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서울 백병원에 입원하셨다.
하여 며느리들이 교대로 병원에서 자면서 간병을 하였는바
나의 차례가 돌아옴에 따라 사흘을 좁은 간병인 침대에서 부적대며
지냈더니 돌아오는 고속버스안에서 그만 깜빡 졸다가 아니 솔직하게
고백한다면, 깊고도 달콤한 잠에 빠져 창피한 짓을 하고 말았다.
고마 옆자리 아저씨어깨에 기대고 한잠 걸판지게 자고난 것이다
기사 아저씨가 휴게소에서 쉬어간다며 방송을 하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떠보니, 아뿔사 외간 남자의 어깨에 내려앉아 있는 나의 머리통!!
보나마나 입은 헤벌래 벌리고 필경 침까지 흘린것 같았다
우째 이런일이 있을까???
너무나 창피하고 얼굴을 어디다 둘줄을 몰라서 급한김에 절을 꾸벅하며
죄송하다고 조아맀드니, 아저씨왈 괘안십니다 하였다.
일단 내려서 화장실에 앉아 머리통을 쥐어박은들 있었던 일이 없어지겠는가!
그렇다고 앞으로도 얼마간 더 가야 도착할텐데 다른 자리에 앉아 갈 수도 없고
하이고 참말 난감하더구만.
에라 모리겠다 꾸물대다 차에 오르니 아저씨가 씩웃으며 종이컵에 든 커피를
주었다. 그때서야 제대로 보니 약간 빛나리에 사람 좋게 생긴 분이었다.
아휴 그래도 운좋게도 좋은 사람이었으니 망정이지 창피 지대로 당할뻔 했다.
집에 와서 냄편한테 얘기 했더니 한술 더 뜨더더구만.
고놈은 왜 남의 마누라 머리통을 지자리에 안갖다놓고 응큼하게 계속 지가 갖고
가나? 애고 내가 더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팔자소관일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