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중 아직도 벚꽃을 일본 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의 치밀한 홍보전략 결과다.
일본은 일제 강점기 동안 한반도 곳곳에 벚나무를 심었다. 그뿐만 아니다. 백악관앞에까지 벚나무를 심었을 정도다. 따라서 대다수 사람들은 일본의 국화(國花)가 사쿠라인 줄 알고 있다. 벚꽃은 일본 왕가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고, 일본의 국화는 가을에 피는 국화다.
한국·중국·일본 등에 자생하는 벚나무는 벚나무, 왕벚나무, 올벚나무, 개벚나무. 섬벚나무, 꽃벚나무 등 다양하다. 흔히 ‘벚나무’라고 할 때는 평지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왕벚나무를 일컫는다.
30여년전 한·일 학자들은 벚나무의 원산지에 대한 조사를 함께 벌인 적이 있다. 그 결과 왕벚나무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1년 4월 산림청 임업연구원 분자유전학연구실도 한·일 왕벚나무를 대상으로 디옥시리보핵산(DNA)지문분석을 벌인 결과 한라산이 원산지인 사실을 규명했다.
1933년 일본의 저명한 식물학자 고이즈미 겐이치(小泉源一)는 ‘일본 사쿠라의 한국 기원론’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오늘날 권위있는 벚꽃 전문학자인 다카기 기요코(高木きよこ) 교수는 “한국에는 사쿠라가 매우 많다. 요시노 사쿠라의 원산지는 제주도” (‘櫻’ 중앙공론사, 1992)라고 못박았다.
일본 고대사에는 벚나무 기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우리 ‘삼국유사’에는 승려 충담의 ‘앵통(櫻筒)’ 기록(765년)이 있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벚나무기록이다. 일본 요시노산은 으뜸가는 벚나무의 명소다. 일본 대다수의 벚나무는 요시노산에서 옮겨다 심은 것이다. 반면 한국 벚꽃은 자연발생적으로 산천을 덮고 있다.
그런데 누가 요시노산을 일본 벚꽃의 명소로 만들었을까. 나라땅은 고대 한국에서 건너간 불교가 꽃핀 터전이다. 538년 백제 제26대 성왕(523∼554년 재위)이 왜왕실로 백제 승려와 불경, 불상을 보내 불교를 포교하기 시작했다. 그 터전에 요시노산이 우뚝 서있다.
특히 ‘시다레 사쿠라’(수양벚꽃)는 일본 왕가(家)가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교토의 ‘헤이안신궁’에는 ‘헤이안경(교토)’의 고대 궁전을 상징하는 수양벚꽃이 자색을 활짝 드러낸다. 이곳은 지금의 아키히토 일왕의 직계 조상인 제50대 간무(桓武·781∼806년 재위)일왕의 사당이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내 몸에도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며 일본 왕가는 백제 계열이라고 기자회견(2001년 12월23일)에서 밝힌 적 있다. 1·4후퇴 때 남으로 내려온 실향민들은 지금도 북쪽하늘을 볼 때마다 ‘꿈에 본 내 고향’을 부른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저하늘 저산아래 아득한 천리…”.
660년 나라를 잃고 일본으로 망명해간 백제계의 일왕가는 서쪽하늘을 바라보면서 매일같이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고향땅에서 보던 벚꽃을 심으라고 명하지 않았을까. 벚꽃이 더욱 아름다워지는 계절이다.
<문화일보 오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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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줌마지식 : 매화꽃과 벚꽃의 구분법
<매화> 꽃잎 가장자리가 둥근 모양. 꽃이 나무에 찰싹 달라붙어 있음.
<벚꽃> 꽃잎 가장자리가 톱니바퀴처럼 조금씩 갈라져 있음. 나뭇가지에서 줄기가 나온 후, 줄기끝에 꽃이 달려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