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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유부단하다...
우유부단도 아내와 연애할 때는 일종의 배려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당신은 주관이 없어."
"맞아. 나는 주관이 없는 것 같아. 학교 다닐 때도 주관식 문제에는 답을 쓸 수가 없었어."
아내의 소원대로 나는 주관을 갖고 선택이란 걸 해본다. 외식을 하기로 한 어느날.
"오늘 우리 회 먹으러 가자."
아내는 놀란다. 남편의 새로운 면모에 괄목상대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장마철에 회는 무슨 회야. 또 회는 비싸잖아."
기껏 제안한 것이 거절당하자 나는 상처 받는다.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내친 걸음이다.
"날씨도 그렇고 하니 삼계탕은 어때?"
"얼마 전에 닭 칼국수 먹었잖아."
"보리밥은? 먹은 지 한참 된 것 같은데."
"금방 배 꺼진단 말야."
"그럼 설렁탕은, 자장면은, 스파게티는, 낙지볶음은. 대체 먹고 싶은 게 뭐야?"
"왜 소릴 지르고 그래. 상상력 부족한 사람들이 목소리만 높다더니."
"그러게 왜 물어? 결국 자기가 가고 싶은 데로 갈 걸."
결혼도 하나의 선택이다.
씩씩거리고 있는 내게 아내가 묻는다. "당신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해?"
나는 누가 내게 질문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질문이라면 괜찮다.
"아니, 그럴 리가 있나. 상상력 부족한 내가."
-우유부단 : 햄릿스타일(1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