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MBC 스페셜 '대한민국 대통령, 못다 한 이야기' 中 지금까지도 인상깊게 남아 있는 장면입니다.
각료회의 중간 휴식 겸 Tea time 을 가지며 커피 한 잔씩 들고 다과테이블 주위로 대통령과 몇몇 각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각료 : 야생동물들이 도로를 건너다가 사고를 어쩌고저쩌고…
각료 : 길 아래로 지하 통로를 만들어 줘서 이동할 수 있게…
[도로, 야생동물, 사고, 통로]
위의 네 가지 단어로 이제껏 내가 알고 있던 퍼즐 풀이의 해답도 역시 위의 각료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나오는 대통령의 말을 듣곤 신선한 감동을 느꼈었습니다.
대통령 : 그… 배우지도 못한 놈들한테 알아서 밑으로 지나다니라 하면 되겠습니까. 그놈들은 그냥 다니게 하고 사람이 그 위로 다니면 되지.
정치란… 좋은 정치란 그리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약자를 돌아보고 배려해주기만 해도 존경받는 정치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강자는 스스로 알아서 잘들 살아갑니다. 강자들끼리의 다툼에서 새우등 터진 서민들만 돌봐주어도 좋은 정치가 될 수 있습니다.
'간단히 좁은 땅굴 하나 뚫으면 될 것을, 왜 내가 낸 혈세로 훨씬 돈 많이 드는 고가길을 만드는가'
좋은 정치는 때로는 인기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소수를 돌봐주다 다수의 공격을 받기도 합니다. 지지율과 표로 먹고사는 정치인이, 좋은 정치인이 되기 어려운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어지간한 소신을 지니지 않는 한 넘기 어려운 벽입니다.
금융실명제, 쓰레기종량제봉투, 건강보험인상, 국민연금제도… 지금 와서 보면 참 별것 아닐 수 있어 보여도 처음 시작할 때에는 꽤 인기도 없었고 꽤 큰 용기가 필요했던 시작이었습니다.
지방혁신도시를 손본다지요. 좁은 지역에 국민의 반이 모여 삽니다. 여전히 스스로 세포는 분열 증식 중입니다. 그 폐해는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지지율과 표로 먹고사는 정치인이 2,000만 세포의 환부에 아픈 메스를 들이대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천만 서울은 이제 세계 그 어느 도시와 경쟁해도 뒤질 것 없습니다. 지금부터 돌아봐야 할 곳은 지방이고, 시골입니다. 달콤한 설탕과도 같은 수도권 규제 완화로 2,000만 입만을 즐겁게 하여 비만을 악화할 때가 아니라 힘들고, 땀나고, 인기를 못 얻더라도 손과 발을 튼튼히 해야 할 때입니다.
서울은 그냥 두어도 뉴욕, 동경, 북경, 런던, 파리와 경쟁하며 스스로 체질을 강화해가며 발전해 갈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대구, 광주, 부산, 목포, 대전이 상하이, 나고야, LA, 피렌체 등과 경쟁할 수 있도록 좋은 정치를 시작해야 합니다.
좋은 정치인은 어쩌면 인기가 덜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정치인은 반듯이 존경받게 될 것입니다.
경기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