도 손도 잘 못잡던 부끄럼많은 남편이 무슨 용기로 그런 대담한 퍼포먼스를 했는지 카페를 나서며 찬바람을 쐬이면서야 비로서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하지만 그 사랑의 퍼포먼스는 효과 만점이었습니다. "오늘 너무 오버한 거 아니야. 평소에 당신 같지않아." "나를 뜨문뜨문 봤구만. 당신이 내 기를 살려주는데 이 정도 용기쯤이야 나도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지. 어때 뽀뽀 한 번 더 해줄까?" "됐네요!" 카페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을때 남편의 친구네 집에서 나왔을때와는 달리 저도 왠지 가뿐하고 행복한 마음에 흥겨움까지 느껴지더군요. "어때?..오늘 내 사랑의 힘 느낄 수 있었지?.."라며 남편도 으쓱한 기분에 저에게 말하길래,"응!..진짜 당신 너무 멋져!..아직 당신 키쓰 솜씨는 녹슬지 않았네!..호호!!"라고 맞장구를 쳐주었지요. 저를 향한 남편의 용기있는 사랑을 확인했고 우리 가족을 위해 묵묵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남편에게 기를 팍팍 넣어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넘치도록 행복한 크리스마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