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두아이의 엄마다 하지만 그 아이들보다도 더 아이같은 우리 신랑이 있다.. 결혼해서 음식솜씨가 엉망이었던 신혼시절 매일 한강인 라면. 국물없는 라면. 바싹마른 어묵볶음. 짠 찌개. 풀대죽이 되어버린 나물 ...등 정말 잘하는 요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랬기에 신랑이 요리를 많이 도와주고 곧 잘 나서서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신랑이 나보다 요리솜씨가 월등히 뛰어나다거나 그런거는 아니었지만 어묵볶음 하나는 정말 기가 찼다..감칠맛나게 깔끔하게 정말 맛났었다 "자기야~ 자기는 정말 어묵볶음하는 잘한다~!" 우리 신랑 이말에 5년차인 지금도 한결같이 어묵 볶음 하나만은 자기 몫인 줄 안다 심지어는 마트 갈때마다 어묵을 사가지고 올 정도이다. 그렇게 월급쟁이로 알콩 달콩 서로 요리하며 소박하게 살길 바랬는데 신랑이 사업을 한댄다. 난 엄청나게 반대했지만 자기의 생각대로 밀고나가버렸고 사업은 손익의 갈림길에서 저울질을 하더니 급기야 밑바닥을 치고 말았다.. 신랑이 너무 미웠고 생활고에 지친 나는 화가 났고 이리저리 백방으로 뛰지만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신랑이 한심해 보여 나도 모르게 말해버렸다 "자 ~알한다~~!!"" 처음에는 이말을 뱉고 당황했지만 한번이 어렵지 두번 세번은 너무 쉬웠고 신랑에게 이말을 달고 살았다. 수개월이 지나고 약간의 빛이 보일 무렵 사람 산 입에 밥은 먹어야 하겠기에 시장을 보고 어묵을 사왔다 역시나 내가 볶은 어묵은 짜고 마르고 볼품 없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 5년동안 남편이 어묵은 볶아왔으니.... 그렇게 어묵을 보면서 신혼때가 생각났고 내가 잘한다고 한번 사기 키운 말에 5년째 어묵을 볶아주던 남편...내말 한마디에 신랑의 사기가 좌우 된다는 것을 잠시 잊고 살았었나보다.. 그때서야 신랑에게 미안했고 내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그날 저녁 맛없는 볼품없는 짜디 짠 어묵 볶음을 맛나게 먹어주는 신랑의 모습 ...연신 왔다 갔다 하는 젓가락 질을하는 굳은 살 박힌 저손..그리고 손을 타고 올라 검게 그을린 팔목을 지나 축 쳐져버린 어깨를 보자니 목이 메이고 한없이 미안해진다. 신랑은 자기를 돌 볼 틈도 없이 여름의 강한 볕을 맞으며 이리저리 오가며 살려볼려했고 추운 겨울도 얼은 몸 녹일 여유도 없이 무너지지 않으려 뛰어다녔을 것인데....나는...휴~ "우리 신랑 잘한다~!! 앞으로도 잘할거다~!!!" 미안한 맘에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밥상머리앞에서 신랑에게 응원해주었다 여러분 똑같은 잘한다~! 자~알한다 ~!! 한다지만 어떻게 이렇게 의미가 틀릴까요.. 우리 남편들 사기 올리는데는 우리 아내들의 잘한다는 응원 한마디가 가장 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