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직장을 그만둔지 한달하고 일주일
그동안 더위와 씨름하며 밥해주고 비위 맞추느라 내 생활은 그야말로 잠시 혼수상태
잠깐의 여유나 생각을 할 시간은 없고 신랑이나 애기들 뒤치닥거리에 정신이 없었다
여기저기 면접을 보고 와서 어떻게 된건지 물을때마다 연결이 되지않아 답답하기도
했지만 좁은 집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애기 둘한테 시달리는 신랑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도 쉬는 동안 빨래도 널고 개고 애기들 데리고 공원에도 데려가고 멀리 놀러가지는
못했지만 잘 돌봐준 덕분에 더위와 싸우며 밥하느라 짜증이난 속을 가라앉히기도 했다
올 여름 유난히 덥기도 하겠지만 한사람이 더 있다는 부담감도 작용했고 끼니때마다
켜대는 가스불이 더위를 부채질한 것도 한몫했을터
내일부터 출근하는 신랑이 잘 됐다 싶기도 하면서도 집에서 애둘을 봐야하는 내맘도
썩 편치만은 않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다
애둘을 혼자 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벌써부터 무겁다
다른곳보다 한시간 반이나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 곳이라 걱정도 되지만 나름 열심히
하려고 마음 다지는 신랑이 안쓰럽기도 하다
더 쉬었다 일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새로운 직장을 잡는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니까
생활비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고
올 여름 그나마 어려운 형편에도 에어컨을 사서 달아주고 이것저것 신경써준
신랑이 새삼 고맙다
젤로 저렴한 하이얼 에어컨을 달았지만 여러모로 잘 사용하고 있고 불만은 없으니
올해 물건 산 중에 젤 잘한일 중에 하나다 싶다
그나마 카드대금 갚을일이 까마득하고 애기들 앞으로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면
기절할 정도로 생각하기 싫지만 돈걱정은 미루고 직장을 다시 잡은 지금 다시 일을
하게 된 신랑을 격려하고 축하해 주고 싶다
낼 아침 일찍 일어나 신랑의 출근을 챙겨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무리일듯 싶다
여보,잘 다녀와요
힘들겠지만 당신을 믿으니 잘하고 오리라 믿어
이번 휴일은 당신 몫으로 남겨놓을게
푹 쉴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