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 펌)
어느날 갑자기 언론이 이명박 당선자(者)를 당선인(人)으로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인수위원회가 당선인으로 해달라고 언론사에 공식요청을 해 왔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도 '인수위원회법에 직접 당선인으로 명기하고 있으니 당선인이 낫겠다'는 해석이 있어 언론사들이 받아들였다는 뒷말이다.
'者'는 윗사람(老)이 아랫사람에게 낮추어 말한다(曰)는 뜻을 조합한 글자로 말하는 대상을 가리켜 '사람 또는 놈'을 뜻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으로 보면 민주주의 권력 서열은 국민이 당선자보다 위에 있다. 그래서 헌법과 법률에 '者'로 명기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엄밀히 따지면 당선자(者)라 명기되고 불러야 합당하다.
요즘은 '者'나 '人'이나 그 격의 차이가 없어 이래 부르나 저래 부르나 달라질 것는 것은 없다. 그런데 국정 인수하기에도 바쁜 인수위가 왜 굳이 '者'를 '人'으로 바꾸는데 공을 들였을까. 이명박 당선자가 직접 호칭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린 것 같지는 않다. 인수위의 알아서 충성하는 행위와 이에 넙죽 박자를 맞추는 행위에서 줏대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사안을 비틀어, 노무현 당선자 시절의 인수위가 같은 행위를 했다면 어땠을까. 국정인수업무는 태만하고 과잉충성에만 신경 쓴다고 보수언론이 비난했을 테고, 한나라당은 상위법인 헌법에 '者'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을 이유로 '위헌제청'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가는 者와 오는 人'의 차이일까 ?
하긴, 노무현을 '놈현'으로 표현하는 무례하고 천박한 말까지 만들어 낸 사람들의 귀에는 '者'가 흔히 '놈자'로 일컫어지는 게 깨나 거슬렸던 모양이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기 싫어했던 사람들이라 능히 그럴 수 있겠다. 이들의 오만한 특권의식이 부활하는 세상, 이것이 '가는 者와 오는 人'의 차이일까 ?
'者'를 '人'으로 부르는 데 제일 큰 공을 세운 것은 언론이다. 아마 언론이 그대로 표기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수위법에 '당선인'으로 명기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지 않았을까. 자연스러운 것도 언론이 우기면 부자연스러운 것이 되고, 천한 것도 언론이 우기면 귀한 것이 되는 세상. 이것이 '가는 者와 오는 人'의 차이일까 ?
정치권력이야 바뀔 수 있다지만, 바꾸지 말아야 할 가치까지 이긴 자의 논리에 동조해 뒤집는다면 앞으로 이 사회는 어디로 갈까. 지도자의 근본인 '정직과 도덕'이 '검증되지 않은 능력'에게 매를 맞고 만신창이가 되어도 박수치는 다수의 국민과 언론이 있는 세상. 이것이 '가는 者'와 '오는 人'의 차이일까 ?
'人'은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것을 옆에서 본 모양을 본뜬 글자다. 서로 허리를 숙인 '겸손'이 베어있는 글자다. 반대로 보면 서로 등을 맞대어 의지하고 있는 '상생'이 베어있는 글자다. 당선자(者)를 굳이 당선인(人)으로 불러달라 해서 그렇게 불러 준다만, '오는 人'에서 '겸손과 상생'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호칭까지 국민위에 있는 사람이 "국민을 섬기겠다'는 겸손과 '법과 질서를 지키자'는 원칙을 강조했으나 실제로는 말에 그치는 것 같다. 조금 더 지켜보지 않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걸까 ? 머지않아 '가는 者와 오는 人'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겠지만, 어쩌면 그리 머지않아 '가는 者'가 그리워질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