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시절 내 별명은 8반 여우였다.
각 반마다 여우들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붙여준 별명이다.
반 친구들을 위해서 선생님을 녹이는(?)일이 나의 일이다. ㅋㅋ
그 날은 만우절....
무뚝뚝한 총각 선생님이다. 국어선생님..
졸업 후 첫 부임하신 선생님..
지금 돌이켜보면 참 어리신 분이었는데 ㅋㅋ
손을 번쩍 들고는
"선생님, 절 좋아하세요?"
헉! 선생님의 까만 얼굴이 검붉어지며 어찌할 바를 모르신다.
어눌한 충청도 말씨로.... 답도 제대로 못하신다.
"아니.. 선생님....^^ 절 좋아시냐구요..? 절... 절 모르세요? 부처님 계신 절!!"
선생님은 어이없는 웃음..
그 틈을 타 아이들은 '선생님 재밌는 얘기해주세요, 첫사랑 얘기해주세요.' 부추겨댄다
결국 선생님은 빤한 거짓말을 약간 보태 가슴아픈 첫사랑 얘기로 수업을 대신하게 되었다는 야그!!!
아마도 한번쯤은 있었을 그런 일,
지금도 여고 교실에선 이보다 더 재밌고 멋진 추억들이 만들어지고 있겠지요?
어제 중학교 1학년 딸아이 가방에서 'F4' 사진과 수첩 브로마이드를 발견하고는
아이를 꾸짖었는데 회사에 와서 젊은 동료들에게 얘기하니 내가 고루한 엄마란다.
오늘 우리 아이 교실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 딸에게도 멋진 추억의 만우절이 되기를 빌어본다.