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 기사입력 2007.10.02 19:52
'남북경제공동체', 농업에서 시작하자
[기고]
[프레시안 이병호/통일농수산사업단 상임이사]
화해에서 통합으로, 긴장에서 상생으로.., 남북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남북간 정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교류와 협력의 물꼬가 늘 농업 분야에서부터 풀리기 시작했던 것처럼, 격동의 와중에서 열리게 된 역사적인 200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롭게 진전될 농업협력에 대한 농업계의 관심과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남북 간 농업협력은 북한의 '먹는 문제'를 완화하는 인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북한의 농업기반을 복구하고, 나아가 경제재건의 여력을 제공할 수 있는 중장기 농업개발방식까지 폭 넓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농업계의 오랜 구상이다. 이런 협력은 '남북경제공동체' 구상을 구현하는 실질적인 밑바탕이 될 것이며, 나아가 '화해를 위한 협력'에서 '통합을 위한 협력'으로 진전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농업계에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농업개발협력의 내용과 과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남북 농업의 상생협력과 통합을 위한 진전된 협력의 일환으로 의미있는 제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가칭)남북 공동식량계획 및 공동농업정책의 추진이다.
이는 북한의 농업 복구가 이루어지는 수준에 따라 남한의 쌀과 북한의 잡곡(옥수수,콩, 감자 등)을 교역하는 낮은 수준의 공동식량계획 시범사업에서 출발하여 양측의 자연지리적 조건과 사회경제적 생산비용 등을 고려하여 공동 이익이 되도록 분야별로 작목을 재배치하는 공동식량계획 및 공동농업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제안이다.
공동식량계획 및 공동농업정책에 따른 남한 내부의 시장교란 및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협상가격(가격조정)-계획생산(예측생산)-내부거래(국영무역) 방식을 마련하고, 남북 간 공동추진기구와 남한 내부 조정기구를 각각 설치, 운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칭)남북농업협력지구 지정 및 공동 개발이다.
북한의 주요 농업지대에 특구에 준하는 (가칭)남북농업협력지구를 지정하고,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와 노동력을 이용하여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개성 배후지역 1개 군을 협력지구로 지정하고, 점차 그 면적을 황해도 전역으로 넓혀 나가며, 단기 5개년, 중기 10개년 개발 계획을 세워 지속 추진하자는 제안이다.
수도작, 축산, 과수, 원예, 잠업, 특용작물, 식품가공, 종자, 농기계 등 각 분야별 농업협력 과제를 협력지구에 집중적으로 배치하여 그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초기에는 식량생산 증대, 농업기술 개선, 영농기반 확충 등 정부의 개발협력(지원)이 중심이지만,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점차 민간의 농업투자협력으로 발전시키는 내용으로, 투자협력의 활성화를 위해 특구에 준하는 우대조치를 투자사업자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가칭)남북 농업과학기술 교류협력센터 설치, 운영이다.
남북이 농업기술 전문인력의 교류와 농업기술의 공동연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교류협력센터를 북한 협력지구에 설치하여, 북한의 농업과학기술 발전을 지원하고, 남북 간 농업협력과 해외진출에 필요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육성, 배출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한다.
넷째, 해외 농업개발 공동 진출이다.
몽골이나 연해주 등 동북아지역을 포함하여 개발가능성이 높은 해외 농업개발에 남북이 공동으로 진출하여 농업기지를 건설하자는 제안이다. 이를 통해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하여 남북 전체의 식량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 농관련 산업(농약, 농기계, 종자 등)에게는 해외시장 개척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재고량이 격감하고 가격폭등 추세를 보이는 국제곡물시장의 불안정성을 감안하면 매우 의미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연간 100억달러에 달하는 농산물 교역적자 규모를 축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요컨대 북한의 농업이 오랜 고립과 저성장으로 인해 황폐화되어 있는 것은 알려진 그대로이다. 토양이나 물관리 기반은 물론 종자, 비료, 농약, 농기계, 축산 어느 한 분야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황폐화된 산림은 수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복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논밭에 다시 찾아오는 홍수는 수많은 아사자를 내고 있는 것이 북한농업의 현주소이다.
이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에 나서게 될 때, 북한에 대한 주변국의 인도적 지원이 농업분야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해외원조와 해외금융을 활용하게 된 북한당국이 경제 재건을 농업복원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 농업의 복원은 무너진 농업기반을 재건하고 텅빈 농관련 산업을 채워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한편 북한의 농업 복원에 대한 남북간 협력은 남한 농업계의 책임이면서 동시에 남한의 기형적인 농업을 정상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남한의 농업은 급속한 개방, 인구 고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 원인, 지구 온난화와 같은 자연 지리적 원인 또는 환경적 부담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농업과 관련된 산업 역시 시장정체 등의 이유로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북한농업 복원에 대한 남한 농업계의 협력과 참여는 이러한 남한 농업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연관산업 역시 새로운 시장과 경쟁력을 모색하는 새로운 과정이 될 것이다. 이는 분단이 빚은 기형적인 우리농업을 정상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 남북한을 하나의 단위로 통일농업의 비젼을 구상하고 그 통합의 과정을 설계하는 일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닌 현실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병호/통일농수산사업단 상임이사 (inkyu@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