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어느 정부도 이루지 못한 초고속 기록 경신
[오마이뉴스 김갑수 기자]
마침내 이명박 정부가 대망의 747을 달성했다. 정권 출범 4개월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이것은 역대 어느 정부도 이뤄내지 못한 초고속적인 기록 수립이다. 다만 그들이 말했던 747과 그들이 이룬 747은 전혀 다른 분야이기는 하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이명박 정권이 국민에게 내세운 구호는 '대한민국의 선진화'였다. 그들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장담했는데 대부분의 유권자는 이 말을 믿고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그들은 경제 살리기 분야에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는데 그것이 바로 '747'이었다.
7% 경제성장률에, 4만 달러의 국민소득으로, 세계 7대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장밋빛 청사진은 순진한 국민을 현혹시켰다. 식자들은 이런 수치 달성이 애초부터 불가능함을 알고 있었지만, 잘 살아 보겠다는 열망이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높은 한국인들은 이명박 후보에게 기꺼이 표를 주었다.
요컨대 한국인 다수는 747이라는 마력의 숫자를 곧이 곧대로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이라도 믿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순진한 자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747은 747인데, 이것이 불행히도 전혀 다른 분야에서 달성되고 만 것이다.
['7'] IMF 직후보다 낮은 7% 대의 국정운영지지율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하여 16일에 발표한 조사에서 충격적인 국정운영지지율이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4점 척도 조사에서는 12.1%를 기록했지만 '그저 그렇다'는 항목이 포함된 5점 척도 조사에서는 7.4%를 기록한 것이다.
같은 기관의 조사로 노무현 정부의 5년 동안 최악의 수치는 5점 척도 9.9%였다. 그리고 김영삼 정부의 수치가 9.8%였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IMF 직후의 김영삼 대통령보다 낮은 기록이다.
['4'] 소비자물가상승률 월평균 4% 이상... 10년만의 기록
이명박 정부 들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월 평균 4%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의 상승률이 4.9%에 이르렀으며 6월에는 수치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1988년 이후 10년 만에 기록한 최악의 수치로서 선진국의 1년 상승률과 맞먹는다.
물가상승률은 실업률과 함께 국민의 고통지수를 측정하는 통계로도 사용되는데 지금 한국인이 겪는 고통지수는 7.2로서 지난 2001년 이래 8년 만에 가장 나쁜 수치이다.
물론 이것은 최근 악화된 내외 여건이 주 요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완장을 차고 물가를 잡겠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그래서 MB 물가 52개 품목이라는 말도 생겼다.
그런데 바로 이 MB 품목이 물가 상승을 주도한다니 그가 얼마나 실물경제를 몰랐는지를 알 수가 있다. 또한 최근의 물가 상승 요인 중 3분의 1 정도는 정부가 선택한 고환율 정책에 기인한다고 하니 이명박 정부의 위기 대처 및 관리 능력이 의심되지 않을 수 없다.
['7'] 나라와 국민을 결딴 낼 7대 실책
7% 대의 국정운영지지율에 월 4%의 소비자물가상승 외에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권의 7대 실책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발표했거나 추진하고 있는(또는 추진중으로 의심되는) 굵직굵직한 정책을 헤아려 보니 공교롭게도 7개가 되었다.
제1은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포기한 대미 굴욕 쇠고기 협상이다.
제2는 지금도 추진 중이라는 의심을 사는 한반도 대운하이다.
제3은 의료보험 민영화이다.
제4는 영어몰입교육으로 대표되는 교육 시장화정책이다.
제5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친 재벌 정책이다.
제6은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언론 장악 기도와 언론 탄압이다.
제7은 공기업 민영화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지난 정부 내내 이 나라의 선진화를 위해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 불과 100일 만에 이 나라가 선진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어졌다.
이명박 정권은 1%의 특권층을 위한 정책들만을 감행하고 있다. 10% 중에서 9% 정도는 이명박 정권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줄 알지만 실제로 그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없다. 그리고 나머지 절대 다수인 90%가 손해를 보게 만드는 정권이 이명박 정권이다.
그들이 내세웠던 선진화라는 말은 이제는 입 밖에 내기도 멋쩍을 정도로 현실은 날로 악화되어 가고 있다.
선진화의 제1가치는 인권의 강화와 자유의 향유인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과 자유 상황은 오히려 명백히 후퇴해 버렸다. 국제 엠네스티의 인권 간섭을 받는 일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이 일이 재현되고 있다.
선진화의 요건에는 친환경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한반도 대운하는 토목공사를 일으켜 경제를 살리려 하는 비선진적인 정책의 표본과 같은 것이다. 의료 민영화는 다수 국민의 의료 환경을 조악하게 만들 것이다. 교육시장화 정책은 가뜩이나 입시 지옥에 시달리고 있는 청소년들을 죽음의 위기로 내몰 것이다.
1%는 이익, 9%는 본전, 90%는 손해인 정권
친재벌 정책은 중소기업을 도산시켜 대량의 실업자를 양산할 것이며, 친언론 정책은 독재시대의 권언유착을 초래할 것이고, 공기업 민영화는 필경 국민의 생필 자원 부담을 크게 만들 터이다.
이제 국민의 어느 누구도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747을 이루리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신종 747'이 장기화되면 나라와 국민이 결딴난다는 점은 틀림없다.
이 대통령도 살고 국민도 사는 길은 7대 정책을 취소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섣부른 욕심이나 의욕은 금물인 것 같다.
김갑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