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변함없는 당신께..... 거실에서 안경을 삐뚜룸하게 하고 비스듬이 누워 자는 당신의 모습을 보니 정말 세월이 흐르긴 흘렀구나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결혼한지 벌써 14년째....기억하나요. 결혼기념일이 11월14일이란걸..공휴일이 돌아오면 언제나 가족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는 당신을 보며 너무 고맙다고 생각해요. 작년가을 우린 단풍이 한창 물든 멋진 치악산엘 다녀왔지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 힘이들긴해도 저는 너무 좋았답니다. 당신이 가족들에게 시간을 내주는것만 으로도 고맙구요. 그동안 살아오며 많은 다툼도 없이 지내왔지만 슬픈날도 몇년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지나간 슬픈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네요. 신혼시절 저는 당신의 소홀함에 많이 서운해했죠. 왜 그런거 있잖아요. 아내를 위해 설겆이 청소를 해주고..참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것때문에 한달은 너무 서운해 울기도 많이 울었답니다. 결혼 잘못한거 아닌가 해서요.ㅎㅎㅎ 큰아이 준영이를 낳고 우리가족은 너무 행복했죠. 매일 아이의 재롱에 웃음이 끊이지 않고 그런 행복은 그리 오래가진 못했지만..사실 시어머님을 모시고 사는거 그리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잘 모시면 될걸 다들 모시길 싫어할까...그런데 막상 제가 모시게되니 상황이 그렇게 되질 않더라구요. 작은일에 내사진이 소심해지고 둘째아이 임신후 많은 신경을 써 진영이가 아프게 태어난거 같아 아이한테 내내 미안해하고 있어요. 더 서운한건 어머님이 진영이가 아픈것에 대해 창피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아이에 존재를 알리지 못하게 했을때 정말 많이 서운했어요. 세번의 대수술을 했어요. 병실에 자주 오시지도 않고 퇴원할때도 다른집 아이 돌잔치에 참석하셨잖아요. 그때 친정 엄마가 흘린눈물을 보셨죠. 전 그 모습을 영원히 잊을수가 없답니다.당신은 70평생 살아온 어머님의 성격을 내가 이해하라고 했지만 도저히 그때는 이해할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아이가 괜찮고 애교도 많아 예뻐하시지만.... 그래요 슬픈 추억일랑 우리 잊어버리자구요.지금 우리가족 너무 행복하잖아요. 믿음직한 큰아들 애교만점의 작은아들......요즘같은 행복이라면 현재 필름이 멈춰버렸으면 할때가 있어요. 얼마전 신문에 당신회사 인원감축한다는 기사를 읽고 은근히 걱정을 해서 말도 건내지 못했어요. 얼마후 당신에게 괜찮다는 말을 들었을때 너무나 감사했답니다. 샤워후 당신의 흔적을 치우려면 흥건히 빠진 머리카락...간혹 원형탈모증이 걸리는 머리를 보며 놀려됐지만...마음이 너무 쓰라려 온답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그럴까..... 벌써 결혼 14주년... .살아온지 14년이나 되며 결혼기념일, 생일선물 한번 번번히 놓쳐 받아보질 못해 투덜대지만 그건 그냥 여자로서 하는 투정이려니 생각해요. 받으면 좋고 안받아도 문제는 없지만.... 지나고 나면 지금 행복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어제 저녁 천안에 출장이라고 새벽에 온다기에 밤새 뜬눈으로 밤을 샜어요. 새벽녁 당신은 살며시 들어와 아이들 이불 덮어주고 저에 볼에 살짝 뽀뽀를 해준후 슬그머니 나가 건너방에서 잠을 청했지요 겉으론 표현하지 못하는 당신....가끔 이런 자상한 행동이 저를 감동시킨답니다.어제 당신은 저에게 처음으로 생일 선물을 했지요. 그것도 몇년전에 무심히 던진말 그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었나봐요. 고마워요. 어제 치과에가서 미백치료하는데 4백만원정도가 든다는 말에 저는 너무나 놀라 치과를 도망치듯 나오고 말았지만 당신의 배려에 눈물이 나네요. 뭐 치아가 조금 누러면 어때요. 당신만 괜찮다면 그만이죠."저 그래도 아직 예쁘잖아요."ㅎㅎㅎ한 50평생 검은머리 흰머리가 될때까지 살려면 아직도 멀었지만 당신과 나 서로 지금처럼 의지하며 아껴주고 살자구요. 두 개구장이 녀석들 잘키우며 시어머님 친정어머님 효도하면서요. 애교 빵점인 저 무지 당신을 사랑하는거 알죠. 이제 당신도 적지않은 나이...회사일도 중요하지만 당신만을 쳐다보고 있는 우리가족을 생각해서라도 몸 건강해야해요. 특히 술,담배...심하게 잔소리하긴 싫지만 알아서 하리라 믿어요. 당신을 믿는 우리가족을 위해 조금만 조금만.... 이참에 연애때도 써보지 않은 편지 정말 쑥쓰럽지만 저에 마음을 사랑으로 담아보았어요. 결혼 14주년을 맞이하여 사랑하는 남편에게 편지를 띄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